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륙 직전 항공기 비상구 문이 열렸고 그대로 착륙한 사건으로 세계 민간 항공기 운항 역사상 비행 중 비상구 문이 열린 첫 사례로 기록됐다.
개요
제주를 출발해 대구공항에 접근, 착륙을 진행하던 중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250미터 상공에서 갑자기 항공기 비상구가 열렸다. 한 남성(33세)이 갑자기 항공기 비상구를 열었던 것이다. 항공기는 보완 조치를 할 틈도 없이 착륙했고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열린 문으로 들이친 강한 바람에 일부 승객들은 과호흡 등을 일으켜 병원으로 이송, 치료를 받았다.
항공편
발생 개요
2023년 5월 26일 오전 11시 58분 제주공항을 이륙해 대구공항에 접근 중이던 아시아나항공 소속 8124편 여객기에 탑승(31A) 중이던 30대 남성 A씨가 착륙 직전(12시 37분 경) 약 700피트 상공에서 비상구(L3)를 열었고, 항공기가 문이 열린 채 착륙하는 사건이 발생했다.[1]
다행히 추락 등이 없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탑승객 가운데 12명은 호흡 곤란, 구토 등이 발생해 구급대를 통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항공기 문 개방 관련 기술적 의견
항공기가 일정 고도 이상에서 비행 중에는 내외부의 압력 차이 때문에 비상구 문을 사람의 힘으로는 열 수 없다. 이 사건의 경우 착륙 직전 고도 250미터 정도였기 때문에 기체 내외부 압력 차이가 줄어든 상태여서 열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상황이 발생했던 시점이 낮은 고도였기 때문에 기체 내외 압력 차이가 크지 않았다 할지라도, 당시 비행기 착륙 속도(시속 약 270km 내외)를 감안하면 실제적인 내외 압력 차이는 상당히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기도 했다. 이 경우 문을 여는데 상당한 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기체의 구조적인 결함도 의심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이것은 비상시 항공기 문을 작은 힘으로도 열 수 있게 해주는 장치(Actuator)가 작동하여 열린 것이다.
소형 기종 가운데 날개 위에 있는 비상구(Overwing Exit)는 항공기가 지상에 있을 때만 수동으로 열 수 있는 '비행 중 잠금장치(Flight Lock)'가 적용되어 있다.
사건 조사
국토교통부는 비상구 문이 열린 사고와 관련해 항공안전감독관 4명을 대구공항으로 보내 항공기 정비 이상 유무, 대체기 운항 등을 조사했으며 기체 결함은 없었던 것으로 보았다. 조사 대상에는 승무원의 안전수칙 이행 여부 등도 포함되었다.
국토교통부 중간조사 결과
- 12시 37분: 이 모씨, 대구공항 착륙 직전 상공 약 213미터(700피트)에서 비상 출입문 개방
- 12시 38분: 기장, 객실 승무원으로부터 해당 보고 접수 (비상 출입문 개방 사실만 인지)
- 12시 42분, 이 모씨, 벨트를 풀고 뛰어내리려 시도 → 승무원과 승객들이 저지 (당시 이 모씨가 문을 개방한 사실 목격하지 못했음) →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며 지상직원에게 보호 요청
- 13시 1분, 이 모씨, 지상직원에게 비상구 문 개방하면 어떻게 되느냐 질문 → 수상하게 여긴 지상직원의 보고를 통해 경찰 신고 → 이후 관제탑 등 관계기관이 상황 인식[2]
범인 처벌
사건을 일으킨 범인은 30대 남성이며 그가 앉은 좌석(31A)은 열린 비상구(L3) 최근접 좌석, 이른 바 비상구 좌석이었다. 목격자에 따르면 이 남성은 "시간이 다 됐는데 왜 도착 안하느냐"며 소리를 지르며 문을 열었다. 뛰어 내리려는 행동을 했고 승무원과 승객이를 저지했다.
