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출발 시각은 일종의 약속인데요..
하지만 항공사들은 종종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죠.
약간의 지연이야 그런다고 치지만 이 지연시간이 길어지면 짜증나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항공기 정시에 출발하는 것을 중요시하고 또 항공사들은 이걸 자랑하기도 합니다. 물론 마케팅 차원인 것이지만..
하지만 항공사들이 이렇게 발표하는 자료나 순위를 볼때 조금은 주의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 한번 표를 보시죠.
이건 미국 항공사들 자료인데, 빅 4 항공사의 정시율을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보면 아메리칸항공이 정시율 최고로 나와 있네요.
과연 그럴까요?
다음 표를 보면 좀 상황이 달라집니다.
어라? 이건 뭘까요?
이것도 정시율을 나타낸 것인데 이번엔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최고군요..
둘 다 2016년 2월 같은 기간의 정시율을 나타낸 것인데, 왜 다를까요?
비밀은 이겁니다. 잘 보면 아시겠지만 첫번째 그래프는 '출발' 정시율을 나타낸 것이고 두번째 그래프는 '도착' 정시율을 나타낸 것입니다.
아마도 아메리칸항공은 첫번째 그래프(자료) 가지고 자랑하고 싶을 겁니다만.....
과연 출발 정시율이 중요할까, 도착 정시율이 중요할까요?
이 사이트에도 이에 대한 글이 있더군요..
항공기는 정시출발과 정시도착,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아마도 비행기에 타고 있는 승객 입장이라면 출발 쪽이 더 민감하게 다가올 겁니다. 이 비행기 왜 출발 안하지 하면 조바심을 내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도착 정시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로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 이런 것은 아니지만 약속한 시각에 도착시켜 준다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또 한가지 궁금한 점,...
왜 위 그래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걸까요?
출발을 늦게 했는데 일찍 혹은 정시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이 사실 이해하기 쉽지는 않습니다.
조종사가 액셀(?)을 힘껏 밟아 속도를 더 내는 것 아니냐고요?
사실 제트 여객기의 경우 아무리 속도를 더 낸다 해도 비행시간 5분-10분 줄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항공기 비행속도를 높혀서 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죠.
이런 출도착 정시율의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데는 다른 비밀이 있습니다.
항공편 스케줄을 정할 때 B/L (Block Time) 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AAA 출발 BBB 도착 노선이 있다고 치죠.
'개똥이' 항공사는 이 노선의 운항소요시간을 2시간으로 잡았다고 해도,
'우렁이' 항공사도 똑같이 2시간으로 계획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걸 2시간 10분으로 잡기도 합니다.
이렇게 여유(?), 버퍼를 두고 항공노선 스케줄을 계획하면, 설사 출발이 조금 늦을 지라도 약속한, 계획한 도착시각에는 늦지 않을 수 있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빅 4 항공사들 출도착 정시율을 보고 짐작하건대, 적어도 항공노선 시간 스케줄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이 가장 많은 버퍼를 두고 여유있게 계획하는 것 같습니다.
항공기가 예정대로 출발한다는 것과, 예정대로 도착한다는 것... 이 둘다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만, 이 둘을 굳이 비교하자면 계획대로 '도착'시각을 지키는 것이 약속을 지킨다는 진정한 의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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