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컬럼

국내 저비용항공, 방법 바꾸지 않으면 망한다

마래바2012.10.20 09:10Views 5822Comment 2

제목이 좀 과격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현 상태로는 국내 저비용항공의 미래는 없다는 생각에 정한 제목이다.

얼마 전 국내 항공시장, 특히 저가 시장에 한바탕 폭풍이 몰아 닥쳤다.

그 주인공은 말레이시아 계의 저비용항공사인 에어아시아로 한국 노선 진출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인천-쿠알라룸푸르 노선을 취항하고 있기는 했지만, 항공 노선의 알짜배기로 알려진 한일 노선마저 에어아시아 재팬을 이용해 본격적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특히 본격적인 한국 취항을 기념으로 단돈 2천원에 인천-나리타 항공권을 판매해 시장에 큰 바람을 몰고 왔다.  심지어 다음 달(2012년 11월) 취항 예정인 부산-나리타 항공권을 3천석 한정으로 공짜로 풀기도 했다.

물론 한시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긴 하지만 국내 항공 소비자에게 비춰진 에어아시아의 이미지는 '어디서도 구하기 힘든' 저렴한 항공요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2천원 짜리 항공권 등으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에어아시아, 그리고 스폰서 프로축구팀 소속인 박지성

항공여행이 대중화되면서 이제는 항공여행이 더 이상 고급 이미지만은 아니다.

모처럼의 여행을 럭셔리하게 크루즈를 타고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고 어떻게 하든 값싸게 여행하고자 페리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항공여행도 마찬가지다.  특히 지구촌이 좁아지면서 항공기를 여행이 아닌 단순히 이동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점점 시장은 세분화되고, 고객의 요구와 조건은 다양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의 국내 저비용항공사의 가격 수준은 '저가'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다.  평균적으로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등 메이저 캐리어의 80% 요금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런 경쟁력으로도 잘 버티어 왔다.  왜?  경쟁자가 없었으니까.

대형 항공사는 더 이상 요금 낮출 수 없고, 아니 낮추지 않으니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이 굳이 항공요금을 더 낮출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나온 명칭이 '프리미엄'이다.  저가 항공권에 프리미엄이라는 명칭 붙히는 것이 어이 없지만 그들 속내를 보면 미루어 짐작, 이해할 수는 있다.  외국 저비용항공 시장 소식을 통해 5유로 짜리 항공권 등의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국내 항공소비자에게 대놓고 '저가' 항공권이라고 홍보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0원짜리 공짜 항공권까지 동원하는 과감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 동안 우리끼리 잘 살던 연못에 황소 개구리가 들이 닥쳤다.  우리끼리 적당히 경쟁하면서 나누어 먹었던 먹이를 이 놈의 황소 개구리가 몽땅 먹어치우게 된 상황이다.  힘을 키우지 않으면 안된다.  황소 개구리가 내 먹이를 빼앗아 먹으러 달려와도 먹이를 빼앗기지 않을 힘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 힘은 가격이다.

가격 앞에 장사 없다.  아무리 서비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도 싼 가격, 저렴한 요금 앞에서는 모든 걸 용서할 수 있게 된다.  아니 기대 수준을 내려 놓게 된다. 

  • " 에이~ 이렇게 싼 요금에 뭘 요구할 수 있겠어?  "
  • " 환불 안해 준다고?  "
  • " 에이~ 치사하지만 할 수 없지 뭐 ~~ "

지금까지 이 블로그를 통해 여러차례 언급한 것이지만,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이 가야할, 아니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것을 다시 한번 언급한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는 항공요금을 대폭 낮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입되는 비용을 줄여야 한다.  절대절명의 과제다.

우선 항공사 입장에서는 비용이 적게 드는 항공기재를 이용해야 한다.  가능하면 동일 기종을 운영해 정비사, 운항 승무원의 수를 줄여야 하고 신규 노선 공항 선정 시에도 작은 공항, 군소 공항 등을 이용해 착륙료, 주기료 등을 줄여야 한다.  비용적으로 항공기를 직접 소유하는 것이 좋으냐, 빌려서 리스(Lease)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좋으냐도 따져봐야 한다.

