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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비행시간 모자라면 악기상일 때 착륙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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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래바

얼마 전 영국의 플라이비 항공 소속 항공기 하나가 프랑스 파리 샤를르드골공항으로 접근하는 도중 기내 방송으로 다음과 같은 안내가 흘러 나왔다.

 

"저는 자격이 충분치 않아 샤를르드골 공항에 착륙할 수 없습니다"

 

다름아닌 항공기를 조종하던 조종경력 30년을 자랑하는 베테랑 조종사의 안내 방송이었던 것이다.

이 항공기는 결국 안개낀 샤를르드골공항착륙하지 못하고 바로 출발지인 영국 카디프로 되돌아 갔다.

아니, 이게 무슨 황당한 일인가?

아무리 당시 샤를르드골공항에 안개가 끼어있다손 치더라도, 조종 경력 30년의 베테랑 조종사가 자격이 충분치 않아 착륙할 수 없다니 말이다. 게다가 다른 항공기들은 아무런 문제 없이 순서대로 착륙하고 있었으니 더욱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항공기 종류에 따라 자격면허 달라..

자동차는 일반 크기부터 대형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차종별로 운전할 수 있는 자격이 다르다.  항공기도 마찬가지다.

항공상식 항공기 기장(機長, Captain)이 되려면 얼마나 걸릴까?

플라이비 항공의 Q400 기종

플라이비 항공의 Q400 기종

항공기는 그 종류에 따라 조종하는 시스템과 그 방식이 다르므로 자신이 조종해야 하는 항공기 종류가 바뀌면 그에 따라 기종 전환교육을 받아야 하며, 정해진 자격을 다시 취득해야 하는 것이다.

자동차 면허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자동차가 큰 차종 면허를 가지고 작은 차종을 운전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항공기 조종면허는 해당 기종 외에는 절대 조종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예를 들어 B747 항공기 조종 면허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보다 소형 기종인 B777 이나 B737 항공기를 조종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항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종류가 다양하면 다양할 수록 조종사 운용 효율성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각각의 항공기 종류에 맞춰 조종사도 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경우는 항공기 종류가 B737 단일 기종이어서 조종사도 이 기종에 해당하는 자격면허만 있으면 되고, 기종 전환을 위해 소요되는 교육이나 기간도 필요없어 효율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베테랑 조종사라도 해당 기종 비행시간 모자라면 낭패

그럼 위에서 언급한 플라이비 항공기는 왜 샤를드골공항에 내리지 못하고 다시 영국으로 되돌아 갔을까? 승객들에게 기내 방송으로 '자격이 없어 착륙할 수 없다.'라는 믿기지 않는 말을 하고서 말이다. 그것도 조종 경력 30년이나 된 베테랑 조종사가....

이유는 이렇다.

이미 언급했듯이 베테랑 조종사라 하더라도 조종하는 기종이 바뀌면 기종 전환교육을 통해 새로운 자격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해당 항공편 조종사는 이전에 조종하던 봄바디어 Q300 항공기에서 Q400으로 기종이 바뀌어 새로 자격면허를 취득했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새로운 항공기 자격면허를 취득하고 일정 비행시간 경력을 쌓기 전까지는 제한사항이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이 날씨가 나쁠 때 이,착륙 할 수 있는 기준이 강화되는 것을 들 수 있다.

안개는 비행기 운항에 치명적 제한을 준다..

안개는 비행기 운항에 치명적 제한을 준다..

예를 들어 특정 공항에 안개가 끼어도 550 미터의 시정만 확보되면 이착륙할 수 있는 조건이라 한다면, 이제 막 기종전환 교육을 마치고 바뀐 항공기종의 비행시간이 (예를 들어) 100시간이 되지 않으면 시정 기준이 1400미터로 바뀐다는 것이다.

비행시간을 100시간 넘긴 조종사는 550미터 전방이 보이면 이착륙할 수 있어도, 비행시간 100시간을 못채운 조종사는 1400미터 전방이 보여야 이착륙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새로 바뀐 기종에 대해 완벽히 체득할 때까지는 악기상 상태에서는 비행을 하지 않도록 해야하기 때문이다.

플라이비 항공편의 해당 조종사가 이에 해당했다. 비록 30년 비행경력이 있었어도 새로 바뀐 기종을 조종한 경력이 정해진 비행시간을 채우지 못했던 것이다.

그럼 이런 의문이 들것이다.

아니 그럼 샤를르드골 공항에 안개가 끼어 해당 조종사가 이착륙할 수 없는 조건이었는데 적합한 (비행시간 경력이 충분한) 조종사로 바꾸지 않고 자격이 부족한 조종사를 무작정 태웠단 말인가?

 

항공기 운항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날씨는 예측하기 힘들어..

항공사가 항공기 운항할 때 가장 민감하게 고려하는 것이 날씨다. 온도나 비(Rain) 등도 고려가 되겠지만 그중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이 시정 즉 시야 확보와 바람 방향, 세기 등이라고 할 수 있다.

항공상식 기상 악화, 항공기는 무슨 기준으로 띄우나?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되었다고 해도, 지구상의 기상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힘들다. 오죽하면 요즘 기상대에서는 장마기간 시작과 끝을 고지하지 않겠다고 하기도 하고, 비가 온다 안온다를 확률(퍼센트)로 나타내기도 하지 않는가 말이다. 그만큼 자신 없다는 얘기와 같다. 물론 기술적 한계인 이유가 크지만...

항공기상

마찬가지로 항공사가 도착지 공항의 기상을 미리 예측하고 안전한 상태에서 비행기를 운항시키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 예측이 맞지 않을 때가 있다.

분명 예보에는 시정이 2000미터 이상 확보되는 것으로 나왔지만, 실제 해당 공항에 접근할 때 시정이 1000미터 밖에 안되었다면 그 조종사는 공항에 항공기를 착륙시킬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비행시간 100시간을 채운 조종사에게는 시정 기준이 550미터 이므로 아무 문제없는 기상 조건이겠지만 말이다.

플라이비 항공사와 영국 항공당국(CAA, Civil Aviation Authority)은 당시 샤를르드골 공항 기상 상황이 Level2 였으나 기장이 가지고 있는 자격은 Level5에 불과해 착륙할 수 없었던 것이며 기장의 회항 판단은 옳은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매우 드문 일이지만, 충분히 일어날 개연성이 있는 일'이라는 의견도 덧붙혔다.

일반적으로 항공사들은 기상 조건이 조금만 나빠질 기미가 보여도 이런 자격 조건이 충분치 않은 조종사는 조종석에 앉히지 않는다. 해당 기종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한 조종사는 사전에 배제함으로써 안전하게 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에서처럼 착륙하지 못하고 회항이라도 한다면 승객 불편함, 비용 손실 등이 다량으로 발생하게 되기에 더욱 조심하게 된다..

관련 부문에 종사하며 느끼는 것이지만, 비행기를 띄우는 일이 옛날 천수답 만들어 놓고 농사지으며, 비 오게 해달라며 기우제 지내던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제발 비 오지 마라!  안개 좀 끼지 말게 해 주세요!  비나이다~~ ㅋㅋ'

언제쯤이면 날씨에 대한 정확한 예보가 가능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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