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마음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알고보니 출발지인 인천공항에서 짐을 싣지 않았던 것.
그 신혼 여행지인 팔라우는 비행편도 마땅치 않아 결국 이틀 후에나 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틀동안 즐거워야 할 신혼 여행은 불편과 버거움으로 짜증만 지속되었다.
이 신혼 여행객들은 인천공항에 도착해 짐을 실어보내지 않은 경위를 따져 물었고 보상을 요구했다. 팔라우 공항 급유기가 고장나 있었고, 당일 기상이 좋지 않아 항공기 무게를 줄일 수 밖에 없었다는 항공사의 설명(?)이 있었지만 승객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약간의 보상을 받기는 했지만 꿈같이 아름다워야 할 신혼 여행을 망친 항공사를 원망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짐이 도착하지 않았을 때의 그 황당함이란.....
항공사는 왜 짐(Baggage)을 승객과 같은 항공편에 실어 보내지 않았을까?
승객 골탕 먹이려고? 그럴리야 없다. 그러면 그 이유는 뭐였을까?
기본적으로 항공기는 뜨고 내릴 때의 무게에 제한을 둔다. 너무 무거우면 이륙할 수 없고, 설사 이륙했다 하더라도 내릴 때 중량 초과 때문에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때는 항공기가 연료를 공중에다 버리고 착륙하는 경우도 있다. 내릴 때의 무게가 제한치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미루어 짐작컨대 신혼여행객의 짐을 일부 실어보내지 않은 이유는 이런 상황 때문일 것이다.
팔라우라는 공항이 많은 항공기, 특히 중형급 이상 항공기가 그리 많이 다니지는 않는다. 정기편도 얼마 안되는 데다가 부정기편으로 우리나라 항공사들이 가끔 운항하는 형편이다.
게다가 활주로도 2,100미터 정도로 짧아 대형 항공기 이착륙에는 무리가 있으며 B737 급 소형 항공기 정도만 무리가 없을 정도다.
당시 날씨가 나빴다고 한다.
날씨가 나쁜 것하고 항공기 무게랑 상관있다? 상관있다.
비라도 오게 되면 활주로는 미끄러워진다. 같은 무게라도 비가 오는 날에는 항공기 제동거리가 길어져 짧은 활주로를 뜨고 내릴 때는 위험성이 커진다.
아마도 이 항공사는 승객 짐이라도 싣지않아 항공기 무게를 줄여야 한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당시 팔라우 공항은 급유기가 고장나 있었다. 급유기가 고장난 것이랑 짐을 실어 보내지 못한 것이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문제는 연료 무게다.
팔라우 공항 급유기가 고장나 버렸으니 팔라우 공항에서는 연료를 보급할 수 없다. 그러면 인천공항에서 출발할 때 아예 돌아올 때 사용할 연료를 함께 싣고 가야 한다. 소위 탱커링(Tankering)이라고 하는 것인데, 이렇게 추가된 연료 때문에 무거워진만큼 항공기는 다른 곳에서 무게를 줄여야 했다.
그 줄여야 할 무게를 승객 짐으로 대신했던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이렇게 신혼여행객의 짐을 실어보내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한다고 해서 항공사 행위가 적절했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항공권을 판매하고 예약을 접수했다면 항공사에게는 승객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여행지 개척을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항공기를 띄우는 관행은 칭찬받기 힘들다. 새로운 도시에 항공기를 띄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안전성이 최우선으로 검증되어야 하지만 이 점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팔라우 공항의 급유기가 언제 어떻게 고장났는 지는 알 수 없지만, 그에 대한 대비책도 미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안전한 항공기 운항을 위해 최악의 여건까지 감안해야 하는 항공사로서는 그 준비와 검증이 미흡했다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 없다.
항공사는 승객의 입장에서 준비하고 비행해야 한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거나, 단지 좌석 판매를 위해 무리수를 두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신혼여행은 일생에 한번 있는 일이다. 이 여행을 망쳐버린다면 보상금 100달러, 200달러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업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 바랄 뿐이다. 짐도 없이 여행했을 신혼부부를 생각하니..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