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1
"기장님, 사무장으로부터 긴급 연락이 왔습니다. 위급한 환자가 발생해서 기내에서는 더 이상 조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인근 공항으로 회항해야 하는 경우 대비, 최적의 착륙공항 확인해 주세요."
"네, 기장님. 확인 결과, A, B 두 공항이 현재 항공기 위치에서 거리도 비슷합니다만, A 공항은 인근 도시가 소규모라 적절한 의료센터가 있는 지 불분명하고, 또한 저희 항공기 착륙은 가능하지만, 이륙 불가능한 공항입니다."
"그럼 B 공항으로 회항하도록 합시다."
"통제센터!! 비행 중 위급환자 발생하여 B 공항으로 회항합니다."
(내용 이해하기 쉽게 각색)
상황 2
"관제탑도 참 답답해!"
"왜?"
"아니 터미널 인근 활주로로 항공기 착륙하도록 해 주면 가까워 터미널로 빨리 들어올 수 있는데, 항상 멀리 떨어진 활주로로 착륙하게 하는지, 참.."
활주로는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데 가장 중요한, 아니 필수적인 공항 시설물이다. (헬리콥터가 아닌 다음에는 말이다.)
작은 공항이 아닌 일정 규모 이상의 대부분 공항은 2개 이상 활주로가 있다.
활주로 길이를 충분히 계산해 길게 같은 길이로 만들면 좋겠지만. 현실적인 여러가지 요인 (비용, 환경, 지형 등) 으로 인해 활주로 길이가 각각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파리 샤를드골공항 활주로
파리 샤를드골공항만 해도 활주로가 4개인데, 각각 길이가 다르다.
2번, 3번 (편의상 호칭) 활주로는 길이가 긴데 반해 1번, 4번은 짧다. 그림에서 보면 9월 17일 대한항공 901편 (인천 출발, 파리 도착) 항공기가 4번 활주로에 착륙했다. 이날만 4번 활주로에 착륙한 게 아니라 대부분 4번 아니면 1번 활주로로 착륙한다.
하지만 반대로 이륙하는 항공기들은 대부분 3번 아니면 2번 활주로, 즉 길이가 긴 활주로를 이용한다.
이용할 활주로는 관제탑에서 지정하고 항공기 기장은 그 지시에 따라 활주로를 이용해야 하는데, 관제탑은 왜 짧은 길이 활주로로 항공기를 착륙시키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항공기는 이륙할 때 요구되는 거리와 착륙할 때 요구되는 거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얼핏 생각하면 착륙할 때 요구되는 거리가 이륙할 때 보다 더 길어야 할 것 같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항공기는 이륙할 때, 비상 시 멈춰서야 하는 거리까지 감안해야 한다. 즉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달리다가 V1 속도(이륙결심속도)가 나지 않거나, 항공기 이상 증세가 발견되면 즉시 멈춰서야 한다. 그러므로 실제 이륙에 필요한 거리에다가 멈춰서는 거리까지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이륙할 때 더 긴 활주거리를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항공상식 죽어도 떠야 하는 이유 (V1 속도에 대해..)
착륙 시에는 멈춰서는 거리만 고려하면 된다. 만약 착륙 포인트를 지나쳤거나 다른 요인이 있다면 다시 복행(Go-around)하면 되기에 상대적으로 이륙 활주로보다 짧아도 된다.
멈춰서야 하는 거리까지 고려해야 하는 이륙 활주로
이쯤되면 '상황 1'에서 A 공항에서는 착륙 가능하지만, 이륙 불가능하다고 하는 대화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아마도 A 공항은 활주로가 해당 비행기종 착륙에는 적합하지만, 이륙에는 불가능할 정도로 짧은 활주로였을 것이다.
이착륙 전용 활주로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항공기 이륙 시에는 긴 활주로를, 착륙 시에는 상대적으로 짧은 활주로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