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902편 피격 사건
1978년 파리를 출발해 서울로 비행 중이던 대한항공 소속 902편 항공기가 항법장비 이상으로 소련 영공에 침범했고 소련 전투기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다행히 무르만스크 인근 얼어붙은 호수에 비상착륙했지만 피격 과정에서 2명이 사망했던 사건이다.
개요
1978년 4월 20일, 프랑스 파리 오를리공항에서 이륙해 서울 김포국제공항으로 비행 중이던 대한항공 902편 항공기(B707)가 내부 항법 장비 이상으로 원래 중간 경유지인 앵커리지공항 방향이 아닌 소련 영공으로 진입했다. 이를 소련 수호이 전투기가 무장 공격을 감행해 기체 일부가 파손당했지만 항공기는 다행히 무르만스크 인근 코르피야르 호수에 불시착했다. 피격 과정에서 탑승자 2명이 사망했다.
사고편 현황
세부 경위
파리 오를리공항에서 이륙해 미국 앵커리지공항에서 착륙, 재급유를 받은 후 김포공항을 향할 예정이었다. 파리에서 출발한 항공기는 항공기는 북극에서 400마일 떨어진 캐나다 공군 얼러트 기지 상공을 통과한 후 갑자기 방향을 급히 바뀌면서 앵커리지공항 방향이 아닌 소련의 무르만스크 쪽으로 향했다. 조종사와 항법사는 태양의 위치를 인지하지 못했고 나침반과 실제 경로 차이를 잘못 계산하는 바람에 항공기가 급히 방향을 바꾼 것이었다.
항공기는 바렌츠해 상공을 통과해 소련 영공에 진입했다. 소련 공군은 이를 미 공군 정찰기 RC-135로 판단해 수호이 Su-15 전투기를 출격시켰다. 소련 측에 따르면 당시 항공기는 전투기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투기 조종사는 상관에게 해당 항공기가 군사적으로 위험하지 않은 민간 여객기인 것으로 보고했지만 소련 당국은 격추시킬 것을 명령했다.
발사된 2발의 R-60(몰니야) 미사일 가운데 하나가 항공기 왼쪽 날개에 적중했고 기체 일부도 파손됐다. 이때 발생한 파편에 의해 한국인, 일본인 승객 2명이 사망했다. 뚫린 기체 구멍 때문에 기내 압력이 급강하하자 조종사는 5천 피트 고도로 급강하했다. 다행히 항공기는 조종 가능한 상태였고 또 다른 수호이 전투기의 유로로 얼어붙은 코르피야르 호수에 불시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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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원인
항법 장치 이상, 조종사의 착오 등으로 인한 항로 이탈의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고, 소련 당국의 무모한 공격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사고 이후
당시 대한민국과 소련은 수교 관계를 맺지 않았고 냉전 시대 상황 속에 상호 적대국이었다. 미국이 대리 협상에 나서 사고 발생 이틀이 지난 후 승객들은 핀란드 헬싱키를 거쳐 귀국했다. 기장(김창규)과 항법사(이근식)는 소련 당국에 억류되어 조사를 받았고 사고 원인에 대한 부분을 인정한 후에야 귀국할 수 있었다.
소련 당국은 대한민국에 10만 달러 배상금을 청구했다.
사고 항공기 조종사 김창규 기장은 얼어붙은 호수 착륙이라는 매우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이유로 국제 조종사 협회에서 최고의 조종사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잘못된 판단으로 소련 영공에 진입하는 등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을 피하지는 못했다.
기타
이 사건이 발생한 지 5년 후 대한항공 007편 여객기가 소련 수호이 전투기에 격추 당해 탑승자 269명 모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