며칠 전, 인터넷에서, 제주도를 기반으로 한 제주항공이 기내에서 사용하는 생수가 제주산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판하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제주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항공사를 설립하고, 그 바탕으로 성장해 온 항공사가 정작 제주에서 생산된 생수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기반 지역 정서를 무시했다는 것이 기사의 골자였다.
제주도라는 지역의 투자를 받고, 직간접적인 행정적 지원을 받아 성장했으면서도 지역 발전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은혜를 잊은 행동이고 또한 이를 방관하는 제주도 또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말도 덧붙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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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조금 다르다.
자유 경쟁의 자본주의 체제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했으니, 그 지역 발전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는 타당치 않다. 물론 지역으로부터 도움을 받았으면 반대 급부가 있어야 하는 것은 나름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여야 한다. 기업의 이윤을 무시하면서까지 희생만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이 한국을 기반으로 했으니, 그 영업에 사용하는 모든 물품이나 제품을 국산을 써야만 하는 것일까? 근대 국가 시절도 아니고 21세기에 말이다. 그렇게 해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요즘은 공정거래라는 분위기로 인해 같은 그룹의 계열사끼리도 임의 거래를 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자유 경쟁이나 입찰을 통해 물건을 납품하고 제품을 사용한다.
물론 해당 기사는 지역의 은혜(?)를 무시한 항공사를 질책하는 뜻에서였을 것이다. 실제 제주도민의 교통권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제주도는 제주항공 설립과 운영에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제주항공이 국제선 취항에 집중하면서 제주 노선에 관심을 덜해졌다고 제주도민은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속적으로 제주항공은 증자를 통해 제주항공 지배력을 키워왔고, 상대적으로 제주도는 제주항공 설립 당시 30% 가 넘던 지분이 몇 년 사이에 5% 아래로 줄어드는 등 소위 '말빨'이 먹히지 않게 되었다. 그 만큼 사소한 것 하나에도 서운해지고, 아쉽게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제주항공이 '제주'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한 말이다.
제주항공은 한국의 저비용항공사가 이렇게 성장한다라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제주도민의 아쉬움도 커지는 게 사실이다.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국제선을 강화하는 만큼 국내선에 소홀해지는 건 어쩔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제주항공이 동북아시아를 대표하는 저비용항공사로 성장하게 될 지, 또 그 과정에서 어떤 전략을 보여줄 지 관심이 크다. 다만 제주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이상, 이를 무시해서도 안될 것이고, '제주'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항공사라고 해서 무조건 제주만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요해서도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