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 발전은 시행착오의 반복 역사
-
항공사고를 통해 절차 개선과 기술 발전 이루어져
항공업계의 변화와 발전은 '피로 만들어졌다'라는 말이 있다.
하늘을 난다는 것, 그 자체는 인류의 꿈을 이룬 것이겠지만 하늘을 난다는 것 자체가 도전과 모험이었던 만큼 위험 또한 증가했다.
항공기술 발전이 위험을 앞서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항공개척시대는 물론이고 현재까지 항공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며 무수한 인명이 희생되어 왔다. 비행기를 하늘에 띄우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그 사고의 원인을 찾아 대책을 세우는, 다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었지만 또 다시 소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과거의 아픔을 곱씹으며 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밖에 없었다.
역설적이지만 항공사고는 기술 발전은 물론 항공안전을 위한 대책·정책까지 다양한 부문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아픔을 통해 성장해온 격이다.
어러 항공사고 가운데 단순히 사고로 끝나지 않고 항공업계에 큰 영향을 준 사건들이 있다.
▩ 항공기 공중 충돌 사고 (1956년) - 그랜드캐년 상공
TWA 소속 Super Constellation 항공기(002편)와 United Airlines 소속 DC-7 항공기(718편)가 애리조나 그랜드캐년 상공에서 공충 충돌해 두 비행기 탑승자 128명 전원 사망했다.
이 사고는 미국 정부로 하여금 항공교통관제(ATC) 시스템 전체를 2억 5천만 달러를 들여 업그레이드하도록 했다. 미국에서는 이후 현재까지 대형 항공기 공중충돌 사고는 발생하지 않고 있으며 1958년 미연방항공청(FAA, Federal Aviation Agency)을 창설하는 계기가 된 사고였다.
하지만 1986년 재차 공중충돌 사고가 발생해 86명 모두 사망했는데, 이 사고는 Piper PA-28이라는 소형 비행기가 대형 항공기와 충돌한 것이었다. 이 사고는 소형 비행기에도 트랜스폰더를 장착하도록 했고, 충돌방지장치인 TCAS-II 장착을 의무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 영향 : 충돌 회피 및 개선된 ATC 시스템 개발
▩ 유나이티드항공 173편 사고 (1978년) - 포틀랜드
포틀랜드에 유나이티드항공 DC-9 여객기(173편)가 1차 착륙 실패 후 체공하던 중 계기 연료 표시가 잘못된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연료가 고갈되어 인근에 비상착륙하면서 189명 가운데 10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이전까지의 '조종사 판단은 절대적(the captain is god)'이라는 개념을 버리고, 팀워크와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한 새로운 개념의 조종사 훈련 프로그램인 Cockpit Resource Management(CRM)를 탄생시켰다.
1989년 DC-10 항공기 비상착륙을 성공시킨 유나이티드항공 기장 Al Haynes는 'CRM이 없었더라면 이런 성공적인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 영향 : 조종사 팀워크 & 커뮤니케이션 중요성 대두
▩ 에어캐나다 797편 사고 (1983년) - 신시내티
비행 중 화재가 발생한 에어캐나다 DC-9 항공기가 신시내티공항에 비상착륙 후 탈출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폭발적으로 확산되면서 탑승자 46명 가운데 23명 사망했다. 이 사고는 밀폐된 기내에서 발생한 화재가 항공기 문을 열자 외부 산소가 공급되면서 더 크게 확산된 것이었다.
FAA는 이 사고와 관련해 항공기내 화장실에는 반드시 연기 감지기와 자동 소화기를 설치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후 몇년 동안 전 세계 모든 항공사들은 불연재를 사용한 항공기 좌석으로 교체해야 했고, 탈출을 위한 안내 객실 라이트 시스템을 장착해야 했다.
▶ 영향 : 기내 화장실(Lavatory) 연기 감지기 및 자동 소화기 설치 의무화
▩ 델타항공 191편 사고 (1985년) - 댈러스
착륙을 위해 댈러스공항에 접근 중이던 델타항공 소속 L-1011 여객기가 윈드시어 일종인 마이크로버스트로 인해 추락하면서 탑승객 163명 가운데 135명이 사망했다.
1982년 발생했던 팬암항공 사고와 마찬가지로 이 사고 역시 윈드시어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FAA는 이후 7년에 걸친 연구 끝에 개발된 윈드시어 사전감지시스템인 Airborne wind shear detection and alert system 장착을 모든 항공기에 의무화했다. 이후 윈드시어가 원인이 된 사고는 단 한 건에 불과하다.
▶ 영향 : 윈드시어 감지 장치 의무화
▩ 알로하항공 243편 (1988년) - 마우이
비행 중 동체 일부가 폭발로 떨어져 나간 알로하항공 소속 B737 여객기가 카훌루이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폭발 과정에서 기체 밖으로 빨려나간 승무원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승객 모두 무사했다.
미 NTSB는 해당 항공기가 89,000회 이상 비행하는 동안 반복된 부식과 피로 누적의 결과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FAA는 1991년 고령 항공기 연구 프로그램을 시작해 항공기 검사 및 유지보수 요구사항을 강화했다.
▶ 영향 : 노후 항공기 검사 및 유지보수 요구사항 강화
▩ 스위스항공 111편 (1988년) - 노바 스코샤
제네바로 비행하던 스위스항공 소속 MD-11 여객기가 바다에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229명 전원 사망했다. 조종석 가연성 물질에 의한 화재로 항공기 조종이 불가능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조종석 위 일부 전선에서 스파크가 발생하면서 화재가 빠르게 확산된 것이 주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FAA는 제조사인 맥도널더글라스 700여 대 항공기의 조종석 재질을 내연성으로 교체하도록 했다.
