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컬럼

저비용항공 지연율, 높지 않다? (언론기사 반론)

마래바2014.09.10 13:29Views 1852Comment 2

저비용항공이 대세가 된 지금, 소비자로서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모 언론에서는 'LCC저가항공 오해와 진실' 이라는 기획 시리즈 기사를 내 보내고 있다. 항공업계에 종사하면서 공감하는 부분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어 소비자로 하여금 정확한 사실을 알게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근 기사 '저비용항공사는 항공기 지연이 잦다?' 라는 제목의 기사로 '각종 언론의 영향 때문에 저비용항공사의 지연율이 마치 더 높은 것처럼 오해를 사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언론에 오르내리는 횟수나 방송의 특성 때문에 소비자들이 더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예로 든 것이 (저비용항공) 항공편이 지연되는 사유가 대부분은 정비(부실) 사유가 아닌 공항혼잡으로 인한 '연결지연'이라는 것이다. 즉 저비용항공의 약점으로 인식되는 '정비 부실'이 저비용항공편 지연의 주 원인이 아니라는 얘기다.

< 기사 내용 중 일부 >
.... 또 항공기의 지연의 원인은 정비문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난 8월 한국공항공사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희국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선 지연 운항사유 1위는 공항혼잡에 따른 ‘연결 지연(A/C접속)’이었다. 이는 항공사가 출발 예정시간 안에 승객을 탑승시켰으나 공항 혼잡으로 관제탑의 지시를 기다리기 위해 활주로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발생한 경우다.

연결 지연은 전년 대비 40% 증가한 1만4544건을 기록했고 이어 태풍과 폭우 등 기상이변에 따른 지연 812건, 기체결함 등에 따른 기술적 정비(A/C정비)로 인한 지연은 412건으로 집계됐다. 기술적 정비로 인한 지연은 확률적으로 매우 낮다. .....

하지만 이런 생각은 공항, 항공기 동적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항공사가 제출한 '수치 자료' 만을가지고 판단한 오류에서 비롯된다.


최대한 가동율을 높여야 하는 저비용항공 특성 (출처: MBC 방송 캡쳐)

기본적으로 저비용항공의 특징 중 하나가 항공기 가동율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다. 항공기가 지상에 오래 체류하면 할 수록 수익성은 떨어진다. 비행을 마치고 다음 비행까지 공항에 머무르는 시간을 줄이면 줄일 수록 하늘에 떠 있는 시간이 많아지므로 수익성은 높아진다. 물론 승객을 그 만큼 확보했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보통 이렇게 항공기가 공항에 체류하는 시간을 그라운드 타임(Ground Time)이라 부른다. 보통 항공사들은 A319나 B737 같은 소형 제트 여객기의 경우 50분에서 1시간 정도를 이 그라운드 타임으로 운영한다. 하지만 저비용항공사들은 이 그라운드 타임을 심한 경우 30분 내외로 운영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전 항공편에 조금이라도 문제(정비든, 아니면 기상이든 혹은 사소한 승객 문제든 간에)가 발생해 지연되면 그 다음 연결편은 거의 반드시 지연된다고 봐야 한다. 일반 항공사들이 10-20분 지연되어도 그 다음 항공편 운항에 큰 지장을 주지 않지만 저비용항공사들은 그렇지 않다.

위 기사 내용 중 연결지연이 1만 4천 건이라고 언급되어 있는데, 그 사유가 전부 '공항혼잡으로 인한 연결지연' 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연결지연(Aircraft connection Delay)을 유발시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기상이나 정비다. 특정 공항에서 출발하려다가 기상이나 정비 문제로 지연되는 경우, 보통 지연 사유를 기상이나 정비로 집어 넣지만, 그로 인해 지연되는 이후 항공편의 지연사유를 그냥 '연결지연'으로 잡고 만다.

실제 원인은 기상이나 정비로 인한 것이지만, 수치 상으로는 그냥 '연결지연' 으로만 남는 것이다. 이것은 항공사들의 꼼수다. 자신들 지연 원인을 항공사 귀책이 아닌 '어쩔 수 없이 발생한 불가항력'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여기서 저비용항공의 큰 약점이 드러난다. 부족한 항공기 보유대수로 빡빡한 항공편 스케줄을 돌리다 보니 특정 항공편에 (기상, 정비 등) 문제가 생기면 그 다음 이후 편들은 줄줄이 지연된다. 심지어 하루 6개 구간 운항하는 항공편이라면 첫 편 지연으로 하루 종일 5편 모두 지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위 이미지처럼 빡빡한 항공편 스케줄에서 첫 편이 삐끗하면 그 이후 편은 줄줄이... ㅠ.ㅜ)

그러나 상대적으로 저비용항공사에 비해 일반 항공사의 경우는 조금은 더 여유롭다. 덜 빡빡한 항공편 스케줄과 경우에 따라서는 예비기 (만약을 대비해 지상에 대기하고 있는 항공기) 운영을 통해 불의의 상황이 벌어져도 그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비용항공사들의 항공기 지연은 상당부분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빡빡한 항공편 스케줄, 부족한 항공기 보유대수 외에도 정비 여건 부족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저비용항공 특성(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절대절명의 과제) 때문에 심지어 항공기 부품 마저도 각 공항에 비치하지 못하거나 부족한 상태로 운영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저비용항공사들은 반박하고 싶겠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항공기가 운항하는 모든 공항에는 비상 시를 대비해 부품을 확보해 놔야 한다. 하지만 이 또한 비용을 동반하는 것이기에 항공사들은 그 부품 종류나 수를 최소화하고 해당 공항의 다른 항공사로부터 필요한 부품을 빌려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저비용항공사들에게는 이 마저도 부담이고, 심지어 부품을 아예 확보하지 않거나 다른 항공사와 빌려 사용할 수 있는 (임차) 계약을 맺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해외 공항에서 항공기 정비 문제가 발생하면 간단한 수리(?)로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장시간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하는 것이다. 도저히 정비할 수 없는 큰 문제라면 대체 항공기라도 투입해야 하지만 저비용항공사들에게는 불가능한 얘기다. 항공편 스케줄에 비해 부족하기 짝이 없는 항공기 대수 때문이다.

'저비용항공에 대한 오해'라는 기사를 통해 항공 소비자들의 오해를 풀어주는 것은 매우 좋은 의도지만, 사실과 다른 기사는 소비자로 하여금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저비용항공은 값싼 항공권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소비자에게는 가장 큰 혜택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감수해야 할 희생의 몫이 분명히 있다는 걸 제대로 알리는 것이 언론의 몫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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