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반 민간 항공편을 이용한다는 것은 승객 본인을 포함한 동반 물건(짐)을 함께 운송 서비스를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운송서비스도 마찬가지겠으나 특히 항공운송 서비스는 짐에 대해 유별난 관심과 제한사항 등 까다로운 절차가 동반된다. 기본적으로 승객이 직접 휴대하지 못하고 화물칸에 분리해서 실어야 하는 현실적 제한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승객에게 동반된 수하물은 기본적으로 무료 운송을 해 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 항공사들을 중심으로 (미국 국내선 구간에 한정된 것이지만) 이 수하물에 대해 점차 유료화로 전환되고 있다. 처음에는 한 두 항공사가 시행하더니, 이제는 어지간한 미국 항공사들은 죄다 수하물 요금을 징수하기 시작했다.
항공소식 미국 항공사, 무료 수하물 없앤다. (2008/06/24)
'아! 정말.. 왜 가면 갈 수록 이리 빡빡해지는 거야! 최소한 기본 짐에 대해서는 무료로 서비스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이런 생각에는 항공사 직원인 나도 동의하는 입장이다. 적어도 기본 짐에 대해서만큼은 항공권 요금에 포함되어 있다고 간주해야 한다고 말이다.
아직까지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현상이 미국 국내선 구간에 한해서만 적용되고 있다.
즉 미국 항공사를 이용하더라도 국제선 구간에 대해서는 기존과 같이 일정량의 무료 수하물을 허용하고 있으니 안심해도 좋다.
(이러다 혹시 국제선까지 유료화가 확대되면 난감한 일이지만.. ㅠ.ㅜ)
그럼 짐 하나 운송하는 데 원가는 얼마나 들어갈까?
도대체 원가가 얼마길래 무료 수하물 제도를 죄다 없애고, 유료화로 전환하는 것일까?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에 따르면 40파운드(18킬로그램) 짜리 짐 하나 운송하는데 소요되는 원가는 약 미화 15달러라고 한다. 이것은 현재 미국 항공사들이 시행하는 국내선 구간 수하물 요금 (첫번째 가방 한개 15달러) 과 동일한 금액이다.
엥? 가방 한개 운송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15달러라구?
이 15달러라는 수하물 운송 단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US 항공에 따르면 지난 해 수하물 관련 업무에 종사한 직원들에게 지출된 인건비용이 2억 5천만달러였으며 이는 전체 인건비의 약 11%였다고 한다. 이 비용을 전체 운송한 수하물 갯수로 나누어 계산했을때 가방 한개당 약 미화 9달러로 산출된다.
또한 수하물 관련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유지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과 지연 수하물을 조회하고 고객에게 전달하고, 마지막 분실된 수하물에 대한 배상 등 전반적인 수하물 처리비용은 수하물 한개당 약 4달러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이 비용 단가에다가 3시간 비행구간 항공편에 40파운드 짜리 짐 한개를 실어 보낼 때 소모되는 연료비용은 약 1-2달러로 인건비 + 수하물 사고비용 + 연료비용 까지 포함하면 가방 한개당 약 15달러의 비용이 소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하물 한개를 운송하는데 소요되는 비용 구조
물론 항공사별로 업무체계나 비용 구조가 다르므로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수하물 한 개 수송하는 데 대략 15달러 정도 소요된다는 얘기다. (이 단가는 대략적인 계산에 의한 것이므로 정확치는 않을 수 있다. 항공사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놓고 보니 수하물 한개 운송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중에는 인건비가 가장 많이 차지한다. 반면에 은근히 골치아프게 하는 연료비는 예상 외로 적은 부분을 차지한다. 비행시간을 3시간으로 한정했기 때문이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는 연료비 부담보다 인건비 부담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항공사들이 국내선 구간 수하물 수송 유료화 방향을 정하고 단가를 15달러로 정했던 것이 이런 수하물 운송 비용구조가 요금 책정에 기반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쨌거나 미국 국내선을 중심의 수하물 유료화 분위기가 국제선까지는 확대되지는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게 되는 날이면 다른 나라 항공사들도 (웃음을 감추고 마치 마지못해 하는 듯) 수하물 요금을 징수하는 분위기로 흘러갈 수 있으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