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
이제는 볼 수 없는 우리들 어릴 적 혹은 전쟁으로 가난에 찌든 이전 세대 풍경 중의 하나다. 보릿고개라는 말로 대변되는 고단했던 우리 선조들 먹거리 문화가 이런 각설이 타령의 한 구절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음식이란 모름지기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것 아닐까?
최근 전 세계는 미국으로부터 촉발된 금융 위기로 인해 경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 시작 단계이니만큼 본격적인 어려움을 논하기에도 이른 감이 없지는 않지만 대단히 우려스러운 전망들이 쏟아지고 상황이다.
얼마 전 TV를 통해, 미국에서는 최근 버리는 음식을 가져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소식을 접했다.
음식점이나 식품점에서 비록 유효기간이 남아있더라도, 신선한 식품 공급을 위해 폐기해야 하는 음식물들이 있는데 이렇게 버려지는 음식들을 가져가는 것이었다.
그들은 결코 각설이 타령을 할 만큼 어려운 사람들은 아니었다. 사지 멀쩡한 결코 '거렁뱅이'라고 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버려진 음식물들이라도 가져가야 할 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알고보니 1967년 미국으로부터 시작된 푸드뱅크(Food Bank)라는 시스템은 남는 음식을 기증받고 이걸 다시 경제적으로 풍족치 않은 사람들에게 무상 혹은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시스템으로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한쪽에서는 남아도는 음식이 있어도 정작 필요한 곳에는 공급되지 못하는 불균형이라는 자본주의가 남길 수 밖에 없는 부조리를 또 다른 시스템으로 보완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권에서는 필리핀과 함께 유일하게 우리나라도 이 푸드뱅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운영중인 전국푸드뱅크는 공교롭게도 우리를 고통스럽게 했던 1998년 IMF 경제 위기 때 발족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푸드뱅크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가뜩이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사람들에게 IMF 경제 위기는 춥디 추운 겨울 한파를 맨몸으로 맞은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마지막 구제 수단 중의 하나로 시작된 것이 우리나라 푸드뱅크였던 것이다.
지금은 더욱 확대되어 전국의 복지관을 통해 이 푸드뱅크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 혜택을 받고 있다.
항공사, 남겨지는 기내식 줄이려 안간힘.. |
항공편을 이용하는 즐거움 중의 하나가 기내식이다. 물론 지상에서 즐기는 따끈 따끈한 음식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지상 4만피트에서 먹는 음식이라는 것도 즐거움 중의 하나인 것이다. 더군다나 장시간 앉아서만 여행해야 하는 항공 여행에 있어서 기내식은 중요하다 아니할 수 없다.
그럼, 항공기에는 기내식을 어떻게 몇 명분을 탑재할까?
먹음직(?)스런 기내식 ^^
항공기에 탑재하는 기내식은 철저하게 탑승하는 승객 수에 의해 좌우된다. 항공사 기내식 업무 중에는 Meal Loss율이라는 것이 있는데, 승객 수에 얼마만큼 정확하게 맞춰 기내식을 탑재하는냐 하는 것이다.
즉 Meal Loss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승객에게 제공되지 않고 버려지는 음식이 많다는 얘기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이 Meal Loss율을 낮추는 것이 중요한 활동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럼 반대로 기내식이 모자라는 상태로 고객을 탑승객으로 모실 수 있을까? 1-2시간 정도 짧은 구간이라면 승객 동의 하에 기내식 없이 탑승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기내식 없이 승객을 모시지 않는다.
다른 승객들 다 앉아서 음식 먹고 있는데, 혼자 뻘쭘히 앉아 남 먹는 거 구경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먹는 거 만큼 사람 처량하게 만드는게 없는데 말이다.
제공된 기내식을 먹기는 하지만 사람에 따라 기호가 맞지 않거나 속 사정으로 인해 먹지않고 남기는 경우도 많다. 일반석도 그렇겠지만, 퍼스트나 비즈니스 클래스의 경우는 일반석에 비해 훨씬 다양한 종류가 제공되기 때문에 남겨지는 음식의 양은 상대적으로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남겨진 음식들은 어떻게 처리될까? 여러분의 예상대로 폐기되는 것이 원칙이고, 실제로도 폐기되고 있다.
사용 안된 기내식, 푸드뱅크에 기부하는 항공사 |
그런데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가 일반 생활에서도 푸드뱅크를 이용해 남는 음식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듯이, 항공기에서 서비스되고 남겨진 음식을 푸드뱅크를 통해 재분배하는 항공사가 있다.
미국의 알래스카 항공(Alaska Airlines)은 항공기에서 사용되지 않은 음식을 푸드뱅크를 통해 기부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시작한 이 음식 기부를 통해 총 8만 파운드(36톤)에 달하는 음식을 푸드뱅크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래스카 항공과 기내에서 제공 중인 음식물들
알래스카 항공의 주 거점이 시애틀과 포트랜드에 올 한해 기부한 음식량이 각각 1만 8천파운드, 6만 2천파운드인 것이다. 알래스카 항공은 기내식 제공업체인 LSG Sky Chefs 와 함께 사용되지 않은 기내식을 기부하고 있는 것이다. 제공된 음식은 오픈되지 않은 과일, 살라미, 치즈, 크래커 등이라고 한다.
그 동안 알래스카 항공은 퍼스트 클래스에 푸드 바스켓 시스템(Food Basket System) 을 운영해 왔다. 이 시스템은 퍼스트 클래스에서 승객들에게 제공되고 남은 음식 중 손끝하나 건드리지 않은 음식들이 그냥 버려지는 것을 안타까워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항공사들이 음식 기부에 나선다면... |
우리나라는 세계 항공업계에서도 유례없이 성공한 항공 국가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작은 땅덩어리와 적은 인구는 항공산업이 발달하기에 최악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치열한 노력과 신선한 아이디어를 통해 세계적인 항공사가 둘이나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둘다 상당한 편수의 항공편과 승객 수송 능력을 자랑하는 만큼 사용되는 기내식의 양도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그럼 이 두 항공사에서 사용되지 않은 기내식은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 한번 항공기에 탑재되었던 기내식은 폐기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 두 항공사에서 버려지는 '쓸만한 음식'량이 상당한 분량에 이를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항공사들도 이런 음식 기부에 동참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기왕에 버려지는 음식이라면 약간의 수고만 더해도 사회적으로 칭찬받을만한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투자되는 비용보다 훨씬 더 큰 이미지 개선을 이룰 수 있을텐데 말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뭔가 더 남들을 위한 기부 활동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됐다고 본다. 빌게이츠나 워렌 버핏의 아름다운 기부를 부러워만 할 때가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