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컬럼

아시아 항공사고 다발은 '처벌 두려워 보고 안하기 때문'

마래바2015.07.15 14:03Views 1040Votes 3Comment 0

항공사고는 일반 다른 교통수단 사고와 달리 치명적이다.

조종사의 사소한 실수나 착각, 정비사의 안일함 등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지곤 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시아권 국가들의 문화가 항공사고를 불러온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1997년 대한항공 801편 괌 추락사고의 원인 중 하나를 조종실의 소통부재와 경직된 계급 문화를 꼽기도 했을 정도로 단순한 실수나 착오가 아닌 그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아시아 국가들의 항공사고는 바로 이 '처벌을 두려워 해 보고를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인도 최대 항공사인 제트항공(Jet Airways) B777 항공기가 지난 해 비행 중 760미터 급강하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고를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 조종사는 비행 중 태블릿으로 다른 짓을 하고 있었다. 며칠 후 다른 익명의 제보자에 의해 밝혀지지 않았다면 영원히 모르고 넘어갈 뻔한 일이었다.

flight_climb.jpgICAO 에 따르면 아시아에서의 항공기 이륙 횟수가 2013년에 3,920만회에 달했으며, 유럽은 3,566만회, 미국은 5,149만회를 기록했다. 최근 10년간 가장 급격하게 성장한 항공시장이 바로 아시아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시아 국가들은 이런 호황 시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하늘과 땅에서 벌어지는 각종 위험과 사고에 대해 눈을 감으려 한다는 사실이다. 작은 사고나 위험에 대해 눈을 감으면 머지 않은 장래에 큰 사고로 돌아온다는 것이 뼈저린 교훈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의 처벌이 무서운 것이다.

항공 안전에 있어 후진적이라는 인도네시아를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5년 동안 인도네시아에서 300만편의 항공기 운항이 있었다. 이 기간 동안 인명 피해를 일으킨 '심각한 항공사고'가 28회 발생했다. 호주의 경우에도 비슷한 항공편 운항 횟수에 5회의 '중대한 항공사고'가 있었다.

단순히 사고가 많고 적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사망이나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 사고'에 대한 보고(ICAO 규칙상 보고 의무가 있음)가 인도네시아에서는 5년간 13건이었던 반면 호주는 58건이었다. 또한 보고할 의무가 없는 '가벼운 사고'에 대한 보고는 인도네시아는 5회, 호주는 74회였다.

'심각한 항공사고'가 훨씬 많은 인도네시아가 '가벼운 항공사고'가 적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고 건수가 적은 것이 아니라 사고,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보고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air_crash.jpg

실제 두 항공기가 불과 3미터 정도 거리에서 충돌할 뻔한 사고가 있었으며, 승객이 계단으로 하기하는 중 다른 항공기의 엔진 후폭풍에 계단이 날아가 버린 일 등이 가루다항공의 보고를 통해 나중에 알려지기도 했다. 물론 ICAO 에는 보고되지 않았었다.

중국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2013년까지 5년간 발생했던 중국 항공사고 보고 건수는 미국의 6%에 그쳤다. 매우 낮은 건수지만 외국 당국의 관할 하에 있는 국제 항공편의 사고나 사건을 ICAO 에 보고한 횟수는 국내선의 9.3배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어느 곳에서는 비슷한 항공사고나 사건이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중국 국내에서 발생하는 사고, 사건의 상당수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는 결론이다.

실제 ICAO 자료에 따르면 과거 5년 동안 상용 항공편에서 발생한 '사고 보고(Reporting) 건수'는 아시아가 84건으로 유럽의 356건, 북미의 145건보다 크게 낮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발생한 '치명적인 사고'는 아시아에서 31건, 유럽에서 12건, 미국에서 6건이었다. 

aircrash.jpg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항공사고를 일으켰거나 일으킬 뻔한 일에 대한 처벌이 엄격한 편이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에는 엄격한 처벌보다는 예방에 촛점을 맞추어, 사고 10일 이내 보고하면 항공사 직원의 처벌을 면제해 주는 미 연방항공청(FAA) 고발제도 등 보다 자유롭게 사고, 사건에 대한 보고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고발제도는 1979년 이후 약 100만 건의 고발을 처리했다. 지난 해에만 4,565건의 사고보고가 있었다. 

< 항공사고로 인한 사망자 (2008 ~ 2013년) >
  • 아시아(호주대륙 제외) : 1,188명
  • 아프리카 : 738명
  • 유럽 : 428명
  • 라틴아메리카 : 355명
  • 북미 : 66명

 

항공사고, 준사고, 사건에 대해 책임과 잘못을 무작정 면제해 주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 잘못이 상당부분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면 환경과 제도를 고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처벌은 그 다음이라는 얘기다. 처벌이 두려워 자신의 잘못(실제로는 환경과 조건 때문에 발생했더라도 조종사나 항공사 직원의 잘못으로 여기는 분위기)을 쉽게 드러낼 수 없다면, 또 다시 같은 실수, 같은 사고가 재발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ICAO 항공사고, 사건 보고 통계상 이것이 극명하게 보여준다. 보고하지 않으면 문제를 알 수 없고, 문제를 알 수 없어 개선하지 못하면 더욱 큰 사고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항공사고 #아시아 #ICAO #사고보고 #보고 #준사고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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