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량 수송 미래 꿈꾸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A380 항공기
- 운행 가능한 공항 제한적, 시장 변화와 함께 불과 10년 만에 찬 밥 신세로 전락
- A380 기종 정상 운행 가능한 공항은 전 세계 140개에 불과
초대형 항공기 A380 기종의 모습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2007년 싱가포르항공에 의해 첫 상용 비행이 시작될 때만 해도 미래의 대량 수송의 주역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불과 10년 만에 예견했던 항공시장은 완전히 바뀌었다. 허브 공항을 중심으로 한 연계 대량 수송(허브 앤 스포크)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각 공항을 직접 연결하는 포인트 투 포인트 형태가 더욱 확대되었다.
에어버스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거대한 항공기를 구상한 것은 허브 공항을 중심으로 한 연계 수송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항공 이동 수요도 대형 항공기 개발 추진의 한 축을 담당했다.
하지만 싱가포르항공이 10년 만에 A380 기종을 퇴출하기 시작하더니 에어프랑스는 전량 조기 퇴출시키기로 했고, A380 기종을 가장 많이 보유한 에미레이트항공마저 퇴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항공소식 에어프랑스, '더는 못 버텨' A380 항공기 모두 조기 퇴출(2020/5/21)
항공소식 싱가포르항공, 첫 도입했던 초대형 항공기 A380 5대 퇴출(2017/5/19)
A380 항공기 퇴출 이유 중 하나가 운행할 수 있는 공항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물론 애당초 허브 공항을 중심으로 운행한다는 콘셉트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도대체 어느 정도 규모, 시설을 갖춰야 A380 기종이 운행할 수 있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 A380 운행 가능한 공항 시설 제한 있어
- 유도로 간격 90미터 넘게 유지해야
우선 가장 중요한 요소는 거대한 항공기가 무리 없이 오가며 이착륙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
A380 항공기는 F급 항공기(참고: 항공기 등급)로 윙스팬(날개 끝 간격)이 79.75미터로 대형 항공기 대명사인 B747-400(64.9미터)보다 무려 15미터나 더 크다. 즉 거대한 덩치가 오가는 만큼 공항 활주로나 유도로의 폭은 물론 그 간격도 훨씬 넓어야 한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거대한 항공기 무게인데, 이에 가장 민감한 활주로 요구 강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이는 A380 기종의 랜딩기어 주륜과 주륜 사이 폭이 비교적 넓어 활주로에 가하는 충격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크기다. 특히 날개 크기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ICAO 기준에 따르면 A380 기종이 운행하려면 활주로 길이는 최소 3,350미터 이상이어야 하고 활주로 폭은 최소 60미터다. 유도로 역시 최소 25미터지만 갓길 포함해서 60미터 이상이어야 한다. 유도로와 유도로 간격은 최소 91미터다. 계류장 역시 마찬가지여서 유도로와 장애물 간격이 최소 51미터 이상 조건을 갖춰야 한다.
실제 운항에서도 불편한 점이 따른다. 거대한 날개 길이만큼이나 1번, 4번 엔진의 위치 때문에 착륙 후 제동장치 리버서(Thrust Reverser)는 안쪽 엔진 두 개에서만 작동시켜야 한다. 바깥쪽 엔진 리버서를 작동시켰다가는 활주로 갓길에 있는 돌 등으로 인해 FOD(외부 물질로 인한 엔진 손상)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부문에서 제한과 한계가 존재한다.
이런 조건을 갖춘 공항이 지구 상에 얼마나 될까? 에어버스에 따르면 전 세계 140개 공항에서 A380 항공기가 정기 운행할 수 있다. 런던 히드로공항, 뉴욕 JFK공항, 인천공항, 나리타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 주로 각 국가를 대표하는 대형 공항에 국한된다는 의미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더 많은 공항에 이착륙 가능하다. 활주로 길이, 강도 조건만 충족하면 되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최대 약 400개 공항에 A380 항공기가 이착륙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기술적으로 이착륙 가능하다는 것이지 정상적인 운행이 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나라 부산 김해공항, 제주공항도 비상시 이착륙은 가능하지만 딱 거기까지만이다.
▩ 공항 시설 추가·확장에 따른 부담과 승객 불편
너무 큰 덩치여서 A380 기종이 유도로에 들어서면 다른 모든 항공기들이 멈춰 서야 할 수 있기 때문에 공항 측은 A380 운행을 불허한다. 거기다가 승객이 탑승 시 이용하는 탑승교도 무려 3개가 필요하다. 다른 여타 기종이 최대 2개를 요구하는 것과는 달리 A380은 위층(어퍼데크)으로 연결하는 탑승교도 필요하다. 공항으로서는 A380 기종을 위해 별도 넓은 주기 지역을 배정해야 하고 탑승교 등 시설을 갖춰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
A380 항공기가 시장 흐름과 맞지 않은 것은 단순히 공항 규모와 시설 때문만은 아니다. 이용하는 승객들도 그다지 큰 잇점을 느끼기 어렵다. 대형 신형 항공기이니만큼 안정감과 소음 등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그 외에는 오히려 더 불편한 경우가 많다.
엄청난 규모 승객을 태우는만큼 타고 내릴 때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특히 어퍼데크에 비즈니스클래스 등 프리미엄클래스를 설치한 항공기에서는 탑승교 운용에 시간이 더 소왜되기 때문에 이코노미 승객들보다 하기가 늦어지기도 한다. A380 전용 주기 시설이 주로 메인 터미널 외곽 쪽에 위치한 덕분에 승객들은 하기 후 입국장까지 더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는 엄청난 승객수 만큼이나 수하물 양도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자신의 짐을 찾는데 적지 않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30분가량 기다리는 상황이 흔치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퇴역하는 에미레이트 A380 항공기
며칠 전 모습을 드러낸 에미레이트항공의 A380 모습은 미래를 그대로 보여준다. 무려 115대를 보유하며 A380 항공기를 메인 기종으로 운용하던 에미레이트항공마저 미래를 어둡게 본 것이다. 도색이 벗겨져 해체를 앞둔 A380 모습은 기술의 첨단 여부와는 무관하게 환경과 시장에 적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