또한 서비스를 우선해서는 안된다.  서비스 생각하면 비용을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기내 서비스를 줄이기 위해 탑승 승무원 수는 법적 (최소한) 수준만 유지하고, 탑승구 직원을 따로 두지 않고 승무원이 직접 탑승 업무까지 해야 한다.  공항의 탑승수속 카운터도 가능한 없애고 승객 스스로 웹 체크인 등을 통해 미리 체크인 하게 해야 한다.  부치는 무료 수하물을 없애고 불가피하게 부칠 승객들은 인터넷에서 미리 요금을 지불하게 한다.

지금에 안주한다면 미래는 보장 못해!

정말 돈 되는 것 외에 다른 부문에 인력이 투입돼서는 안된다.  유료 서비스 등은 지속적으로 개발해 그에 걸맞는 요금 수준으로 책정하고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말 그대로 항공기에 탑승하는 것 외에 가능한 없애야 한다.  정말 싼 요금으로 아무런 서비스 없이 이동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항공기 이용 목적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환불 수수료를 책정하고, 사소한 비정상 상황에 대해서는 보상이나 배상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저비용항공사는 말만 저가가 아닌 실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값싼 항공권을 제공해야 한다.  물론 급하게 항공권을 구하는 이용자는 지금 판매하고 있는 요금 수준, 일반 항공사의 80% 정도 요금 수준으로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일반 항공사보다는 요금이 저렴하니 판매할 시장은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돈되는 서비스와 상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에어아시아는 그냥 비어가는 빈 좌석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고 두 좌석을 묶어 판매하는 방법을 통해 공석(空席)에서 수익을 만들어 내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항공, 특히 저비용항공을 이용하는이용자들의 그 기대수준을 낮추는, 아니 버리는 일이다.  저비용항공이 비용을 줄여 요금을 낮추는 '필요'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면, 항공 이용자들은 저비용항공에 대한 기대수준을 낮춰 '충분' 조건을 함께 만들어줘야 한다.

항공요금은 저렴하길 바라면서 서비스는 받아야겠다?  자본주의 환경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서비스가 있는 곳에는 비용과 요금이 있다.  싸구려 호프집에서 '여기 서비스는 없나요?' 라는 의미의 공짜는 없다.

요금이 저렴한 만큼 위험 부담은 커진다.  그걸 감수해야 한다.  비행기를 놓치는 경우에 항공권을 다시 사용할 수 없게 된다거나, 환불이 전혀 불가능한 위험 부담을 인정해야 한다.  몸 하나만 달랑 탑승하면 정말 (아주 저렴한) 기본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짐을 부친다거나 기내에서 뭔가를 먹어야 한다면 추가로 비용이 발생한다는 걸 받아 들여야 한다.  그리고 출발하고 도착하는 시설이 좋지 않은 군소 공항일 수 있으며, 거리도 시내에서 다소 멀어 교통편이 불편할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하고 감수해야 한다.

이런 부분을 인정하는 항공 이용자들이야말로 저비용항공의 싼 항공요금 혜택을 누릴 자격이 있다.  이런 불편한 부분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메이저 항공을 이용해야 한다.  다소 비싼 요금이지만 다양한 스케줄, 풍부한 무료 서비스와 문제 발생 시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배려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 우리나라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의 존폐, 미래가 걸려있는 중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외국계 저비용항공사가 지금보다 더 다양한 스케줄과 값싼 요금을 밀고 들어올 태세임에도 불구하고, '제반 유료 서비스를 감안하면 외국계 저비용항공사 요금이 결코 싼게 아니다.  지금 현재 국내 저비용항공 요금이 적당하다' 라는 식의 언론 플레이를 할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에게는 이제까지 유지해왔던 방식에서 벗어나 더 확실한 포지셔닝과 정체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에는 진정한 의미의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는 없다.  저비용항공사가 뭔지 보여주겠다." 는 에어아시아 회장 토니 페르난데스의 자신감을 그냥 귓등으로 듣다가는 국내 저비용항공사들,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남기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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