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도 높을 수록 비행속도에 긍정적이지만 효율성·안전성 떨어져
하늘을 나는 것은 인류의 오랜 꿈이었다.
라이트 형제가 유인 동력비행에 성공하면서 인류의 영역은 지상에서 우주로 확장됐다.
지난 100여 년간 비행기술은 엄청난 진보를 보여 지구를 벗어나 우주에까지 이르렀지만 평범한 우리들에게 비행이라고 하면 민간 항공기를 타고 여행하는 것을 먼저 떠올린다.
민간 항공기는 보통 고도 7·8km에서 13km 사이에서 비행한다.
우리가 학창시절 배운 지식에 따르면 고도가 높아지면 질 수록 공기 밀도는 떨어진다. 그래서 항공기의 비행을 방해하는 힘이 감소하기 때문에 비행하는데 훨씬 효율적이라고 알고 있다.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가 18km 정도의 고도에서 비행했다지만 그 외 현대의 민간 항공기들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고도 13km위를 넘어 비행하는 경우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니고서는 극히 드물다.
비행고도가 높으면 높을 수록 비행속도가 향상될 수 있다고 하는데 콩코드처럼 높이 날지 않는 걸까?
우선 고도가 높아져 나타나는 현상(공기밀도 감소)이 비행에 주는 영향을 알아보자.
- 장점 : 기압 감소 → 항력 감소 → 비행속도 증가
- 단점 : 양력 감소 → 높은 추력 필요 → 연료 효율성 악화
고도가 높아지면 공기의 밀도는 떨어진다. 즉 기압이 감소한다는 뜻이다. 기압은 대개 1000미터 당 13~15% 정도 감소한다. 지표면에서의 압력을 1이라고 할 때 9천 미터 가량의 에베레스트 산에서의 기압은 0.3, 즉 지상 압력의 30%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그만큼 공기의 밀도가 떨어지고 한 번에 들이쉬는 산소의 양도 감소하기 때문에 숨쉬기가 힘들고 쉽게 피곤해진다.
비행고도는 최적의 경제·안전 고도를 선택
비행기는 어떨까? 높은 고도에서 공기의 밀도가 떨어진다고 하는 것은 비행하는 항공기에 가하는 방해의 힘, 즉 항력이 감소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방해하는 힘이 감소하는 만큼 비행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그러나 공기의 밀도는 양력, 즉 공중에 뜨는 힘에도 영향을 준다. 공기 밀도가 떨어지면 양력도 그만큼 감소한다. 높이 올라가면 갈 수록 항력이 줄어 비행속도를 내는데 유리하지만 양력이 감소하는 단점이 있다
또한 공기 밀도가 감소했기 때문에 항공기 엔진의 효율성은 떨어진다. 공기를 받아들여 압축하고 연료와 함께 폭발시키는 힘으로 추력을 얻는 엔진은 공기 밀도가 희박해진 만큼 필요한 공기(산소)를 얻기가 어려워지게 된다.
즉, 고도를 높일 수록 비행속도는 빨라질 수 있지만 일정 고도 이상이 되면, 되려 연료 소모가 커지는 비효율성도 함께 증가한다.
비행고도를 무작정 높이지 않는데는 안전의 이유도 있다.
- 항공기 내외 기압 차이 극복 위해 강한 강도의 기체 필요 → 항공기 중량 증가 → 효율성 감소
- 비상상황 발생 시 신속히 고도 낮추기 어려워
높은 고도를 비행하는 동안에도 항공기 객실기압은 사람들이 힘들지 않을 정도로 유지해야 한다. 즉 항공기 내외에 발생하는 기압차이를 극복하고 기체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체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기체 강도를 높인다는 것은 그만큼 무거워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비용 효율성은 크게 떨어진다. 그리고 아울러 산소 호흡기 등을 사용해야 할 비상상황 시 승객의 안전을 위해 고도 3km(1만 피트) 정도까지 비행고도를 낮춰야 하는데 너무 높은 고도에서 순항할 경우 빠른 시간 안에 비행고도를 낮추지 못해 승객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
반대로 고도를 낮추면 공기의 밀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비행기에 가해지는 항력이 커진다.
- 단점 : 항력 증가 → 비행속도 저하
- 장점 : 양력 증가 → 연료 효율성 향상
하지만 항력이 커진다는 말은 그만큼 양력도 증가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적절한 속도에서는 연료 효율성이 좋아진다. 하지만 너무 고도가 낮으면 비효율성이 커지기 때문에 항공기의 비행, 순항고도를 가장 최적이라고 할 수 있는 7·8km에서 13km 사이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그럼 콩코드는 왜 18km라는 높은 고도에서 비행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언급한 그대로 무엇보다 빠른 속도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고도에서 초음속 비행이 가능하려면 공기의 마찰력을 이길 수 있는 높은 기체 강도를 요구하기 때문에 항공기 중량이 증가할 수 있다. 항공기 중량이 증가하면 그만큼 기체 크기를 키워야 하는데 그러면 항력 또한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초음속 비행을 위해 공기 밀도가 높은 저고도 보다는 밀도가 낮은 고고도를 순항고도로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양날의 검 같아서 고고도에서 속도를 내기 위해 강한 엔진과 많은 연료가 필요해 그 효율성은 최악이었다. 항공기 사고, 소음 등의 문제가 있긴 했지만 콩코드가 민간 항공기 시장에서 퇴출된 가장 큰 이유는 극악의 경제성에 있었다.
그래서 현대의 민간 항공기들은 대류권의 제일 상단부이자 성층권 하단부인 대류권 계면, 약 10km 정도의 고도를 가장 선호하게 됐다.{1} 이 고도를 선호하는데는 단순히 비행속도, 연료 효율성 때문만은 아니다. 지표면에 가까울 수록 공기의 흐름이 지표면의 영향으로 불규칙하게 발생하지만 대류권 계면에서는 상대적으로 기상 변화가 적어 안정적이고 편안한 비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는 이 고도에서 발생하는 제트기류(Jet Stream)도 한 몫을 한다. 경우에 따라 제트기류는 항공기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비행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기 순항고도는 대개 운항 거리에 비례한다. 짧은 구간이라면 굳이 높은 고도까지 무리해서 올라가 연료를 더 소모할 필요가 없다. 순항 구간이 짧기 때문에 비교적 낮은 고도에서 비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그래서 보통 국내선이나 일본, 중국 등 단거리 국제선 운항 시에는 8.5km(FL280) 이하에서 비행하는 것이 보통이고 장거리에서는 보다 높은 10km(FL350) 내외에서 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운항하고 있는 민간 항공기들의 비행고도는 비행속도, 효율성,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 것이다. 비효율적이고 리스크가 커지는 지나치게 높은 고도와, 비행 안정성·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저고도 사이에서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선택한 최적의 경제 고도라고 할 수 있다.
- ^ 위도에 따라 대류권 높이는 다소 다르다. 극지방에서는 7-8km 정도, 적도 지방에서는 18km 정도의 높이까지 대류권이 형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