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갖는다는 것은 큰 축복입니다.
아니, 가장 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해외여행이 잦아지면서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도 그리 낯설지 않게 됐는데요.
아기를 임신한 초기에는 항공여행, 특히 장거리 여행은 삼가하는게 좋습니다.
아기 얘기를 하니, 예전 씁쓸하고 안타까웠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하루는 사무실로 한국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내용인 즉슨 우리 항공편을 탑승했던 손님인데, 항공기를 탑승했다가 아기를 유산했으니 책임을 지라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겁이 덜컥 났죠. 아니 우리가 뭘 어떻게 잘못했길래 아기 유산까지 하나 싶어서 말이죠.
하지만 내용을 들어보니, 이건 좀 아니다 싶었습니다.
불만을 제기한 손님은 자신의 부인이 유산한 이유가 좁은 좌석, 중간에 끼인 좌석을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불편하고 답답한 나머지 몸이 지치고 힘들어 결국 유산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적절한 보상을 하지 않으면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하더군요.
(요즘 참 이런 협박? 잘 합니다. 언론에만 공개되면 두드려 맞는 게 기업이다 보니, 그런 약점을 잘 이용하려는 것이겠지요?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는 원하시면 공개하시라고 말했더랬습니다.)
참...
그 부부의 일정을 보니 유럽에서 거의 일주일 정도를 보내고 귀국하는 것이었더라구요.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그 부인이 아기를 가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임신 5-6주 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실 임신 초기에는 아기나 산모 모두 안정되지 못하기 때문에 산모가 피곤하거나 힘들면 유산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부부는 임신 초기에 유럽 여행 일주일을 강행한 겁니다. 용감한 건지, 아니면...
그래놓고 비행기 중간 좌석에 앉았기 때문에 유산한거라... 불만을 제기했던 분이 떠오르네요.
배가 부르면 항공사 직원이 탑승수속 하면서 몸 상태를 보고 알 수나 있지, 임신 초기는 전혀 알아 차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임신 32주 이상되는 경우에는 의사가 장거리 비행기 타도 좋다는 진단서, 의견서가 있어야 탑승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 거죠.. (항공사마다 제한하는 임신기간은 조금씩 다릅니다만.)
그나마 임신 초기는 아무도 모릅니다. 본인이 이야기 하지 않는 한 말이죠.
아기를 유산한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걸 항공기 좁은 좌석 탓을 했던 그 분과 그 사건은 그 때로부터 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에서 지워지지를 않는군요.
아마 집에 돌아가서 어른들께 혼났을 겁니다.
임신부 데리고 어딜 열 몇시간을 비행하는 여행을 하냐고 말이죠.
항공에 대해 관심 많은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