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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비행근무시간과 항공편 지연 상관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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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한
  • 에어부산, 조종사 퇴근했다고 승객 배로 이동시켜?
  • 후속편 24시간이냐, 14시간 지연이냐 선택
  • 안전운항 위한 조종사, 비행근무시간·휴식시간 등 법적으로 엄격히 제한

지난 주말(3일) 국적 저비용항공사 항공편 운항·회항·지연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했다.

마카오행 에어부산 항공기가 도착 즈음 짙은 안개 때문에 인근 홍콩으로 회항했지만 재운항하지 못하고 승객들을 배편을 통해 마카오로 이동시켰다. 그 과정에서 승객들은 장시간 대기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일부 언론은 '기장이 퇴근해 배 타고 가야 했다'라며 자극적인 제목과 멘트로 기사를 전했다. 하루 근무시간을 초과해 어쩔 수 없었다는 에어부산 관계자의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에어부산 주장은 사실을 조금 왜곡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게 무슨 말일까? 근무시간 초과해 퇴근했다? 승객은 엉뚱한 공항에 내려놓고 책임자라는 조종사들이 자신들 근무시간 끝났다고 퇴근해 버렸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이는 항공기 안전운항을 위해 설정한 엄격한 법 규정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이런 일은 조종사 비행 스케줄 구성에는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조종사 수와 비행시간에 따라 휴식시간도 달라진다.

엄격하게 준수해야 하는 법이기 때문에 때로는 비행 중에 불과 20분 초과될 것을 우려해 항로를 변경해 화제가 되기도 한다.

항공 일상다반사 조종사 근무시간 때문에 비행하다 회항한 에어프랑스(2015/2/24)

 

조종사, 비행근무·휴식시간 법적 제한

기장, 부기장 2명으로 구성된 일반적 비행근무 형태에서 승무시간은 8시간이다. 여기에 비행 준비·마무리를 포함한 실제 비행근무시간이 결정되므로 정상적인 경우라면 10시간 정도가 비행근무시간이 된다.

하지만 때로는 천재지변, 정비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을 고려해 법에서는 최대 비행근무시간을 별도로 정해놓고 있다. 앞에서의 경우처럼 조종사 2명인 경우 최대 비행근무시간은 13시간이다. 이번 에어부산의 경우처럼 안개 등으로 회항한 경우에도 불가피한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에 2시간 연장 가능하다.

 

여기서 에어부산의 설명('하루 근무시간 8시간 초과할 수 없다')에 뭔가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부산을 출발해 마카오로 향하던 항공기가 홍콩으로 회항했고, 다시 마카오 기상 회복을 고려해 (에어부산 주장대로) 4시간 정도 기다렸다가 다시 마카오로 항공기를 띄웠어도 비행근무시간 규정에 위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해당 항공편(BX381) 스케줄과 홍콩 회항과 대기시간(4시간) 등을 고려해도 최종 마카오에 도착해 마무리됐을 때 조종사들의 총 비행근무시간은 11시간 이내였을 가능성이 높다. 승무(8시간) + 준비·마무리(2시간)에다가 비정상 상황으로 인한 연장 근무(2시간)를 포함, 최대 12시간 비행근무 가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해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에어부산은 기장을 비롯한 조종사는 퇴근(?)시키고 승객들은 배로 이동시켰을까?

 

후속편 추가 지연 방지를 위한 에어부산 선택

여기서 추측 가능한 시나리오는  그 후속편인 마카오 -> 부산(김해) 항공편(BX382)의 지연 최소화 의도다. 해당 항공기가 다시 부산으로 되돌아오는 항공편 출발시각은 원래 새벽 2시 5분(현지시각)이지만 이번 회항 영향으로 오후 4시 12분에야 마카오를 출발해 14시간 지연 도착했다.{1}

 

bx381_382.jpg

 

그렇다면 조종사 법적 비행근무시간에 지장이 없다는 이유로  마카오까지 바로 이동했다면 어떤 결과로 이어졌을까?

이후 조종사 휴식시간 고려하면 부산행 항공편은 오후 7시나 되어야 출발 가능해 3시간 추가 지연되는 상황이 된다. 겨우 3시간 더 지연되는 것 때문에 120여 명 승객들을 배로 이송시켰다니 말도 안 되잖아!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그것만이 이유였다면 비난을 받을 만하다. 자기들 사정만을 생각한 것이기 때문이다.

 

4시간 대기 후 이동했다면 후속편 꼬박 하루 지연

하지만 에어부산이 만약 ⓑ 방안을 실행에 옮겼다면 부산행 항공편은 아예 운항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3시간 추가 지연되면 부산 김해공항의 밤 11시 이후 커퓨(이착륙 금지) 조건에 걸려 착륙할 수 없기 때문이다.{2} 결국 에어부산은 방법 ⓐ를 통해 BX382편을 부산에 오후 7시 55분에 착륙시켰다.

물론 대체 조종사를 부산 혹은 다른 지역에서 마카오로 보내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것으로 추측된다.{3} 승객을 배로 이송시키는 비용이 추가로 발생했지만 항공기 운항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보다는 나은 방안을 선택한 것이다.

 

항공기 운항은 날씨는 물론 각 공항 사정, 승무원 법적 근무시간제한 등의 다양한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가능하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에어부산의 첫 해명(근무시간 8시간 초과해 운항 불가했다는 설명)이 정확한 것은 아니다. 마카오행 승객들을 위해서는 4시간 대기 후 승객과 함께 마카오로 항공기를 띄우는 것이 원칙이었겠지만 이후 (부산행) 후속편이 다음 날로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첨부 BX381_382_지연_시나리오.xlsx

 


  1. ^ 3월 4일 홍콩에서 오후 2시 34분에 출발해 2시 54분 마카오에 도착했으며, 승객을 태우고 BX382편으로 오후 4시 12분 부산으로 출발했다.
  2. ^ 예상 도착 시각이 밤 12시이기 때문에 적어도 꼬박 하루(24시간) 지연은 불가피했다.
  3. ^ 마카오, 홍콩 모두 에어부산이 취항하고 있기는 하지만 퀵턴(Quick-turn) 형태이기 때문에 체류 중인 여유 조종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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