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항공사에 30%만 되돌려 받는 조건으로 30조 원 지원
- 자국 항공산업 보호에 발 빠른 각국 움직임과는 달리 우리 정부 '자구책 우선'만 되풀이
미국 정부는 자국의 주요 10개 항공사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영위기 극복 자금지원 방안에 합의했다.
재무부는 약 250억 달러(약 30조 원) 자금을 지원하되 항공사는 이 가운데 30%를 나중에 상환하는 조건이다. 즉 70%는 무상 지원이며 30%는 10년 만기 저금리 대출 조건이다. 그 가운데 10%는 주식 일부를 재무부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상환한다.
합의안에 따르면 아메리칸항공은 58억 달러, 사우스웨스트항공은 32억 달러를 지원받으며 델타항공은 총 54억 달러 규모 지원을 확보했다. 델타항공의 경우에는 향후 5년에 걸쳐 델타항공 주식 1%를 미국 재무부가 주당 24.39달러에 매입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주기로 했다.
70% 무상지원이라는 파격적인 금융지원을 내놓은 가장 큰 이유는 약 75만 개에 이르는 항공산업 일자리를 지키는 고용 안정이다. 이번 금융지원 혜택을 받는 항공사들은 안정적인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오는 9월까지 근로자 일시해고가 금지되고 내년까지 주주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매입을 할 수 없다.
미국 정부는 고용 유지에 초점이 맞춰진 이번 지원 합의와는 별개로 항공사가 원할 경우 총 250억 달러 융자를 제공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므누신 미국 재무부장관은 '이번 합의는 미국 근로자를 지원하고 항공업계의 전략적 중요성을 유지할 뿐 아니라 납세자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항공업계에 대한 막대한 금융 지원은 미국만이 아니다. 일본, 대만,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도 서둘러 항공사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국책은행을 통해 항공사에 최대 2천억 엔(약 2조 2천억 원)을 출자 형태로 지원한다. 대만도 항공사 대상으로 2조 2천억 원 규모 재정을 투입하고 호주는 세금 유예를 포함해 약 5300억 원 지원을 준비 중이다.
독일은 국적 항공사인 루프트한자에 대해 무제한 금융지원을 약속했으며 싱가포르는 대규모 자금 지원과 함께 조업사 지원, 각종 공항 사용료 감면 등에 나서고 있다. 말레이시아 역시 자국 항공사에 전기료 감면 정책 등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항공사의 자구책이 우선되어야 금융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대안 마련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는 자칫 시기를 놓쳐 우리 항공업계가 되돌이킬 수 없는 붕괴를 맞이할 경우 우리 항공시장은 막대한 자국 지원에 힘입어 살아남은 외국 항공사들의 차지가 될 것이라며 우리 정부의 현실 자각 능력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