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컬럼

저비용 항공사, 이대로는 생존 힘들어 (저비용 항공 생존전략)

마래바2008.10.27 04:45Views 15685Votes 2Comment 0

항공업 특히, 항공사의 비즈니스 특징 중의 하나가 현금 흐름 (Cash Flow)이 좋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상품은 물건 구매와 동시에 현금(Cash)이 확보되나, 항공사의 경우 상품이라고 하는 운송 단계가 이루어지기 전에 이미 요금을 선납해야 한다.

마치 아파트 신규 분양받고 입주하기 전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과 비슷하다.

장부상에 수익을 내고도 부도를 맞는, 소위 흑자 도산을 당하는 제조업 등과는 달리 현금 흐름이 대단히 좋다고 할 수 있다.  즉 고객으로부터 돈을 먼저 받고, 상품을 나중에 제공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우선 활용할 수 있는 현금의 활용 능력이 뛰어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2008년 10월 17일) 우리나라 저가 항공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한성항공이 그 운항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물론 잠시라고 하지만 벌써 두번째 운항 중단인 셈이다.

그 이유는 적자액 누적으로 인한 경영난으로 더 이상 항공기 운항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 동안 영업으로 인한 누적 적자액이 270억원에 이르고, 지상 조업사 등 협력사에 지불해야 할 비용 10억여원과 직원 급여 2개월분 16억여원도 밀려있는 상태라고 한다.

그리고 이미 운항하던 김포, 제주, 청주 공항에서의 사무실 임대료, 착륙료 등을 지불하지 못해 통장마저 가압류되어 있는 상태여서 앞으로 흑기사가 나타나지 않는 한 구제 대책마저 요원한 상태다.

 

 

왜 이런 상태까지 몰렸을까?

가장 큰 이유는 한성항공 자체의 자금 동원능력 부족이라고 알려져 있다.

현재 고유가, 고환율로 인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다른 저가 항공사나 대한항공 등 메이저 항공사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그러나 같은 저가항공이면서도 애경, 제주도라는 후원자가 있는 제주항공과는 달리 한성항공은 든든한(?) 물주가 없는 상태여서 비용 조달이 원활치 않은 것이 주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현금 흐름이 좋다고 하는 항공사가 이 정도 상황까지 몰렸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항공업계의 경영환경이 최악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현재의 상황은 항공사 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이 위기상황인 것만은 틀림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런 현금 동원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 말고도 더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원인이 있을 것 같다.  무엇일까?

개인적 판단을 전제로 경영난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지나치게 저렴한 항공권 운임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라고 할 수 있다.

아니 !!!  저가항공사가 저렴한 항공권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저가 항공사라 할 수 없는데, 이 무슨 훼괴한 소린가?  

물론 저가 항공사는 저렴한 항공권이 주 무기이자, 경쟁력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일반 항공사에 비해 최대 70% 이상 저렴한 항공운임이야 말로 최대의 무기인 것이다.

대한항공 서울-제주 요금이 평일 84,400원인데 비해, 제주항공은 58,800원, 한성항공은 51,900원 일 정도로 매우 저렴하다.  특히 한성항공은 탄력 요금제를 운영해 심지어 19,900원 짜리 항공권을 판매하기도 했다.

이 얼마나 경이적인 요금인가?  메이저 항공사에 비해 최고 70% 이상 저렴한 항공권이라니 말이다.  항공 소비자들에게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요금이라 아니할 수 없다.

여타 다른 나라들의 저가 항공사도 마찬가지로 저렴한 항공권을 최대 무기로 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저가 항공사들의 문제점 중의 하나는 저렴한 항공운임만을 무기로 삼는다는 점에 있다.  다른 무기가 전혀 없다.

항공사들의 이익 분기점 (Break Even Point) 을 이야기할 때, 흔히 탑승율을 거론한다.  즉 항공기에 승객이 몇 퍼센트 탑승했느냐는 것이다.  통상 70% 내외를 이야기하나, 항공사마다 여건이 다르고, 세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으므로 구체적인 수치는 알 수 없다.

그럼 한성항공은 현재의 요금체계로 얼마만큼의 탑승율을 거두어야 흑자 기조를 이어갈 수 있었을까?  정확한 내막이야 알 길 없으나 저렴한 항공운임을 감안한다면 기존의 70% 탑승율을 훨씬 상회해야 가능한 것일 것이다.

