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고 쌀쌀해지면 비행기가 공항을 이착륙하거나 비행함에 있어, 날씨가 더울 때보다는 비행하는 데 비교적 좋은 조건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비교적 운항하기 괜찮은 날씨인 겨울에 항공기 운항의 발목을 잡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눈(Snow)이다.
그래서 항공업계는 겨울철이 되면 바짝 긴장하게 된다. (물론 여름철에는 태풍이나 비 때문에 긴장하긴 하지만...)
12월 겨울, 성탄절이 다가오면 연인과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고 싶은 아련한 추억이 떠 오른다. 하얀 눈 내린 거리를 밟으며 함께 걷는 그 길은 행복하고 낭만적인 장면을 만들어 주곤 한다.
항공 분야에서 눈은 골치거리일뿐..
이렇게 낭만적일 것만 같은 눈(Snow)이 교통 분야에 있어서 만큼은 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눈 내리는 풍경은 아름답지만 눈으로 인한 교통 체증과 녹으면서 보이는 풍경은 그리 아름답지 못하기 때문이다.
눈 쌓인 채 운행하는 자동차
항공 교통분야에 있어서도 눈은 하등의 도움이 되질 않는다. 활주로에 눈이라도 쌓이게 되면 아예 비행기 이착륙이 금지되기도 하고, 공항 내 지역에서 벌어지는 화물 적재라든가, 항공기 이동이라든가 하는 작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작업들보다 결정적으로 항공기 운항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은 항공기에 쌓인 눈을 치워야 하는 작업이다. 짧게는 10여분, 길게는 20여분까지 소요되는 항공기에서 눈을 제거하는 이 작업을 제설(De-icing) 작업이라 한다.
그런데, 궁금한 거 한가지... 항공기에 눈이 어지간히 많이 쌓이지 않는 상태라면 굳이 쌓인 눈을 치우지 않고, 그냥 비행하면 안되는 걸까?
자동차에 눈이 쌓이더라도 미끄러지지 않도록 바퀴에 체인 정도만 감고 다니지 않는가? 굳이 차 지붕 위에 쌓이 눈을 치우지는 않는다. 시간이 남거나 결벽에 가까운 깨끗함을 선호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러나 항공기는 자동차와는 달리 눈을 끔찍히 꺼린다. 지상을 달리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날아야 하기 때문이다. 조종사에 따라서는 눈발이 날리기라도 하면 비행기에 쌓이지도 않은 상태임에도 눈을 제거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왜 눈을 무서워할까? 혹시 눈이 무거워서?
눈 무게 때문에 무너진 비닐 하우스
눈이 많이 쌓이면 비닐 하우스가 무너질 정도로 무게를 가진다는데 항공기에게도 눈 무게는 부담이 된다는 말일까? 항공기가 무게를 중요시한다더니, 그 말이 사실인가? ^^
물론 눈의 무게가 항공기 이륙이나 운항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눈(Snow)으로 인해 항공기가 공중으로 날아오르기 어려워진다는 것이 눈으로 인한 가장 큰 악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눈 무게도 주요 원인이 아니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무엇이 가장 큰 요인일까?
눈은 항공기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힘을 약화시켜..
이유인 즉슨 이렇다. 비행물체가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양력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날개의 유선형 단면 구조나 심지어 항공기 동체의 유선형 구조를 통해 물체를 공중으로 띄워올리는 힘, 즉 양력을 이용해 하늘로 날아 오른다.
날개의 위 아랫면을 흘러가는 공기속도 차이로 인해 압력 차이가 발생하고 이 압력 차이에 의해 물체를 위로 끌어올리는 힘, 즉 양력이 발생한다. 소위 베르누이 정의(Bernoulli's Principle)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양력은 날개가 가진 원래의 모양을 제대로 유지해야, 원리대로 끌어올리는 힘이 충분히 발생한다. 그렇지만 문제는 눈이 내려 동체나 날개에 쌓이거나, 얼어붙어 버리면 날개의 원래 모양은 변형된다는데 있다.
이렇게 눈(Snow)은 날개 주위로 흘러가는 공기의 흐름을 방해하게 된다. 공기가 날개 윗표면을 빠르게 흘러 지나가야 날개 위아래면 간에 압력 차이가 발생하는데, 날개 위 공기 흐름이 빨라지는 것을 막게 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양력이 줄어들게 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눈 등이 날개에 얼어붙으면 양력이 약 40%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정도 양력이 감소하게 되면 항공기 이륙은 불가능해 진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눈 내린다는 예보가 나오기라도 하면 공항 현장에서는 대응 준비에 바빠지게 된다. 눈이 얼마만큼 내릴 것인지, 눈 내리면 어떤 비행기를 어떤 순서로 눈을 치울 것인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눈 내리면 항공기는 지연되기 일쑤..
현재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의 경우에는 항공기의 눈을 치우는 장소가 따로 정해져 있다. 소위 제설장(De-icing Pad)라고 하는 것인데, 항공기가 손님과 화물을 다 싣고는 이 제설장으로 이동해 항공기에서 눈을 치우게 된다. 이 제설장에서는 일단 항공기체 외부에 쌓인 눈을 제거하고, 다시 눈이 내리더라도 얼어붙지 않도록 약품처리를 하는 제설(De-icing), 방빙(Anti-icing)작업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제설장(De-icing Pad)으로 이동하고 눈 치우는 동안 항공기는 대기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항공 교통량이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그 대기시간은 점점 길어진다. 활주로에 착륙한 항공기도 지상 이동이 느려질 수 밖에 없고,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다른 항공기 때문에 줄지어서 대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짧게는 20-30분, 길게는 1-2시간까지 항공기가 지연되곤 한다.
작은 규모의 공항이나, 눈이 잘 오지 않는 지역 공항들은 대부분 승객과 화물을 태운 그 장소에서 제설(De-icing)작업을 하고 바로 출발한다.
제설작업 중인 항공기
눈과 관련해서 아이러니 한 것 중에 하나는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일 수록 항공기 운항이 비교적 원활하다는 것이다. 알라스카 앵커리지(Anchorage) 같은 경우는 눈이 엄청나게 많이 내리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항공기 운항에는 그리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왜냐하면 눈이 많이 오는만큼 그에 대한 준비가 철저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눈이 잘 내리지 않는 지역에 눈이 조금이라도 내릴라치면 그 혼란은 감당할 수 없을만큼 커지게 된다. 몇 년 전 일본 동경 나리타(Narita) 공항에서 벌어진 폭설사태는 이런 현상을 잘 보여준다. 평소 눈이 잘 내리지 않는 일본 동경에 몇년 만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는 수준의 눈이 내렸다. 항공기가 지연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항공기 운항이 불가능할 정도까지 되 버렸던 사건이 그것이었다.
그런데 폭설이라고 했던 수준이라는 것이 반나절 동안 겨우 10Cm가 안되었다고 하니, 항공기 운항에 있어 눈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나리타 공항(Narita Airport)에 내린 눈은 앵커리지처럼 눈 많이 내리는 지역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대해 전문적으로 잘 갖춰진 공항에 비해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의 사태는 미흡한 준비가 얼마나 큰 결과를 가져오는 지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일년에 한두번 내릴까 말까하는 눈을 대비해 과도하게 장비와 시설을 갖춘다는 것도 그리 효율적인 것이 아니긴 하다.
만약 여러분이 항공 여행 중 눈을 만나기라도 하면 바짝 긴장을 하는게 좋다. 거의 십중팔구는 항공기가 지연되거나 최악의 경우 결항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특히 평소 눈이 자주 내리지 않는 지역(공항)에서 만나는 눈이라면 더욱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