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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80 생산 중단 소식과 B747 점보기 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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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한
  • 초음속 여객기 대체안으로 개발되었던 B747 항공기, 점보라 불리며 50년 비행
  • 탄생 10여 년만에 퇴장하는 초대형 A380 항공기와 대비
  • 시대 흐름에 기막히게 들어맞아 성공한 B747과 엇박자로 실패한 A380

1969년 2월 9일, 세상은 상상할 수 없었던 거대 항공기와 마주하게 되었다.

보잉(Boeing)이 개발한 대형 항공기 B747의 첫 비행이 있었던 날이다. 올해는 B747 항공기가 첫 비행을 시작한 지 꼭 50년을 맞이하는 해다.

가격도 운용 비용도 높은 대형 항공기이면서도 현재까지 1500여 대 생산된 빅 히트작으로 B747 항공기는 항공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보잉'하면 'B747' 항공기를 떠올릴 정도로 보잉을 대표하는 명성높은 항공기지만 사실 보잉은 당초 B747 개발에 그리 심혈을 기울이지는 않았다.

1960년대 국제 항공 노선에서는 B707이나 DC-8 등 1950년대 개발된 150석~200석 여객기가 주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당시는 항공 경쟁 자유화 이전 시대로 비교적 고가의 항공요금 등으로 인해 이 정도 규모 항공기로 수요를 감당하기에 충분했다.

그렇지만 항공업계는 장차 다가올 대량 수송시대를 직감했고 당시 세계 최대 항공사 중 하나였던 팬암항공(Pan Am) 설립자 주앙 트립(Juan Trippe)은 1965년, 보잉에 기존 항공기의 크기 2배 정도인 약 400명 승객이 탑승할 수 있는 초대형 항공기 개발을 요청했다.

 

B747 항공기 공개 Rollout
B747 항공기 공개

 

하지만 당시 보잉은 1963년 미국 정부 주도로 추진했던 250석 규모의 초음속 여객기(SST) 개발에 주력하고 있었다. 주앙 트립 팬암 CEO가 요청하는 초대형 항공기 개발에 전력을 기울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 보잉은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취했다. 초음속 여객기(B2707) 개발은 그대로 진행하면서도 당시 미 공군 전략 수송기 계획으로 진행하며 축적했던 대형 수송기 기술을 이용하면 또 다른 초대형 화물 항공기 개발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화물기로 활용할 B747 개발을 결정했다.

1960년대 중후반, 미국에서는 환경론자들을 중심으로 초음속 여객기 개발 반대 여론이 일기 시작했고, 민간 항공기 개발에 정부 자금이 투입되는 것을 문제 삼았다. 당시 베트남 전쟁과 우주 로켓 개발 등에 막대한 비용이 지출되면서 1971년 미국 정부는 마침내 초음속 여객기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중단했다.

이렇게 되자 이미 100여 대 초음속 여객기 선주문을 확보했던 보잉은 화물기로 개발 중이던 B747 항공기를 여객기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방향을 선회했다. B747 항공기를 상징하는 2층 구조, 조종실 위치 등은 애초 B747 항공기가 화물기를 콘셉트로 개발된 것임을 알려주는 흔적이다.

항공칼럼 미완의 보잉 초음속 여객기 개발과 그 뒷 이야기(2011/6/5)

보잉은 B747 항공기를 개발하는데 단지 28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초히트 항공기로 명성을 얻게 될 하늘의 여왕 B747 점보기는 이렇게 초음속 여객기의 대체안에 불과했던 입장이 180도 바뀌며 단번에 주역이 되면서 단기간에 개발되었다.

 

팬암의 B747
B747 항공기 최초 도입·운용한 팬암

 

문제는 판로였다. 개발을 끝내고 1970년 상용 운항에 들어갔지만 주문량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애초 대형 항공기 개발을 요구했던 팬암항공 외 다른 항공사들은 너무 거대한 이 항공기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대로 사그러질 뻔했던 B747 항공기 수요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킨 기회가 다가왔다. 다름 아닌 미국 항공시장 경쟁 자유화였다. 1978년 미국에서 항공권 가격이 자유화되면서 요금은 하락하기 시작했고 항공사들은 많은 승객을 실어나르며 단가를 낮출 수 있는 대형 항공기에 눈을 돌렸다. B747 항공기는 이런 시대적 흐름에 부응했고 또 이후에는 오히려 항공요금 하락을 주도하는 항공기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여기에 항공 안전 정책이 강화되면서 엔진 4개 짜리 항공기 B747은 날개를 달게 된다. 1960년대부터 1980년까지 미 연방항공청(FAA)과 유럽 항공안전청(EASA)은 엔진 2개 쌍발 항공기에 대해 한 개 엔진만으로 비행 가능한 시간을 제한하는 ETOPS 정책을 도입했다. 이렇게 되자 태평양 횡단 등 장거리 항공편의 경우 기존 엔진 2개짜리 항공기로는 직항이 곤란해졌고 삼발 혹은 사발 항공기 수요가 증가했다.