평균 탑승율 70% 를 기록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나마 성수기라고 하는 주말이나 여름 휴가철에는 80-90%의 탑승율을 기록하기도 하지만, 비수기나 주중에는 그보다 훨씬 낮은 탑승율을 기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저렴한 항공권만을 가지고 흑자를 내기란 쉽지 않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인건비가 매우 저렴하거나 연료비가 혁명적으로 싸지지 않는 바에는 말이다.

 

다양한 저가 항공사들

다양한 저가 항공사들


현재 우리나라의 저가 항공사들은 국제선 취항을 안정적 운영의 목적지로 삼는 것 같다.  국내선은 어짜피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해 기본자격을 취득한 후 국제선을 취항하고자 하는 속내일 것이다.

 

국제선을 운영하게 되면 곧바로 현재의 적자를 면해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까?

그러나 국제선 취항이 곧 수익 안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경쟁자가 많아질 수록 항공운임은 하락할 것이고, 가격 경쟁은 결국 누군가 희생자를 요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에 돌입하게 되면 결국 유리한 것은 대기업이다.  자금 동원능력이 뛰어난 메이저 항공사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국제선을 운영한다고 해도 현재의 상황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합리적인 예상일 것이다.

현재 한성항공의 상황은 단순히 한성항공만의 문제는 아니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영남에어 등 모든 저가 항공사가 직면하거나 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그럼 저가 항공이 저가 항공사로서 저렴한 운임 이외에 가져야 할 무기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저가 항공사가 Low Cost Carrier 라는 이름이라는 것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Low Fare Carrier 가 아닌 것이다.

 

 

         불필요한 서비스를 없애, 비용을 줄여야..

 

음료 주문받는 승무원 (사우스웨스트)

음료 주문받는 승무원 (사우스웨스트)

저가 항공사들은 탑승율을 높이는 노력과 아울러 기존 메이저 항공사들과 같은 운영방식은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철저하게 기존 항공사들이 하는 (비용은 투입되지만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은) 서비스는 없애야 하는 것이다.  음료 서비스는 물론 신문 등 부대 서비스는 과감히 없애거나 최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항공사 운영에 있어 연료비 다음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비용은 인건비다.  조종사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기내 서비스를 위해 추가로 탑승하는 객실 승무원은 법적 규정을 충족하는 수준으로 최소화해야 한다. (현재 법적 규정은 승객 50명당 객실 승무원 1명을 요구한다.)

또한 예약 담당 직원을 없애고, 공항에서도 탑승수속 직원도 불필요하다면 과감히 줄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항공기 탑승 승무원도 지상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업무까지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항공소식] 저가항공사(라이언 에어), 공항 체크인하면 요금내 ! (2008/01/28)

이렇게 꼭 필요한 서비스만을 제공하고, 직원을 최소화함으로써 비용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 

 

 

         부대 수익을 극대화해야..

 

그러나 비용 절감이라는 것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예를들어 지나친 인건비 절감은 항공기 안전 운항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연료비라는 것도 임의대로 조절할 수 없는 외부 환경이므로 절감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면 남는 방법은 한가지, 서비스와 직원을 줄임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노력과 아울러 수익을 늘려야 한다.   그렇지만 저가 항공사로서 이미 항공운임을 인상할 수는 없다.  올리는 즉시 더 이상 저가 항공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항공운임 수익 외에 다른 방면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항공사는 항공 운송을 위한 기본 서비스 외에 나머지는 유료화해야 한다.

승객의 불만이 걱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부분은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고객들도 저가 항공사에게 부가 서비스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서비스를 기대하는 순간 항공 운임이 인상되는 것이다.  그럴려면 차라리 모든 부가 서비스가 항공운임에 포함되어 있는 기존 메이저 항공사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유럽의 라이언 항공의 경우는 가격이 심한 경우 1파운드도 안되는 항공권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전체 좌석이 1파운드 가격은 아니다.  적어도 몇 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하고, 환불할 수도, 항공편을 바꿀 수도 없는 제한이 있는 항공권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격인 것이다.

이를 통해 항공사는 예약을 바꾸고 싶거나 포기하는 사례를 통해 부가 수익을 올린다.  물론 고객들도 철저한 준비만 한다면 1파운드 짜리 항공권을 원하는 대로 잘 이용할 수 있다.

저렴한 항공권 대신, 무료 수하물을 없애고 음료나 신문 등은 유료로 바꾼다.  만약 기내 식사도 필요하다면 유료로 바꿔 원하는 승객에게만 제공한다.

