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컬럼

한일 간 영공통과료 징수 규모 차이 배경, 그리고 당국의 의무

고려한2019.10.08 17:00Views 371Votes 3Comment 1

  • 한일 간 영공통과료 징수액 규모 차이 커, 상대적 피해 주장 제기
  • 이용료 체계 등은 상이한 환경, 국적 항공산업 보호 등 복합적 요인 작용, 단순 인상이 해결책 아냐
  • 연구용역 시행하고도 본격 개선 검토하지 않은 문제점 제기돼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우리나라 항공 영공통과료 체계에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근거해 우리나라 항공사가 일본에 영공통과료 명목으로 지급한 금액이 2126억 원인데 반해 일본 항공사가 우리나라에 지급한 금액은 82억 2천만 원으로 심각한 불균형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항공기 중량 및 운항 거리에 따라 차등 부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ICAO 권고와는 달리 우리나라 영공통과료 체계는 정액제로 2007년 이후 아무런 개선, 변화가 없다고 비판했다.

 

영공통과료는 단순 통행료 아닌 '관제 서비스 대가'

영공통과료는 특정 국가의 영공을 통과할 때 지불하는 일종의 통행료다. 1928년 독일의 Samuel Schuwartz라는 사람이 자신의 집 위를 비행하는 루프트한자 항공기를 상대로 비용 지불을 요구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이것을 영공통과료의 한 개념으로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순하게 특정 상공을 통과하는 통행료라기보다는 정확하게는 해당 구간을 운항하는 과정에서 제공되는 관제 서비스에 대한 대가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이 요금을 '항행안전시설 사용료'라고 부른다. 실제 영공통과의 대가로 지불하는 영공통과료는 그 가운데 일부다.

우리나라 영공통과료, 정확하게 항행안전시설 사용료는 두 가지로 구분된다. 순수한 영공통과와 국내 공항 도착에 제공되는 관제 서비스 비용이다. 제트 항공기의 경우 영공통과 1회당 157,210원, 착륙 1회에 232,410원이라는 정액요금을 징수한다.

 

 

우리나라와 일본 영공통과료 차이 배경은 관제 서비스 넓이

그럼 왜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영공통과료가 정액제이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일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협소한 관제구역 때문이다. 일본 비행정보구역(FIR)은 우리나라 FIR 대비 10배 이상 넓다. 그 가운데 영토/영해 상공에 대해서 비행 1회 통과에 89,000엔, 나머지 해양 지역에 대해서는 16,000엔 영공통과료를 징수하고 있다. 관제 서비스가 해당 지역 비행하는 동안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볼 때 약 6배 넘게 요금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fir_korea_japan.jpg
노란색 부분이 우리나라 FIR, 검은색 지역이 일본 FIR

 

우리나라 역시 관제구역이 넓었다면 1회 영공통과료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졌을 것이나 협소한 관제구역 탓에 순수한 영공통과의 경우 정액제가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비싸게 책정했다면 우리나라 영공을 통과하는 비행편은 현재보다 훨씬 줄었을 가능성이 크고 그것은 결국 세금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출도착 항행서비스 인상,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 영향

문제는 영공통과료가 아닌 출도착 등에 제공되는 관제 서비스 요금이다. 일본은 출발 항공기 중량, 운항 거리별로 차등해서 부과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도착 항공편에 대해서만 232,410원 정액을 징수하고 있다. 대형 항공기 왕복 운항을 기준으로 할 때 일본은 약 700만 원(인천→나리타 항공편 207,700엔, 나리타→인천 항공편 417,500엔) 징수하고 있어 무려 30배 차이가 난다. 소형 항공기(B737) 경우에도 일본이 징수하는 서비스 요금은 약 15배 높다.1) 

그러면 우리나라도 관제 서비스 요금을 올리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올만하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한일 간의 항공편 규모를 생각하면 그 또한 쉽지만은 않다. 국적 항공사의 일본 취항 규모가 일본 항공사 한국 취항 규모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상하는 관제 서비스 요금 대부분은 국적 항공사가 지불하게 되며 일본 항공사가 지불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영공통과료) 요금 인상 시 항공사와 이용객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부담이 발생해 적극 대응하지 못한 면이 있다'라고 답변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한일 간에 발생한 영공통과료 차이는 단순히 그 규모만을 가지고 차별을 논하기는 어렵다. 제공하는 관제 서비스 규모나 항공편 수, 자국 항공산업 보호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연구용역 결과에 대한 개선 검토는 당국의 의무

그러나 세계 경제 환경과 항공산업 전반에 대한 변화는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다른 부문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관제 서비스, 영공통과에 대한 요금 체계 역시 지속 검토하고 개선해 최선의 것을 찾아야 한다.

지난 2011년,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관련 연구용역이 진행된 바 있으며, 환경변화와 현실성이 반영되지 않은 영공통과료 체계에 대한 개선 의견이 있었지만, 현재까지 관련한 후속 작업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물론 연구 용역 결과가 정답은 아닐 수 있으나 적어도 제기된 의문과 주장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 등 책임 있는 조치는 주무 당국에게 요구되는 의무일 것이다.

 

각주

  1. B777-200(MTOW 250톤), B737-800(MTOW 80톤)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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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 2019.10.8 20:20

    관제 서비스 단가를 설정하는데도 경제 원리가 적용되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관제 영역이 넓다면, 미국처럼 말이죠 그런 경우에는 자기 마음대로 단가 설정해도 항공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용할 수 밖에 없으니 대기업 독점 경쟁 이런 것과 크게 다르지 않네요.

    우리나라는 관제 구역이 협소하니 서비스 이용료가 비싸면 우회 비행하는 항공편들이 늘거고 그렇게 되면 관제 시설을 유지하는 최소 비용조차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것이라 무작정 높게 책정할 수만은 없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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