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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재떨이 있는 비행기는 구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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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래바

벌써 아득한 얘기처럼 느껴지지만 불과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항공기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에도 담배는 그리 환영받는 기호식품은 아니었다. 특히 비흡연자들에게 담배는 고역이었고, 흡연자들에게도 남이 피우는 담배는 환영받지 못했다. 

그 당시 일부 흡연자들은 자신이 담배를 피우면서도 금연좌석을 요청하곤 했다. 10여 시간동안 어떻게 흡연욕구를 참을까 궁금했다. 하지만 항공기를 탑승해보면 바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평소에는 금연석에 앉아 있다가 담배 피우고 싶을 때 항공기 뒷부분 흡역구역 쪽으로 가서 담배를 피우곤 했다. (얌체짓이었지..)

오죽하면 예전 조종사들은 비행 중 식사 시간 이후에는 항공기 무게 중심이 뒤로 쏠리는 것을 느꼈을 정도라고 농담반 진담반 이야기하곤 했다. 금연석에 앉아있던 흡연자들이 식사 후에 습관적으로 담배를 피우기 위해 항공기 뒷쪽 흡연구역으로 한꺼번에 이동했기 때문이었는 것이다.

항공기 금연의 역사는 미국으로부터 시작됐다. 1971년 유나이티드항공은 항공좌석 중 일부 구역을 금연(Non-Smoking)좌석으로 운영했다. 하지만 담배회사와 항공사는 금연석 지정 부당성과 해악성에 대해 끊임없이 논쟁과 다툼을 지속했다. 미 항공당국조차도 기내 금연구역 지정을 금지했다가 1984년 다시 금연구역 지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번복과 갈등이 이어져 왔다.

본격적으로 항공기 금연이 시작된 것은 1988년 4월 23일, 미국 정부가 법으로 비행시간 2시간 이내 국내선에 한해 전면 금연을 시행하면서부터다. 그러던 것이 1990년에는 금연 항공편이 6시간 이내 노선으로까지 확대되었다. 하지만 모든 항공편에 대해 금연이 실시된 것은 2000년이 되어서였다.

유럽에서는 스칸디나비아항공(SAS)가 1989년 처음 일부 노선에 대해 금연을 시작했고, 우리나라도 비교적 항공편 금연을 일찍 시작했는데, 1988년 3월 1일대한항공이 국내선에 대해 전면 금연을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1999년 3월 28일 당시까지 흡연히 허용됐던 6시간 이상 노선인 유럽과 미주 항공편에 대해서도 금연정책을 적용함에 따라 전노선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되었다. 아시아나항공은 1995년 1월 1일, 전노선 금연을 선언했었다.

 


비논리적인 안내와 시설물?

 

이 사진에서 재미있는 점을 찾아보자. 눈치빠른 분이라면 벌써 '어?' 하고 의문을 가질 것이다. 기내 화장실(Lavatory) 문에 '금연(No-Smoking)'이라고 떡 하니 안내 붙혀 놓았는데 바로 그 아래 '재떨이'가 설치되어 있다. 이건 뭐?

우리나라 항공사들도 2000년 이후에는 기내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지금도 가끔 항공기를 타 보면 화장실(Lavatory)에 혹은 좌석에 재떨이가 장착된 것을 볼 수 있다. 벌써 15년이나 지났음에도 아직 이런 비행기가 있다는 것은 금연 정책 이전에 도입한 비행기라는 것인가? 그래서 금연 안내문은 나중에 붙힌 것이기에 이런 비논리적인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인가?

물론 일부 항공기는 금연정책 시행 이전에 도입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항공사(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평균 기령이 10년 이내라는 점을 볼 때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아직까지 화장실에 재떨이를 설치한 항공기를 도입하는 이유는 다른데 있다. 법적인 문제 때문이다. 미국 항공법에는 항공기 기내시설 기준 설치 규정이 있는데, 이 규정(14 CFR 25.853)에서는 화장실에는 필수적으로 재떨이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으며, 좌석의 경우에도 언제 다시 흡연정책을 시행할 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재떨이를 설치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85년 3월 29일 법제화)

(f) Smoking is not to be allowed in lavatories. If smoking is to be allowed in any other compartment occupied by the crew or passengers, an adequate number of self-contained, removable ashtrays must be provided for all seated occupants.

(g) Regardless of whether smoking is allowed in any other part of the airplane, lavatories must have self-contained, removable ashtrays located conspicuously on or near the entry side of each lavatory door, except that one ashtray may serve more than one lavatory door if the ashtray can be seen readily from the cabin side of each lavatory served.

 


항공기내 설치되어 있는 재떨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이 규정이 1999년 1월 1일부 효력을 가진 것으로 미국의 경우 2000년 이후 전면 금연정책 시행에 대한 부분을 반영하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덕분(?)에 최신 기종인 B787도 재떨이는 여전히 장착되어 나오고 있다.

왜 그럴까? 왜 FAA는 현재 기준으로 쓸모없는 해당 규정을 수정하지 않는 것인가? 이 규정 제정 당시 FAA 내부에서는 이런 논의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아무리 흡연을 제한한다고 해도 규정을 어기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적어도 기내 화장실 만큼은 재떨이를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내려졌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설득력있는 논리다.) 지금도 여전히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거나 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은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물론 좌석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있는 금연 공간에서 흡연할 사람은 없으므로 좌석에 대해서만큼은 의무화하지는 않고 있지만 가능성이 있다면 좌석에도 재떨이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항공사의 입장에서는 금연정책이 시행된 지 10여년이 더 흐른 지금에 와서 다시 흡연시절도 복귀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보고, 최근에 출고되는 적어도 항공기의 좌석 팔걸이에 대해서는 재떨이를 장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결론적으로 항공기 화장실(Lavatory)에 재떨이 설치는 필수적이다. 좌석에 재떨이 설치는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말이다. 따라서 화장실 재떨이는 당연한 것이고, 좌석의 경우에도 재떨이가 설치되어 있다고 해서 꼭 구형이거나 오래된 비행기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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