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공단, 대한항공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변경
• 적극적 주주활동은 자제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돼
•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후 대한항공에 잇따른 반대표 행사에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비판 제기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선회했다.

31일 전자공시를 통해 국민연금공단은 대한항공 주식을 추가 매수해 지분율을 7.36%에서 7.58%로 늘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은 대한항공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변경했다고 덧붙였다. 7%대 지분을 유지하면서도 적극적인 경영개입은 줄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2018년 이른바 물컵갑질로 논란을 일으킨 대한항공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방지를 위하여 적극적인 경영개입을 선언하고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전 대한항공 회장의 등기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던져 경영일선에서 손을 떼게 만들었다. 소위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것으로 기관투자가의 청지기 역할을 강조해 적극적인 주주활동에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될 당시에도 기업가치 훼손방지라는 긍정적인 면은 있지만 자칫 지나친 경영간섭으로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논란이 있었다. 특히 국민연금공단의 경영개입은 사실상 관치(官治)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컸다.

그리고 국민연금공단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재선임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반대표는 오히려 비판을 불러왔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불발되면 사실상 파산, 청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고, 조원태 회장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경영실적이 우수했음에도 반대표를 행사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비난을 염두에 둔 지나친 명분쌓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번 국민연금공단의 대한항공에 대한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로 변경한 것은 지난 몇 년동안 일련의 스튜어드십 코드 역할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한 것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적극적인 주주활동은 바람직하겠지만 눈치 때문에 반대를 위한 반대표를 던지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5개 분기 연속 흑자, ESG 도입 등 대한항공의 경영실적과 지배구조 개선 분위기는 국민연금공단으로 하여금 대한항공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 필요성을 재고하게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