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컬럼

욕하면서 배운다 (라면상무, 빵회장 폭행 사건 즈음)

마래바2013.05.01 05:29Views 4858Votes 1Comment 1

욕하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다.

누가 한 말인지 모르겠으나, 인간 관계와 심리, 이로 인한 행태를 이처럼 적나라하게 표현하기도 쉽지 않다.

갓 시집 온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구박과 멸시를 당하면서 '나는 절대 저런 시어머니가 되지 말아야지' 다짐한다. 하지만 이런 다짐은 십중팔구, 아니 거의 대부분 지켜지지 못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멸시와 구박을) 당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런 행태를 배우기 때문이다. 어쩌면 당한만큼 갚아준다는 보상, 보복심리도 한 몫 할 수 있다.

요 며칠 인터넷을 시끄럽게 달구는 사건이 있다면 단연코 '왕 상무 라면 폭행'과 엊그제 발생한 '베이커리 회장 주차장 폭행' 사건이 그것이겠다.

항공기 안에서 서비스 받은 라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시비를 걸다 결국 승무원을 폭행한 모 대기업 왕상무 사건.. 결국 여론의 질타로 해당 기업은 사건 장본인을 보직해임했고, 본인은 스스로 사직서를 내고야 말았다. 올해 초 기업의 꽃이라 불리는 임원이 된지 불과 채 두 달도 되지 않아서 말이다.

그리고 호텔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을 옮겨 달라는 주차장 지배인 요구에 격분에 장지갑으로 때리며 10여 분간 난동(?)을 피운 모 베이커리 회장 사건도 벌어졌다. 아직까지 일말의 해명도 내 놓지 않고 있으며, 비난이 해당 기업 블로그에 집중되자 일방적으로 블로그를 폐쇄해 버린 상태다.

여론은 이들이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들(승무원, 주차장 지배인)보다 우월적 권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소위 '갑질 (갑으로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권력을 남용하는 행위)' 행위가 나타난 것이라며 사회적 갑을(甲乙) 관계에 대한 비난과 서비스 산업의 안타까운 현실을 쏟아냈다.

라면상무와 빵회장.. 이들은 악한 사람들일까? 정말 인간도 못되는 상식 이하의 사람들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자신을 돌아보자. 나 자신은 그런 행위 하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적어도 폭행을 하지는 않는다' 라고 항변할 지 모른다. 하지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비상식적인 행위와 사건은 이 사회에서 지금도 끊이지 않고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갑질' 은 '라면상무'나 '빵회장' 같이 번듯한 사회적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만이 하는 행위가 아니라는 얘기다. 어떠한 상황이든지 조금이라도 우월적 위치에 있다고 하면 나타나기 쉬운 것이 이런 '갑질'이다.

일반 샐러리맨, 서민들은 '갑질' 못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들이 '갑질'하는 상대는 대기업이다. 상당히 우습고 이해하기 힘들지만 사실이다. 동네 어귀 구멍가게에 가서는 맘에 들지 않는 물건, 서비스를 받아도 별 말을 안하고 넘어간다. 설사 '갑질' 한다고 해도 구멍가게 주인이 받아줄 리 만무하기 때문.

하지만 대기업을 상대할 때의 '갑질'은 상당한 효과를 거둔다. 해당 기업이 '을(乙)'은 아닐 지라도 해당 기업 종업원, 종사자는 철저한 '을(乙)'이기 때문이다. 해당 기업 종사자들은 '노예 서비스' 라고도 불리는 굴욕적인 서비스를 감내한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이런 생리를 잘 아는 소비자들은 조금만 맘에 들지 않으면 비상식적인 것으로도 불만을 쏟아내며 '갑(甲)질' 한다. 항공사 승무원이나 주차장 지배인 둘 다 대기업 소속이지만, 고객과의 관계에서는 철저히 '을(乙)'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라면상무'와 '빵회장'은 왜 그런 '갑질'하는 못된 인간일까?

예상컨대 이들도 '을' 입장에서 그 동안 받아왔던 '갑질'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다. 임원으로 승진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아픔을 겪었겠는가? 해당 기업 내부에서도 그 동안은 철저한 '을' 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갑'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또 빵회장은 중소기업으로서 여러군데 '빵'을 납품하기 위해 얼마나 머리를 조아리며 굴욕을 감내했을 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렇다면 이들의 행위에는 '욕하면서 배운다'는 표현이 매우 적절해진다. 그리고 보상심리, 보복심리에 근거한다는 주장에도 일부분 이해 가능하다.

이런 얘기 하기 뭐하지만, 항공사 직원들도 다른 곳, 즉 서비스를 하는 입장이 아닌 서비스를 받는 입장이 될 때는 '갑질'을 하거나 '진상' 고객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하면서 배운게 그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불만을 제기하면 상대방이 쩔쩔매고 아파할 지 너무나 잘 안다는 얘기다.

악순환이다. 

내가 일하면서 당한 것, 다른 곳에서 풀고.. 또 거기서 당한 사람은 또 다른 곳에서 분풀이 하고.. 말이다.

고객은 왕이다 라는 경영적 관점이 지나치다 보니, 왕이 아닌 사람도 왕처럼 대접해야 하고, 고객 스스로도 왕인 걸로 착각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갑질' 행위는 그대로 상대방(서비스 종사자)에게 전파되고, 이 사람은 또 다른 곳에서는 그 동안 끝없이 배워왔던 '갑질' 행위에 대한 유혹을 느끼게 된다.

이런 사회적 현상을 누구부터, 어느 단계에서부터 고쳐나가야 하는 지 마땅한 답을 내리기 쉽지 않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라는 논쟁과 의문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말을 내뱉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하고 말하는 한 숨의 여유, 그리고 내 입장 전부가 '선(善)'은 아닐 수 있다는 약간의 겸손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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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히 고객은 왕입니다. 하지만 그 왕이 폭정을 저지른다면 신하와 백성된 자 (이 경우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 혹은 기업)로서 폭군을 폐위시킬 수 있다는 것(서비스를 거부) 또한 당연시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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