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 抛棄, Give up...
포기(抛棄)는 '던져서 버린다'는 뜻이다. 포기란 내 손에서 떠나갔으니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는 것을 말한다.
항공여행의 개념을 바꾼 저비용항공사에 대한 것이다.
누구나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원한다. 하지만 이는 경제 원리상 불가능하다. 질 좋은 상품을 내기 위해서는 그 만한 투자가 필요하다. 물론 아주 드물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겠으나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
요즘 저비용항공에 대한 불만이 여러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온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할 수 있는 불만일 수 있으나, 이것이 확대 재생산되고 여론화되어 지나칠 경우 자칫 황금알을 꺼내려고 거위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저비용항공에 대해 쏟아져 나오는 불만들은 대부분 서비스와 비용에 대한 것이다. 항공편이 지연되거나 취소되어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거나 갑자기 예상치 못한 돈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거나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관련 언론기사 : 저가항공 불만 폭주 "예약취소·환불안돼, 여정바꿔도 돈내라" , 저가항공사 항공권 환불 지연·불가 사례 급증 , 녹색소비자연대, 항공사 소비자피해 공동소송 나선다)
저비용항공은 블랙홀? 한번 지불한 돈은 환불 안돼?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그럼 과연 소비자들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공짜?
수차례 이야기되는 것이지만 저비용항공은 저비용항공이다. 결코 일반 항공사가 아니다. 따라서 비싼 돈을 내고 받아야 하는 서비스나 혜택을 저비용항공에게 요구해서는 곤란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값싼 상품을 판매해 거둬들여 수익을 내려면 서비스 등 투자를 줄여야 값싼 항공권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저비용항공사들이 비용을 줄이고 쥐어 짜냄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서울 - 제주 노선 항공권을 2, 3만원 내외로 판매한다고 가정해 보자. 서울 - 제주 구간을 한번 비행할 때 연료비 약 4백만원(현재 B747 기준), 착륙료 일백만원 등 약 1천만원 내외의 비용이 필요하다. (통상 연료비가 전체 비용의 30-40% 차지하는 점을 감안)
과연 2, 3만원 항공권 가격으로 이익을 낼 수 있을까?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저비용항공사들은 정말 줄일 수 없는 연료비, 착륙료 등은 제외하고 나머지 부문에서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그 대부분은 서비스와 같은 부대 비용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비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수익 내기란 쉽지 않기에 추가로 부가 수익원을 찾는다. 수하물 요금, 좌석 수수료, 기내식, 환불 수수료, 예약 변경 수수료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항공상품은 재고가 남지 않는 특수성 때문에 어떻게 하든 좌석을 채워야 한다. 만약 예약한 고객이 도중에 취소라도 하게 되면 그 좌석을 다시 채울만한 여유가 없거나 부족해진다. 그래서 저비용항공사들 대부분은 항공권 구매 이후 취소하면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페널티(수수료)를 불리거나 아예 환불을 해 주지 않는다. 이미 판매한 좌석으로 간주해서다.
이용객 입장에서는 도중 취소하면 돈을 돌려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저비용항공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판매할 수 있었던 좌석을 도중 취소한 사람 때문에 판매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는 입장에서 가능한 그 비용을 보전하려고 할 수 밖에 없다.
저비용항공은 저비용항공이다. 가격이 싸다.
그 싼 가격 속에는 보험(?)이 숨겨져 있다. 위험이라는 보험이다. 예약을 취소할 때 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과도한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위험이다. 저비용항공 이용자들은 이 점을 안고 가야 한다. 그 위험을 안고 가지 않으려 한다면 그건 과한 욕심이다. 공짜 심리와 다를 바 없다.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한다.
건강한 저비용항공시장을 활성화하고 그것이 많은 이들에게 이익이 되게 하려면, 저비용항공이 살아 남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살려두어야 하는 것이다. 환불 거절 등을 불공정이라 규정하고 규제하려 한다면 일부 이용자들에게는 환불이라는 황금알이 돌아오겠지만 그 다음 이용자들은 황금알을 꺼내기 위해 배를 갈라 버린, 쓸모없는 거위만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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