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있어 짐은 필수다. 빈 몸으로 여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항공여행도 마찬가지다. 항공기를 이용할 때는 대개 짐을 화물칸으로 부친다. 기내에 들고 들어갈 작은 가방만 제외하고 말이다.
문제는 이렇게 부친 가방이 목적지까지 제대로 이송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짐을 직접 비행기로 들고가 부치는 거라면 100% 도착지에서 찾을 수 있지만, 카운터에서 부친 가방은 수백 혹은 수 킬로미터 벨트를 따라 이동해 항공기에 실리는 과정에서 분실되거나 누락될 수가 있다.
사람의 일이니 하고 인정하고 싶지만, 막상 자신의 짐이 도착하지 않는 상황이면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어쩌랴! 도착하지 않은 짐을 당장 찾아 내란다고 나타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위 링크에서도 알 수 있지만, 정말 마지막까지 찾지 못하고 영영 분실되는 확률은 거의 없다. 하루 이틀 시간이 걸릴 망정 대부분 짐은 되찾을 수 있다.
이렇게 되찾은 가방이나 짐은 주인에게 돌여 보내야 한다. 적지않은 우리나라 승객 분들은 짐을 찾게 되면 당장 보내달라고 하신다. 시간대를 가리지 않는다. 휴일은 물론 늦은 밤에도 상관없다. 워낙 급한 용무가 있어 가방이 꼭 필요한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당장 내 손에 도착하기를 원하는 건 자연스런 심리인 모양이다.
우리나라는 택배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어, 전국 어디든 짧으면 하루 만에 배송할 정도다. 정히 택배 회사를 이용할 수 없으면, 소위 퀵서비스라고 하는 오토바이 택배를 이용해서라도 물건을 보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승객들은 밤 늦게라도 급행 택배를 이용해 보내라고 요구한다.
항공사 입장에서야 원죄(?)가 있으니 승객이 요구하시는대로 밤 늦게라도 정규 택배회사가 아닌 오토바이 택배로라도 승객 집으로 배송한다.
문제는 해외다. 외국에는 우리나라처럼 택배 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은 곳이 많다. 아니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처럼 오토바이 택배 등 급행 서비스를 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일본에 있을 때다.
그 날도 인천에서 도착한 항공편에 짐이 몇개 도착하지 않았다. 승객은 가방을 찾지 못한 채 숙소로 이동해야 했는데, 문제는 숙소가 차로 2-3시간 걸리는 거리에 있었던 것..
다행히 저녁에 도착한 항공편에 그 손님 짐을 찾을 수 있었는데, 이젠 어떻게 손님 숙소까지 짐을 배달하느냐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이미 늦은 저녁이 되어 기존 택배 회사는 이용할 수 없어, 손님에게 연락해 다음 날 택배로 보내드리겠다고 하자 손님은 불(?)같이 화를 냈다. 당장 가지고 오라는 것이다.
참, 난감한 상황이 됐다. 배달시킬 회사도 없고, 한국처럼 오토바이 택배라도 있으면 불러 사용하겠지만 그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방법은 한가지 뿐이었다. 손님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사는 직원을 수배해, 직원이 직접 가방을 들고 손님 숙소에 가져다 드린 후, 퇴근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물론 직원에게는 집으로 퇴근하는 멀고도 험한 귀가 길이 남았겠지만, 손님의 요구를 무시할 수가 없었기에 선택한 최후의 방법이었다.
만약 인근에 사는 직원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래도 아마 직원 누군가 직접 배달했을 것 같다. 손님의 상황이 워낙 급하고, 요구가 거셌기에 새벽에 퇴근하는 한이 있어도 그 날 밤안으로 승객에게 전달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택배 시스템이나 환경은 정말 괜찮은 것 같다. ' 빨리빨리'의 심리상태가 만들어 낸 우리 만의 경쟁력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과거엔 한국인의 나쁜 습성처럼 치부했던 '빨리빨리' 습성이 이제는 오히려 한국의 발전에 기여한 측면이 있음을 밝힌다고 할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적어도 외국에서는 잠깐의 아량을 보여주시길 부탁드린다. 사회적 시스템이 부족하거나 없는 곳에선 방법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니 말이다. 물론 그 전에 짐을 비행기로 마지막까지 안전하게 이송하는 게 당연한 의무겠지만...
수하물 사고 없는 그 날이 올 때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