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소풍이나 가족 나들이 갈 때 사진관에 종종 들르곤 했다.
카메라를 빌리기 위해서다. 카메라가 흔치 않았던 시절, 특별한 날에 사용하기 위해 카메라를 사진관에서 종종 빌려다가 사용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수 만큼 카메라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휴대폰, 특히 스마트폰을 가지고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제법 전문적인 사진까지 찍어두고 추억으로 삼을 수 있다.
이러다 보니 항공기 비행 중에 기내 상황이나 창 넘어로 보이는 풍경을 담은 사진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 중에는 항공기 조종실에서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들도 제법 많은데, 이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비행안전규정 위반에 해당한다. 조종사가 직접 사진을 찍었다면 말이다.
조종실에서 바라본 풍경
세계 최대의 사진 SNS 서비스인 인스타그램에는 지금도 수 많은 사진들이 올라오고 있으며, 그 가운데 조종사들이 찍은 (것으로 생각되는) 사진들도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조종실 창 밖으로 보이는 멋진 구름과, 일출 장면은 물론이거니와 비행 중인 자신의 모습을 셀카로 담아 올리기도 한다.
조종사가 임무(조종) 중에 사진을 찍는 행위는 조종에 집중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한 것이며, 이는 미국 FAA 규정은 물론 EU 등 대부분 국가의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 특히 항공기가 순항상태(Cruise)가 아닌 이착륙하는 상황에서의 사진은 명백히 처벌될 수 있는 중대한 규정(Sterile Cockpit Rule)위반이다.
- Sterile Cockpit Rule
1만 피트 이하에서의 비행 중에는 비행과 관계없는 (대화를 포함한 모든) 불필요한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으로 1981년 FAA 에 의해 도입됐다. 이는 1974년 Eastern Airlines 212편 사고 조사에 따른 것으로, 당시 항공기가 착륙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해 72명이 사망했는데, NTSB는 승무원(조종사) 간의 잡담 때문에 발생한 집중력 저하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으며, 이에 따라 이착륙 등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업무 수행 중에는 조종과 관련되지 않은 일체의 다른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나마 1만 피트 이상의 순항고도(Cruise Altitude)에서는 오토 파일럿에 특별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어 한발 양보할 수 있다해도, 1만 피트 이하에서는 수 많은 교신과 주변 상공의 이착륙하는 다른 비행기 상태 등을 점검하고 확인해야 하는 초.초 집중상태여야 하기 때문에 이때 휴대폰을 들고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그 만큼 집중력을 떨어뜨려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착륙하는 장면을 촬영한 사진들
이에 대해 (미국) 조종사 단체는 비행안전을 위해 조종사가 비행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것은 옳으나, 순항 상태 등 오토파일럿으로 비행하는 중에도 여타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확대 규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비행 중 Personal Electronic Device(PED) 사용에 대해 비행안전 때문에 제한해 왔던 규제는 대부분 완화되어 비행 중에는 물론이거니와 이착륙 시에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항공사마다 자체 규정에 따라 상이하게 적용). 하지만 이는 비행업무와는 관계없는 승객에게 해당하는 것이지, 비행과 항공기 조작에 집중해야 하는 조종사에게 해당하는 사항은 아니다.
멋진 사진과 함께 추억의 한 자락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으나, 수백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책임자로서 그 무엇과도 고려될 수 없는 비행안전은 조종사가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자 사명감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