▶ 영향 : 배선 재료 절연체 의무화
▩ 유나이티드항공 232편 (1989년) - 수(Sioux)
비행 중 2번 엔진이 꺼진 유나이티드항공 DC-10 여객기가 수(Sioux)에 불시착하면서 296명탑승객 가운데 111명 사망했다. 엔진 부작동하면서 유압장치 역시 작동 불능 상태였던 것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엔진의 팬디스크 균열을 감지하는 매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티타늄 합금 소재의 초기 제조 문제까지 연계되었다. FAA는 모든 DC-10 항공기 유압 시스템 수정 지시를 내렸고, 이후 개발되는 항공기에는 이중 안전시스템을 요구하면서 엔진 점검방식 역시 변경했다.
▶ 영향 : 엔진 안전성 개선 및 점검방식 변경
▩ 아메리칸항공 427편 (1994년) -피츠버그
USAir 소속 B737 항공기(427편)가 피츠버그공항 착륙 중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132명이 사망했다. 이 사고는 조종면 중 하나인 러더(Rudder, 방향타) 작동에 문제가 생기면서 발생한 것이었다.
1991년 유나이티드항공 585편 사고(25명 사망)와 1996년 이스트윈드항공 517편(사망자 없음) 역시 같은 이유였던 것으로 5년에 걸친 USAir 사고 조사 결과 러더 제어시스템의 일부 밸브가 막히면서 러더가 반대로 작동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보잉은 당시 전세계 운항 중인 B737 2,800여 대 항공기를 정비하기 위해 5억 달러를 지출해야만 했다.
▶ 영향 : 항공기 조종면 러더(Rudder) 구조적 문제점 개선
▩ 밸류제트 592편 (1996년) - 마이애미
밸류제트 소속 DC-9 항공기가 화물칸에 실린 산소용기 문제로 발생한 화재 사고로 추락해 탑승자 110명 모두 사망했다.
이 사고로 미 FAA는 모든 상업용 항공기 화물칸에는 연기 탐지기와 자동 소화기를 의무화했으며 위험물(DG, Dangerous Goods) 수송 규칙을 강화했다.
▶ 영향 : 항공기 화물칸 연기 감지기 및 자동 소화기 장착 의무화
▩ TWA 800편 (1996년) - 롱아일랜드
파리행 TWA 소속 B747 여객기가 뉴욕 JFK공항 이륙 직후 폭발해 탑승자 230명 전원 사망했다. 이 사고는 애초에 테러로 의심되기도 했지만 조사 결과 중앙 연료 탱크 결함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 날개 연료 탱크 근처에서 전기 스파크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던 것으로 FAA는 연료탱크 주변의 배선 설계 구조를 변경하도록 했다. 한편 제조사인 보잉은 폭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연료 탱크에 질소 가스를 주입하는 연료 불활성화 시스템을 개발해 이후 개발되는 항공기에 모두 장착했다.
▶ 영향 : 연료탱크 주변 배선 설계 변경 (전기 스파크 방지)
▩ 에어프랑스 447편 (2009년) - 리오~파리 구간 대서양
리오데자네이로를 출발해 파리로 비행 중이던 에어프랑스 소속 A330 여객기가 대서양에 추락해 탑승자 228명 전원 사망했다. 속도계 문제로 자동비행장치가 중지되고 이에 대응하던 조종사의 실수로 실속이 발생하면서 추락했다.
속도계인 피토튜브의 문제가 최초 원인 제공자였지만 이를 복구하는 조종사의 숙련도 부족을 더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에 따라 자동화 시스템에 의존하는 현대 항공기에 대해서도 수동 조종에 대한 교육 비중을 늘리도록 했다.
보잉 항공기는 조종사의 판단에 따라 자동화 시스템을 무력화시킬 수 있으나 에어버스 항공기는 철저하게 항공기 자동화 시스템에 의존하도록 했다.
▶ 영향 : 항공기 자동화 시스템 의존도 감소를 위한 수동 조종 훈련 강화
▩ 말레이시아항공 370편 (2014년) - 인도양 추정
중국 베이징행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B777 여객기가 쿠알라룸푸르 출발 이후 실종되었다. 사고 발생 후 17일 만에 항공기는 호주 남서쪽 인도양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했지만 정확한 추락 위치와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2018년 현재까지 사고 항공기는 발견되지 않고 있어 승객과 승무원 239명 모두 사망한 것으로 처리되었다.
에어프랑스 447편 항공기 추락 사고 이후 제기되었던 실시간 추적장치가 부착되어 있었더라면 비록 사고 후에라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 전세계 항공업계와 단체들은 항공기 실시간 추적 장치의 개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 영향 : 항공기 실시간 추적 시스템 필요성 대두
테네레페도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서 의외입니다 :)
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항공 역사 상 가장 큰 비극이긴 하지만 구조적인 교훈에는 그다지 큰 영향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조종사와 관제 혼선, 지레짐작 등의 인적 요소가 많은 부분이고 이를 시스템적으로 개선되도록 한 부분이 크지 않은 것 같아서요.
지금도 이런 관제 혼선은 늘상 발생하고 있기도 하고요. ^^;;
의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