경찰은 비상구를 임의 조작한 이 남성 A씨를 긴급 체포했다. 실수로 인한 조작이었는지 고의성이 있었는 지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항공보안법에 의하면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법원은 "범행이 중하고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3]
대구 동부경찰서는 이 모 씨(33세)에게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에 재물손괴(슬라이드 이탈 수리비 6억 원) 혐의를 추가해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2023년 7월 13일 열린 첫 공판에서 피의자 이 모씨는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했지만 범행 당시 정신질환을 앓는 등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하며 재판부에 정신감정을 신청했다.[4]
2023년 10월 26일, 항공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남성 이 모씨(30대)에 대한 대구지법 제5형사단독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6년을 구형했다.[5]
2023년 11월 21일, 대구지법 형사5단독 재판부(정진우 부장판사)는 이 모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보호관찰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등을 명했다. 재판부는 정신감정 결과 조현병 가능성에 최소 5년 진료가 필요하다는 검사 결과를 종합했다고 밝혔다.[6]
2024년 3월 6일, 대구지검 공공수사부는 A씨를 상해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출입문 개방으로 승객 15명에게 적응장애 등 상해를 가한 혐의다.[7] 2024년 11월, 대구지법은 다른 승객을 다치게 한 혐의(상해)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을 양형에 반영했다.[8]
항공사 처벌
국토교통부는 아시아나항공의 당시 대응이 부적절했다고 판단, 아시아나항공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동시에 시정 조치 및 불법행위 발생 방지를 위한 개선 권고 처분을 내렸다.[9]
논란
승무원 역할 미흡
승객이 비상구 문을 열기까지 아무도 제지하지 못했다며 승무원의 업무 수행 미흡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착륙을 위해 승객은 물론 승무원까지 좌석에 앉아 좌석벨트를 착용해야 하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대응하기는 불가능하다는 반론이 제기되었다.
범행 과정 인지 미흡
해당 승객이 비상구 문을 여는 것을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으며 범인으로 판단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단지 문이 열리고 뛰어내리려는 행동을 정신적 충격을 받은 돌발행동으로 판단, 승무원과 다른 승객이 제지해 '보호'했던 것이며 항공기가 멈추고 정상적으로 하기했다. 승무원은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니 돌봄이 필요하다'며 지상직원에게 인계했고 아시아나항공 직원과 함께 공항 1층 대기실에 머물다 '승객이 비상구 출입문을 열면 불법이냐, 출입문 레버를 누르면 어떻게 되느냐' 등의 질문을 하자 이를 수상히 여긴 직원이 사무실로 함께 이동한 후 오후 1시 20분경 경찰에 신고했다. 항공기가 멈춘 후 약 40분이 지난 시점이었다.[10]
항공사 측이 최초에는 승무원과 승객이 범인의 행동을 제압해 추가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식으로 미화해 발표했으나 이는 사실과는 다른 것이었다.
승무원 탑승 규정 논란
관련 법에 따른 항공기 좌석 50석 당 객실승무원 1명 탑승 규정으로는 (특히 200석 미만 소형 기종에서는) 모든 비상구를 승무원들이 담당하기 어렵다.
비상구는 말 그대로 비상 사태 시 탑승객 탈출을 위해 작동 방법이 어렵게 하거나 잠궈둘 수가 없다. 결국 승무원의 통제권 안에 있도록 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다. 그러나 모든 비상구를 승무원 통제 하에 두려면 A321-200 기종에도 8명을 탑승시켜야 하는 비현실적인 방안이 나올 수밖에 없다.
