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은 대개 서비스라는 개념이 필수적이다.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 무엇을 원하는 지 파악해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것이 서비스다.
항공 부문은 특히나 인적 서비스가 강조되는 업종이다. 최신형 항공기도 중요하고, 노선의 다양성도 중요하지만 항공사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서비스다. 그 중에서도 인적 서비스다.
하지만 다양하고 변화 무쌍한 고객(승객)을 상대하다 보면 어느 게 원칙이고 어느 게 융통성인지 헷갈리기 십상이다. 분명 고객은 원하지만 규정이나 안전 상 제공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음에도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대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마음 약한 승무원이나 직원은 고객의 큰 소리에 주눅들기 십상이고, 그렇지 않으면 고개 뻣뻣이 세우고 고객 응대하다가 고객의 화를 돋구기도 한다. 승무원이나 직원은 늘 고객의 눈치를 살핀다.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절차 상의 문제나 커뮤니케이션 상의 문제로 어쩔 수 없이 고객의 불만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직원, 승무원은 마음을 가다듬고 고객을 응대해야 한다. 어떻게 응대해야 할까? 무조건 웃는 게 좋을까? 무조건 '네, 알겠습니다. 고객님' 을 연발하는 게 좋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승무원)은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고, 고객이 하는 말을 충분히 알아듣고 이해하고 있다는 인식을 고객에게 심어 주는 것이다. 그럼 구체적으로 고객의 화를 돋구지 않으며 오히려 상황을 차분하게 만드는 응대방법에는 어떤게 있을까? 아주 상식적인 것이지만 하나씩 짚고 넘어가 보자.
1. 눈 높이를 맞춘다.
눈 높이라는 데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여기서는 실제 눈 높이를 의미한다. 고객의 시선이 나(직원, 승무원)보다 낮다고 한다면 고객을 내려다 보지 말고 고객의 눈 높이에 맞춰 자세를 낮추는 게 좋다.
2. 듣는다.
일단 들어라. 고객이 지금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경청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칠 때까지 하고 싶은 말은 참는 게 좋다.
설사 고객이 잘못된 내용을 가지고 불만을 제기하더라도 즉각 되받아치면 기분만 상하게 한다. 당장 그 순간은 시원한 기분을 느낄 지 모르나, 고객의 기분을 최악으로 만들어 더 큰 폭탄 맞는 지름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3. 조용한 목소리로 말한다.
눈 높이와는 반대로 고객의 말 높이(톤)를 맞추지 마라. 물론 그렇다고 낮은 저음으로만 응대한다면 자신을 무시한다거나 귓등으로 소홀히 듣는다는 느낌을 받기 쉽다. 듣기 편안한 음 높이로 조용하게 천천히 말하는 것이 좋다.
4. 사실만을 이야기 한다.
상황을 가정해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마라. 어림잡아 이야기 하다보면 자칫 고객이 오해할 수 있다.
5. 승객의 사정을 이해한다.
앞서 고객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한 것의 연장 맥락이다. 잘 듣는다는 것은 곧 이해한다는 것과 같다. 고객의 사정을 이해하고 안타까움을 함께 하는 동질감을 만들어야 고객의 화를 가라앉힐 수 있다.
6. 대안을 제시한다.
고객의 의견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기하는 불만을 만족시킬 뭔가 대안을 준비하는 건 더 중요하다.
미리 주문한 면세품을 미처 항공기에 탑재하지 못해 고객의 불만이 발생했다면, '죄송하다'는 말만 해서는 부족하다. 대체 면세품을 제안하거나 주문했던 면세품을 나중에라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게 옳은 응대방법이다.
7. 시간을 끌지 않는다.
시간 약속은 지켜야 한다. 특히 Call back 서비스처럼 고객에게 뭔가 추가 안내를 하겠다고 약속했으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 고객은 그 약속 시각에 걸려오는 전화를 학수고대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대한 신속하게 문제를 매듭짓는 게 좋다. 시간을 끄는 것은 결코 도움되지 않는다.
8. 규정 외의 것은 최대한 양해를 구한다.
고객이 요구하는 것을 무조건 받아들일 수는 없다. 어디까지가 규정이고 어느 선까지 고객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명확히 이해하고 그 이외의 것은 최대한 양해를 구해야 한다. 하지만 무조건 규정을 들이대며 딱딱하게 응대해서는 안된다. 자칫 무리한 요구나 하는 몰염치 고객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9. 승객이 우격다짐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흔히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피해의식 중 하나가 '고객은 무조건 우격다짐' 이라고 생각하는 것. 물론 그런 고객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제기하는 불만은 이유가 있을 거라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10. 섣부른 약속은 선의의 피해자를 만든다.
간혹 고객의 무리한 요구에 못이겨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미 한 약속이므로 어쩔 수 없이 지켜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를 만드는 꼴이다. 신사적으로 절차에 맞춰 불만을 제기하는 얌전(?)한 고객은 자칫 정해진 보상 밖에 받지 못하고, 불만을 격하게 제기해야 보상 이외에 플러스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 풍토를 만들기 쉽기 때문이다. 나쁜 학습효과는 결국 나중에 되돌아오는 부메랑이 된다.
11. 자신을 그 상황에서 제외시켜라.
책임을 회피하라는 말이 아니다. 고객이 제기하는 불만은 내가 속한 회사에게 하는 것이다. 내게 하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 불만을 제기한다고 생각하면 고객과 함께 흥분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위축되기 쉽다. 가능한 자신은 제외시키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응대하는 게 좋다.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된다.
사실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들은 공자 말씀 같은 이야기들이다. 이 모든 걸 다 지켜가면서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 승무원 만나기란 쉽지 않다. 아니 없다고 봐도 좋다. 각 상황에 대해 어느 선까지가 적절한 것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록 다 지키기는 어렵더라도 적어도 몇가지는 명심하고 꼭 지켜야 한다.
조용히 고객의 말들 충분히 들어주고, 그 기분을 이해하며 명확한 절차와 원칙 내에서 대안을 제시해 준다면 대부분의 고객은 자신이 불만 제기했던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