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편명(Flight Number 혹은 Call Sign)은 대개 항공사 약어 코드와 숫자로 구성된다.
대한항공 001편은 KE001 혹은 KAL001로 표기한다. 전자는 IATA 방식으로 통상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이며 후자는 ICAO 방식으로 관제, 운항관리 등 업무 전문분야에서 주로 사용된다.
항공사들은 자사의 여러 상황을 고려해 인식하기 쉬운 편명 체계를 만든다. 예를 들어 중국 노선 항공편명은 '8'로 시작한다거나, 구주 노선에는 '9'로 시작한다거나 하며, 국제선은 3자리 숫자, 국내선은 4자리 숫자로 구성하기도 한다.
그래서 항공편명을 보면 대개 그 운항 노선 등을 짐작할 수 있다.
숫자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지만, '1'이라는 숫자가 가지는 상징성은 제법 크다. 그 노선을 대표한다는 의미도 있고, 처음 개설한 노선이라는 의미도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601편은 인천-홍콩, 701편은 인천-나리타, 901편은 인천-파리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각각 동남아 노선, 일본, 구주 노선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있어야 할 것 같은 편명이 보이지 않는다. 801편이다.
이쯤되면 쉽게 짐작이 간다. 801편은 대한항공으로서는 잊을 수 없는 아픔을 준 항공편명이다. 바로 1997년 괌에서 발생한 추락 사고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항공사들은 사고가 발생했던, 특히 인명 사고가 발생했던 항공편명은 다시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대한항공 801편이 그렇고, 얼마 전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했던 아시아나항공 214편이 그렇다. 더불어 왕복 편명인 802편, 213편도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사상 최악의 항공사고 10건만 살펴봐도 모두 해당 편명은 해당 항공사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 007편 (1983년), 아메리칸항공 191편 (1979년), 이란항공 655편 (1988년), 사우디아항공 163편 (1980년), 터키항공 981편 (1974년), 일본항공 123편 (1985년), KLM 4805편 (1977년) 등이 대표적이다.
사고를 냈던 항공편명을 다시 사용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용하는 승객 입장에서는 찜찜하고 불안할 수 밖에 없으니, 불필요한 불안감을 차단해야 한다면 어쩌면 당연하고 상식적인 선택이라 하겠다.
KLM4805는 지금도 쓰이고 있는데요?
'영원히'라는 말은 어패가 있겠네요..
아마 이 글을 작성했을 때만 해도 해당 편명은 사용하지 않는 상태였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