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올리고 있는 순간에도 수 많은 항공기가 하늘을 날고 있다.
공항에서는 수 많은 항공기들이 정해진 시간에 출발하기 위해 승객을 태우고, 짐을 실어나르며 준비에 한창일 것이다.
서울 시내 교통 수단, 특히 버스에 대한 불만 중 하나가,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약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그나마 버스 운행간격이 일정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도 않으면 '버스가 지금 막 다녀갔는지', '금방 올 것인지' 모른다는 것이 불편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고자 버스 운행상황을 정류장마다 전광판을 통해 보여주는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항공기 스케줄은 고객과의 약속 |
항공기 스케줄은 고객과의 약속이다.
정해진 시간에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것은 고객과의 기본 약속인 것이다. 고객은 이런 항공사의 약속을 믿고 운송을 맡기는 것이고, 항공사는 그에 상응하는 (정시 운항을 비롯한 여러가지 의미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런 의미로 약속한 출발시각을 지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항공사들의 약속 이행률 (정시 운항률) 은 대단히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아시아 권에서 양 항공사가 톱을 다투는 수준이다. 정시율은 통상 출발 예정시각을 기준으로 15분 이내에 출발하면 정시에 출발한 것으로 간주한다.
정시율 90% 라고 하는 것은 이런 조건 하에서 전체 항공편의 90% 이상이 정해진 시각에서 15분 이내에 출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위 링크의 글을 보면 알겠지만, 아시아나 유럽권 항공사들은 출발 정시율을 기준으로 한 반면, 미주 항공사들은 도착 정시율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 놓았다.
미국 항공사, 정시 도착을 더 중요시.. |
"너 왜 이렇게 늦었어?" 선생님이 지각한 학생을 꾸지람한다.
"집에서는 일찍 나왔는데요... 도중에 길이 막혀서 그만..."
집에서 일찍 출발했다는 것만으로 지각한 것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있을까?
학교에 제 시간에 도착하는 목적은 정해진 학과 시간을 지키기 위해서다. 즉 학교 등교(도착) 이후의 스케줄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해진 등교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제 시각에 항공기가 도착해, 다음의 일정을 무사히 소화해야 하는 고객과 마찬가지로, 항공사도 항공기가 제 시각에 도착해야, 다음 항공편 운항에 차질을 주지않아 이후 항공편도 제 시간에 운항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미주 항공사들은 항공기 운항 정시율을 측정함에 있어서 출발 정시율보다는 도착 정시율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더 중요시 하고 있다.
아마도 미주 항공사들은 항공기가 제 시간에 도착해 그 다음 일정을 무리없이 진행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고객과의 약속을 지킨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도착 정시율을 중요시 여기는 것이 아닐까?
고객은 정시 출발에 피부적으로 민감해.. |
그럼 왜 아시아나 유럽권 항공사들은 도착 정시율 대신에 출발 정시율을 중요시하고 있는 것일까?
항공기의 운항 특성 상, 도착 시각 보다는 출발 시각이 눈에 도드라진다는 점과 함께 항공기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항공기의 출발시각에 맞추기 위해 부지런을 떨며 준비해 공항에 나오는 만큼 출발 시각을 예민하게 느낀다는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이것은 고객의 편의를 진정으로 고려한다기 보다는, 고객이 예민하게 느끼는 출발시각을 집중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출발 지연으로 인한 불만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더 큰 것이 아닐까?
항공기가 예정된 시각을 지켜 출발하는 것보다, 예정된 시각에 맞춰 도착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이전 포스트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일부 공항들은 항공기가 출발하기 위해 Push-Back(항공기 바퀴가 뒤로 굴러가는) 시점부터 항공기가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순간까지 최장 1시간이 넘는 경우도 많다.
항공소식 항공기 이륙하기까지 한 시간이나 걸려? (2008/01/18)
즉, 항공기가 이륙을 위해 공항 활주로에서 한 시간 가까이를 기다리는 공항이 많을 정도로 공항 등 외부환경은 항공기 정시 운항에 작지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항공기가 비행 중에 발생하는 기상 등의 문제로 항로를 바꿀 수도, 항공기 속도를 늦추거나 빨리하는 것도 앞뒤 항공기 비행 간격 때문에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예정된 도착시각을 맞추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출발과 도착,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
항공기는 운항함에 있어서, 승객의 다음 일정에 차질을 주지 않도록 정시에 도착하는 것이 정시에 출발하는 것보다는 훨씬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출발이야 어쨌든 약속된 시각에 도착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러나 항공기 정시운항이라는 것이 출발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의 일반적인 느낌과 조금이라도 출발이 늦으면 조급해하고 불안해하는 승객들의 성향을 고려한다면 출발 정시율 또한 그 중요성이 낮다고 말하기 어렵다.
게다가 항공기 도착이 조금 늦더라도 자신의 일정에 차질을 주지 않으면 지연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도 항공사로 하여금 출발 정시율에 더욱 집착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하겠다.
'아! 이 비행기 제 시간에 출발하네?' 하는 고객의 느낌이 중요할까? 아니면 '제 시간에 도착해 다행이다. 다음 일정에 차질을 주지 않으니 말야!' 라는 고객에게 주는 실질적인 이익이 중요할까? 원론적으로 생각하면 해답이 간단할 것 같지만, 현실세계에서는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은 것이 문제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항공기 운항에 있어서 출발시각을 지키는 것이 중요할까요? 출발시각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더라도 도착시각을 지키는 것이 중요할까요?
( 2008년 9월 22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