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우리나라 국내선을 운항하던 항공기 하나가 위험천만했던 사건이 발생했다.
제주를 출발해 김포(서울)로 비행하던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김포공항 접근 과정에서 우박을 만나 조종석과 레이돔(항공기의 코처럼 생긴 제일 앞부분으로 그 안쪽에 레이더 장비 등이 설치되어 있음)이 파손되는 심각한 기체 손상이 발생한 것이다.
당시 그 시간 전후로 같은 항로를 비행했던 다른 항공편들은 우박, 천둥을 동반한 대규모 적란운(항공기 운항에 있어 가장 피해야 할 구름 떼) 지역을 회피해 비행했는데, 유독 사고 항공기만 적란운 속을 돌파 비행한 것이 원인이었다.
사건 초반에는 레이돔이 부서진 상태에서도 무사히 김포공항에 착륙했다며 항공사는 조종사를 표창하기도 했으나 결국 조종사의 부주의 때문에 발생한 사고로 결론 내려졌다.
흔히 Cb 라고 불리는 적란운(積亂雲, Cumulonimbus)은 조종사들이 가장 꺼려하는 구름 중의 하나다. 가열된 따뜻한 지면, 수면 위로 찬 공기가 통과하면서 대류에 의해 생기는 구름인 적운(積雲) 중 하나인데, 수직으로 발달하면서 구름이 뭉게뭉게 솟구치는 모양을 띤다. 그 구름 안에서는 공기가 수직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쳐 흐르며 소나기, 우박, 천둥, 번개, 돌풍 등의 현상이 함께 발생한다.
비행기는 구름이 무섭다(?), 적란운(Cumulonimbus, Cb)
이러다 보니 항공기가 이 적란운 지역을 통과하게 되면 날개나 동체에 착빙(습기가 얼어 붙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면서 비행 동선이 매끄럽지 못하게 되고 동체가 흔들리게 된다. 양력이 감소하면서 잘못하면 수직낙하 현상이나 동체의 중심을 잃는 현상을 만날 수도 있다.
물론 항공기를 개발할 때는 이런 현상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도록 고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호신술을 배웠다고 해서 깡패들을 만나도 안전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어리석음과 같기 때문이다.
더욱이 민간 항공기들은 아무리 작은 위험 요소라고 예상하더라도 그 위험을 헤쳐 나가기 보다는 회피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단순히 조종사의 목숨 만이 아닌 수 많은 승객의 목숨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민간 항공기들은 대부분 항공기에 기상 레이다를 장착해 이 적란운 등을 비행 중에 확인할 수 있다.
아래 동영상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인 미국 아틀란타 하츠필드 공항에 뇌우 떼가 공항 주변을 지나가는 악천후 상태를 보여준다. 수 많은 항공기들이 뜨고 내리는 장면(동선)을 볼 수 있는데, 모두 예외없이 뇌우 떼(붉은 색으로 보여지는 지역)를 회피해 뜨고 내린다. 심지어 뇌우 떼가 활주로를 덮고 있을 때는 공항 주변에서 홀딩(Holding, 착륙하기 전에 일정 지역에서 선회하면서 기다리는 것)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맑은 하늘에 뭉게 구름..
들판에 누우면 동화같은 풍경이겠지만 그 아름답게 보이는 구름 속은 천둥과 뇌우로 가득차 있을 수도 있는 게 현실이다. 비행기는 구름 떼가 싫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