비상구 좌석 유상 판매 논란
일부에서는 과거와 달리 비상구 좌석을 '유상'으로 '아무에게나' 판매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건을 일으킨 이의 좌석이 31A로 비상구 좌석에 해당한다. 이 주장 속에는 수익성을 위해 안전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의 핵심이 비상구 좌석 유료 판매에 있지 않다. 어떤 이유에서든 해당 좌석이 있는 한 배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유상이든 무상이든 비상구 좌석을 배정할 수 있는 승객은 법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유상 판매 자체가 사고의 원인라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은 국내선에서 비상구를 판매하고 있지 않으며 해당 범인도 당일 현장에서 신체 건강한 젊은 남성이기 때문에 비상구 좌석으로 배정되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해당 승객이 비상구 좌석 배정에 적절한지 확인하지 않았거나 사전 안내를 실시하지 않는 등 관련 절차 수행에 소홀했다면 사건/사고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건 여파
28일,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 에어서울은 해당 기종(A321-200)의 비상구 좌석 가운데 안전벨트를 풀지 않고도 손이 닿는 비상구 좌석의 판매 및 배정을 중단했다. 다른 항공사들도 관련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토교통부는 "각 회사가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어 강제적 조치는 없을 것임을 알렸다.[11]
해당 항공기에 탑승했던 소년체전 선수 가운데 2명은 정신적 충격 등으로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12]
국토부는 해당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비상문, 슬라이드 등 3개 부문 피해 손해액을 6억4천만 원으로 산정했다.[13]
국토교통부는 비상구 좌석 배정 대상을 소방관·경찰관·군인에게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대상 기종은 승객이 비상구 좌석에 앉아 조작할 수 있는 A321, A320, B767 기종으로 한정했다. 주로 아시아나항공 계열 항공사가 운용하고 있는 기종이다. 2023년 7월 31일부터 적용되며 적정 승객이 없을 경우 공석으로 유지한다.[14][15][16][17]
국토교통부는 2023년 11월 28일, '항공운송 사업자의 항공기 내 보안요원 등 운영지침일부 개정 규칙안'을 행정예고 했다. 이륙 전 안내방송에 기내 흡연과 전자기기 사용, 승무원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와 함께 '탈출구·기기 등의 (임의) 조작'을 '형사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포함하도록 했다.[18]
소송
2024년 9월 5일, 대구지법은 아시아나항공이 32살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7억 2702만8729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19]
기타
2019년에도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가 이륙해 상승하던 중 비상구 문을 열려고 하는 승객의 돌발 행동으로 인해 다시 인천공항으로 긴급 회항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항공기는 항공기 중량을 줄이기 위해 약 2시간 선회하며 연료를 소모한 후에 착륙했다. 비상구 문이 열리지는 않았지만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다시 되돌아온 것이었다.[20]
참고
각주
- ↑ 아시아나 비행기 문 열린 채 착륙 … 일부 승객 병원(2023.5.26)
- ↑ 사상 초유 ‘문 열림 사고’…아시아나항공, 관제에 보고도 안 했다(2023.6.14)
- ↑ ‘항공기 문 개방’ 30대 구속…법원 “도주 우려 있다” 판단(2023.5.28)
- ↑ 대구공항 착륙 여객기 비상문 개방 30대 정신감정 신청…심신미약 주장(2023.7.13)
- ↑ 승객 197명 태운 항공기서 출입문 연 30대에 징역 6년 구형(2023.10.27)
- ↑ 착륙 중 항공기 문 연 30대 집행유예 … 심신미약 인정(2023.11.23)
- ↑ 대구공항 착륙 전 항공기 출입문 연 30대 상해 혐의 추가기소(2024.3.6)
- ↑ 공항 착륙 전 항공기 출입문 연 30대, 승객 상해혐의도 집행유예(2024.11.8)
- ↑ '문열림 사고' 아시아나 대응 부적절했다(2023.9.27)
- ↑ '아시아나 문열림' 30대, 기내선 '보호대상'→착륙 후 '피의자'(2023.5.30)
- ↑ 아시아나, 비상구 좌석 전면 판매 중단(2023.5.28)
- ↑ '공포의 착륙' 항공기 탑승 제주선수단 2명 결국 출전 포기(2023.5.28)
- ↑ '아시아나항공 개문 비행' 비상문 수리비 6억4000만원 추산(2023.6.9)
- ↑ 국토부 “소방관·경찰관·군인에 항공기 비상문 옆좌석 우선 배정 추진”(2023.7.13)
- ↑ 항공기 비상구 좌석 소방관·경찰·군인에 우선 배정(2023.7.13)
- ↑ 대한항공 승객은 ‘비상구 좌석’ 평소처럼 예약하면 된다?(2023.7.16)
- ↑ 항공업계 “제복공무원 우선 배정 환영하지만 공석은 경쟁력 저하”(2023.7.17)
- ↑ "항공기 비상문 함부로 열면 안돼요"…이륙 전 의무 안내방송(2023.11.28)
- ↑ 착륙 중 비상구 개방 사건 … 7억 원 손해배상 판결(2024.9.5)
- ↑ 비행 중 비상구 문 열려 해, 아시아나항공 긴급 회항(2019.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