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은 몸으로 일하는 직종이다. 항공기 안이라는 특수 환경 속에서 서비스와 안전을 책임지는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한 항공관련 연구소에서 발표한 논문('국제선항공승무원의 노동환경과 국외비과세 공평성 연구', 이기일)에 따르면 우리나라 항공사 승무원의 병가율이 일반직에 비해 23배 높다.
아시아나항공 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승무원 3,837명 가운데 40%인 1,525명이 병가를 낸 경험이 있다. 주된 사유로는 척추질환, 중이염 등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일반직원의 병가율은 1.7%에 불과해, 객실승무원의 병가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해당 논문에서는 병가율 차이의 가장 큰 이유로 열악한 근무환경을 꼽았다.
김상희 국회의원에게 제출된 자료
객실승무원은 그 직업의 특성상 잦은 부상에 시달린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질병/질환은 염좌다. 흔들리는 기내에서 서비스하는 업무는 크고 작은 부상을 동반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비행 중 심각한 흔들림(터뷸런스)이라도 만나면 부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터뷸런스가 휩쓸고 지나간 뒤 기내 모습)
항공상식 항공 승무원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질병/부상은? (2009/11/20)
이렇게 크고 작은 부상에 노출된 근무환경이지만 단순한 수치로만 근무환경 열악을 판단하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근무환경 열악'이라는 표현이 마치 부당한 노동환경을 의미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반직원의 병가일수는 28.7일로 객실승무원의 9.4일보다 3배 가량 길다. 이는 다소 심각한 질병이 발생했을 때 병가를 내는 일반직원과는 달리 승무원은 심각하지는 않아도 업무 특성 상 비행에 부적합하다 판단할 때 병가를 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반직원은 출근해 근무를 할 수 있는 정도의 염좌(접질림)라 하더라도 승무원의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때 객실승무원은 병가를 낼 수 밖에 없다. 이는 일반직원이 평일에 근무를 하면서도 통원치료 등을 할 수 있는 반면 승무원은 특성상 꾸준하고 일정하게 치료를 받을 수 없는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병가를 내는 질병, 부상 수준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근무환경에는 통제 가능한 환경이 있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한 환경도 있다. 시차, 감정노동, 항공기내 근무 등은 업무, 직종 특성상 통제 불가능한 요소다. 다만 통제 가능한 부분은 철저한 분석과 예방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 또한 항공사는 병가를 내는 절차와 기준을 적절히 마련하고, 객실승무원이나 일반직원 모두 업무의 특성 상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질병/질환을 부담을 갖지 않고 치료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사람이 곧 재산이다.
해당 논문이 기사화되자 아시아나항공은 병가를 낸 승무원 인원에 중복집계 오류가 있었다며 1,525명을 697명으로 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