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행속도 측정 피토튜브 덮개 벗기지 않고 이륙 감행한 말레이시아항공
- 다행히 무사히 비상착륙하며 인명피해 없었으나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
- 2018년 사고에 대한 호주 당국의 최종 조사 보고서 발표
호주 교통안전국(ATSB)는 16일, 4년 전 브리즈번에서 발생한 말레이시아항공 134편 여객기(A330-300) 사고와 관련된 최종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의 이륙 및 그에 앞서 잠재적으로 존재했던 치명적인 오류가 많았음을 알려주었다. 사고의 결정적 이유는 피토튜브(Pitot Tube)의 덮개를 벗기지 않은 것이었다.
지난 2018년 7월 18일 승객과 승무원 229명을 태운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KUL)로 향하기 위해 호주 브리즈번공항(BNE)을 출발했다.
ATSB 사고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푸시백(Push-back) 시점에 항공기의 피토튜브 3개의 덮개를 벗기지 않은 상태였다. 피토튜브는 대기의 공기 흐름을 감지해 항공기 비행 속도를 측정해주는 장비다. 벗기지 않은 덮개 때문에 속도를 측정할 수 없었던 항공기는 계기상에 비현실적인 낮은 속도를 나타내며 빨간색 경고 표시를 보냈다.
조종사들은 충분한 속도가 나오지 않았다면 이륙중단이라는 조치를 취해야 했지만 그들은 항공기 속도를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주관적인 생각으로 이륙을 감행했다. 항공기는 지상 11,000피트 상공까지 상승했지만 여전히 조종실 계기판의 항공기 속도는 제대로 측정되지 않았다. 조종사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원인을 알지 못했다.
할 수 없이 항공기는 비상선언 후 항공교통관제(ATC)의 도움을 받으며 브리즈번공항에 안전하게 착륙했다.
앵거스 미첼 ATSB 국장은 "비행 전 피토튜브 덮개가 씌워져 있는지 여러 번 확인하는 데 실패한 것이나 정확한 활주속도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이륙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브리즈번공항에서는 주변 환경을 고려해 말벌 등이 피토튜브에 날아들지 못하도록 항공기가 지상에 있는 동안에는 덮개를 씌우도록 하고 있다. 일상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루틴한 작업을 놓친 것이 이번 사고의 주 원인이었다.
하지만 이륙 과정에 있어서 두 조종사 사이의 불확실성, 압박, 비효율적인 의사소통 등은 자칫 더 큰 사고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었다. 기장으로서 문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공유하지 않아 부기장의 대응이 늦어졌다.
사고 이후 말레이시아항공은 조종실에 피토튜브 덮개 등과 관련된 플래카드를 두어 항공기 출발 전 반드시 확인하는 절차를 추가했다. 하지만 몇 해 전인 2014년 MH17편 추락사고와 MH370편 실종사고를 낸 바 있는 말레이시아항공에 여전히 안전불감증이 사라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