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전망 점점 어두워져
- 유럽, 미국 등은 시장 경쟁을 해친다며 강경한 입장
- 그들 요구대호 대량의 슬롯, 노선권 반납하면 통합 의미 사라져
- 쪼그라든 사업량으로 인한 인위적 구조조정도 배제 못해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순조롭지 않기 때문이다.
2019년 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급물살을 탄 양사의 기업결합이 4년 가까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총 14개 국가의 경쟁당국에 제출한 기업결합 심사가 11개 나라에서 통과되었고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3개 국가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다.
문제는 남은 3개 국가/지역의 승인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는 점이다. 미국, 유럽연합은 시장에서의 경쟁제한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슬롯·노선권 반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승인한 일부 국가들도 유사한 조건을 받아들인다는 전제하에 내준 승인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볼 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두 항공사의 국제선 65개 중복 취항 노선 가운데 40개 노선의 약 300개 슬롯을 반납하게 된다는 결과도 있다.
특정 시간대 이착륙할 수 있는 시간대를 말하는 슬롯(Slot)은 항공사의 자산처럼 여겨지며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다. 그래서 유럽 등에서는 이 슬롯을 사고 팔기도 한다. 대량의 자산(?) 감소는 통합 항공사의 경쟁력 약화로 이러지며 다시 이는 곧 국가 항공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
반납된 슬롯을 다른 국적 항공사가 대신 받아 운용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받아 운용할 국적 항공사는 없다. 에어프레미아나 티웨이항공이 중대형 기종 도입을 통해 장거리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지만 통합 항공사가 반납할 슬롯을 수용할 능력이 안된다. 자칫 슬롯을 고스란히 외국 항공사에게 넘겨주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어렵게 통합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이 가진 슬롯 등이 대부분 사라지는 결과가 된다.
양사 통합의 목적이나 의의를 찾기 어렵다.
또한 일각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유럽연합 및 미국의 심사 진행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유럽연합은 예비심사부터 1단계, 2단계를 거치며 지속적으로 심시기한을 연장하고 있다. 당초 지난 2월이 심시 결과 발표 기한이었지만 이를 7월로 연장했다가 다시 8월로 추가 연장했다.
미국 역시 지난해 말 양사의 통합 승인을 유예하고 심화 심사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양사의 통합을 강행할 경우 미국 법무부가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보도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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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채권자인 산업은행은 통합 무산 시나리오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부정적 의견이 점차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이나 산업은행 모두 통합 무산으로 인한 후폭풍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에 실제와는 다른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양사의 통합을 통해 초대형 글로벌 항공사 탄생과 국가 항공 경쟁력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이미 실패했다. 수 많은 슬롯과 노선권을 반납하면 그저 현재의 대한항공보다 아주 쪼금 더 큰 항공사가 탄생하는 데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파생될 구조조정(대한항공은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부정하지만)은 시장은 물론 경제 안정성을 크게 해칠 수 있다. 양사의 통합에서 국가적으로나 소비자 관점에서도 별다른 잇점을 찾기 어렵다.
이제 플랜비(Plan B, 대체안)를 생각해야 한다. 하나의 결과만을 목표로 바라보고 돌진했다가 달성하지 못했을 때 그 후폭풍은 상상하기 힘들다. 어쩌면 대한항공이나 산업은행은 이미 플랜비를 진행하고 있을 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