 

 

또한 항공권 가격이 싼 만큼 페널티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한성항공 등 현재 국내 저가 항공사들의 운영은 일반 메이저 항공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환불도 자유로워 예약을 부도내도 약간의 수수료(벌금?)만 지불하면 가능하다.  또한 항공편과 날짜를 제약없이 바꿀 수도 있다.

이래서는 저가 항공으로서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저가 항공사라 할지라도 항공권 가격을 다양화해야 한다.  일반 항공사 가격의 30% 수준부터 70-80% 수준의 항공권까지 다양화하고, 저렴한 항공권일수록 제한을 많이 둬야 한다.  비교적 고가 항공권을 제외한 저렴한 항공권은 환불이나 변경 등은 아예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조종사, 정비사 등 필수 인력을 제외한 인력은 과감히 줄여야 한다.  영업 인력은 과감히 줄이고 판매망을 인터넷 등으로 한정해야 하고, 공항 인력은 인터넷 탑승수속 등을 통해 최소화해야 한다.

공항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탑승수속과 수하물 접수가 대표적인데, 이를 줄이기 위해서 수하물은 유료화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항공기 한편을 띄우기 위해 필요한 탑승수속 카운터를 적어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  고객들이 짐이 없다면 굳이 탑승수속 카운터로 갈 필요없이 인터넷으로 배정받은 탑승권을 가지고 바로 항공기 탑승구로 가, 탑승하면 되기 때문이다.

 

 

         항공기종 단일화로 불필요한 비용 없애야..

 

운전 면허에도 보통, 대형, 특수면허가 필요하듯이, 항공기를 조종하는 조종사들도 해당 기종의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조종사만이 기종별로 면허를 취득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항공기를 정비하는 정비사들도 기종마다 면허를 별도로 취득해야 한다.

 

사우스웨스트, 단일 기종 B737

사우스웨스트, 단일 기종 B737

그래서 항공기의 종류가 다양해질 수록 조종사와 정비사는 그에 비례해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조종사나 정비사의 활용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으며 그에따라 비용 또한 증가한다.

 

저가 항공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경우는 항공기를 보잉 737 기종으로 단순화해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조종사는 물론 정비사의 수를 과감히 줄일 수 있어 그만큼 비용또한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저가 항공사들은 ATR 이나, Q400 등의 기종을 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제주항공은 B737 기종을 도입했다.  다분히 국제선 운항을 위한 포석으로 보이지만, 제주항공이 B737 을 주력 기종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기존 터보 프롭 기종은 매각 등을 통해 처분하는 것이 좋다.

기종이 다양해질 수록 이에 투입되는 비용 또한 증가하기 때문이다.

 

 

         고객도 저가 항공에 걸맞는 기대를..

 

저가 항공은 말 그대로 항공운임이 저렴한 항공사를 의미한다.  이런 저가 항공이 미래에도 유용한 항공교통 수단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용객들의 몫이 크다.

즉, 저가 항공사가 비용 절감, 수익 확대라는 노력에 아울러 고객들은 저가 항공에 걸맞는 서비스를 기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비교적 저렴한 외국 항공사를 놔두고 상대적으로 비싼 대한민국 국적 항공사를 이용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심리적으로 편하기 때문이다.  기내에서 승무원을 부를 때도 골치아픈 영어를 써야 할 이유도 없고, 한국 사람인 만큼 편안하고 자유롭게 서비스를 요구할 수도 있다.

게다가 한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식사를 제공하기도 하고, 외국 여행 시 안내 등 상대적으로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강점이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모든 한국인들이 국적 항공사를 이용하지는 않는다.  영어에 비교적 자유롭고, 굳이 한국식 음식이 필요치 않으며 외국에 도착해서도 자유롭게 입출국할 수 있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항공 운임이 저렴한 외국 항공사를 이용하는 편이 좋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우리가 저가 항공사를 이용할 때, 일반 항공사에서와 같은 서비스를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아니 해서는 안된다.  저가 항공사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미래에도 저가 항공사가 살아남아 저렴한 항공운임을 이용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연료비용과 인건비가 전체 비용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항공사, 특히 저가 항공사를 미래에도 여유롭게 이용하기를 원한다면, 저가 항공사의 과감한 결단과, 그에 따른 고객들의 인내심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번 한성항공의 운항 중단은 향후 저가 항공이 나아가야 할 길을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경고일 수 있다.

(200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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