후에 클래식 점보라고 불리게 된 초기형 B747 항공기 생산은 652대로 종료되었다. 보잉은 1989년 비행 성능과 효율성을 개선하고 조종사 2명만으로 비행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대폭 개량한 B747-400 생산을 시작했다. B747-400 항공기는 이후 694대가 생산되면서 명실상부하게 대표적인 초대형 항공기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다.

 

B747 항공기를 가장 많이 주문한 항공사는 일본항공(Japan Airlines, JAL)으로 총 113대를 운용했다. 에어버스 초대형 항공기 A380 최대 고객이 에미레이트항공이었다면 보잉 B747 최대 이용 항공사는 일본항공이었다.

일본항공은 수백 명을 실어나를 수 있는 이 거대 항공기를 증편이 어려웠던 오사카나 홋카이도 등을 도쿄와 연결했다. B747SR(Short Range) 기종이 일본항공에 특화되었던 개량 기종이었다. 무려 550명까지 실어나를 수 있었던 이 항공기는 520명 사망해 단일 항공기 사고로 세계 최대 참사로 기록된 일본항공 123편 추락사고(1985년)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항공상식 사상 최악의 항공사고 Top 10(2011/2/3) 

 

에어버스의 A380 거대 항공기 개발 소식에 보잉은 기존 B747-400을 개량한 B787-8 기종을 2005년 선보이며 대응했다. 동체 길이를 5.7미터 연장하고 승객, 화물 탑재량을 증대시킴과 동시에 연료 소비를 억제해 항속거리를 대폭 증가시켰다.

하지만 대형 항공기 수요는 이미 하강 곡선을 탄 상태였다. 2007년 초대형 항공기 A380이 등장했을 때 대중은 그 크기에 환호했지만 이미 항공기 시장은 장거리, 중형 항공기 방향으로 개편되고 있었다. B747 항공기에 대해서는 항공 경쟁 자유화, 안전정책 강화 등의 환경이 우호적으로 작용했지만 A380 항공기는 그 자체 성능과는 관계없이 시장이 우호적이지 않았다.

세계 경기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침체에 빠졌다. 기업과 개인 모두 긴축으로 돌아서면서 여행 수요는 급감했다. 한번에 500-600명 씩 실어나를 수요가 없었다. 거대한 항공기 몸집 탓에 운항 가능한 공항 역시 제한적이었다. 일부 혼잡한 대형 공항에서는 대량 수송 가능한 A380 항공기를 반겼지만 대부분 공항은 시설을 증설하거나 재공사를 해야 하는 탓에 부담이 늘었다.

항공칼럼 A380 초대형 항공기 미래, 밝지 않아(2014/12/16)

 

B747-8 대한항공
대한항공 B747-8

 

거기에 중대형 항공기인 B787 드림라이너처럼 장거리 비행 가능하면서도 효율성 높은 항공기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엔진 2개를 장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성능 향상 덕분에 태평양 횡단 등 장거리 운항에 아무런 장애를 느끼지 못했다.

저비용항공시장 확대는 초대형 항공기에는 더욱 악재였다. 초대형 항공기는 허브와 허브를 연결하는데 탁월한 효율성과 잇점을 자랑했지만 세계 항공시장은 허브 앤 스포크(Hun and Spoke)에서 포인트 투 포인트(Point-to-Point)로 전환되며 효율성이 높거나 중소형 항공기를 더 선호했다.

에미레이트항공을 제외한 다른 항공사들은 A380 항공기 소량 구입하는데 그쳤고 그나마 구매 약속을 취소한 항공사도 잇달아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급기야 최대 고객이었던 에미레이트항공마저 A380 주문을 취소하면서 2021년 마지막 인도를 끝으로 생산을 중지한다는 결정에 이르게 되었다.

항공소식 초대형 항공기 A380, 2021년 생산 중단(2019/2/16)

 

보잉이 아직 B747 항공기 생산을 이어가고 있지만 주문량은 크게 늘고 있지 않다. 그나마 애초 개발 콘셉트였던 화물 시장에서의 수요 덕분에 2010년대 들어서는 연 10대 정도의 주문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업계에는 B747 기종 역시 빠르면 2022년 경에는 생산이 중단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돌고 있다.

 

b747_first_s.jpg
B747 항공기 1호기

 

화물기로 개발되다가 비록 초음속 여객기 대체안으로 여객기로 전환·개발되었지만, B747 항공기는 탄생 후 50년 동안 세계 민간 항공기 시장에서 '점보'라는 이름으로 대형 항공기 대명사로 불리며 그 위상과 명성을 한껏 드높였다. 

시대가 바뀌어 거의 동시에 세계 항공시장의 주역의 자리에서 물러나고 있지만, 반세기 동안 당당하게 명성을 쌓았던 B747 항공기가 축복 속에 마무리되는 것과는 달리, 탄생한지 불과 10여 년만에 생산 중단 소식을 전한 비운의 A380 초대형 항공기의 퇴장 모습에서 시대 변화와 적응의 중요성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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