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지금은 영욕의 과거를 짊어진 한 경영자의 책 이름이다. 뭐 여기서 책에 대해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가 넓다지만 항공 교통 수단의 발달로 점차 그 시간적 간격이 좁아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다른 공간의 시간대를 빠르게 넘나들게 되었으며 이는 우리의 생체 리듬을 깨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했다.
소위 제트 래그 (Jet Lag) 하는 시차로 인해 발생하는 생체리듬의 흐트러짐이 그것인데, 24시간을 주기로 하는 자연과 조화롭게 활동하던 생체리듬이 갑작스런 시간 변화로 인해 깨져 버리면 짧게는 서너시간 길게는 2-3일까지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1994년 뉴질랜드 국제선 승무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보면, 장거리 비행 후에 약 90 퍼센트가 도착 후 5일 정도 피곤함을 느꼈으며, 94퍼센트는 몸의 에너지가 부족함을, 93퍼센트는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음을 호소했다. 심지어 70퍼센트 정도는 귀와 코, 목 등 구체적인 이상 증세까지 보였다고 한다.
"우리 인간의 신체구조는 24시간을 주기로 하는 소위 생체시계를 따라 활동하게 되어 있습니다."
"시간 경계선을 넘나드는 빠른 속도 여행은 일시적으로 신체의 부조화를 가져오게 되어, 잠이 잘 오지 않는다거나 짜증을 쉽게 내고, 한 곳에 집중하기 힘든 현상 등을 가져오게 합니다."
"왜냐하면 신체 상태가 완벽해야 집중도도 높아지고, 피곤함을 덜 느끼는데, 인간의 몸은 시간적 변화라는 환경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서서히 적응하기 때문입니다. "
"우리의 생체 시스템은 환경에 맞게 조절되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반대편 시간대로 빠르게 이동했을 때 몸이 완전히 해당 시간대에 적응하기까지 약 2-3주의 기간이 필요하게 됩니다."
UCLA 의학센터 Chris Colwell 교수의 제트 래그(Jet Lag)에 대한 설명이다.
이런 제트 래그(시차로 인한 영향)를 줄여보고자 여러가지 방법들이 연구되고 있으며, 그 원인을 심지어는 식사 종류나 양에서 찾는 경우까지 있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은 항공 여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제트 래그(Jet Lag)에 대한 일반적인 현상과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몇가지 소개해 본다.
제트 래그(Jet Lag)는 비행 시간이 아니라, 시간대 변경이 원인 |
제트 래그(Jet Lag)는 흔히 장거리 비행에서 나타난다고 생각하지만, 단순히 비행 시간이 길다고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인간의 신체는 현재 거주하는 곳의 시간대에 맞춰 생체리듬이 형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 시간대가 갑작스럽게 바뀌면 신체가 적응하는데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항공기가 비행하는 동안 여러번의 시간대가 바뀌게 되는데, 이때 몇 시간 비행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시간대가 얼마만큼 많이 바뀌느냐에 따라 시차 피로도가 결정된다.
예를 들어 같은 9시간 정도의 비행시간에 6번 시간대가 바뀌게 되는 뉴욕에서 마드리드까지 비행이, 12시간의 비행시간에 4번 시간대가 바뀌는 뉴욕 - 하와이 비행보다 더 피곤하게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간대가 거의 바뀌지 않는 북반구에서 남반구로의 비행은 비록 장거리지만 Jet Lag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장시간 비행으로 인한 피로도만 발생하는 것이다.
제트 래그(Jet Lag) 증상은 단순히 잠을 잘못 자는 것 이상 |
제트 래그는 단순히 잠을 잘 못자는 것 그 이상의 증세가 나타난다.
제트 래그의 대표적인 증상은 편안하게 숙면을 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낮에는 물론이거니와 밤에도 말이다. 그러나 그 이외에도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데, 쉽게 짜증을 낸다거나 감기에도 걸리기 쉽고, 소화불량은 물론 심적으로 가라앉게 만드는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는 기억력 감퇴 현상도 나타난다고 한다.
이런 제트 래그가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신체를 새로운 시간대에 적응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달마가 서쪽으로 간 이유는? |
Colwell 교수에 따르면, 동쪽으로 여행하는 것이 서쪽으로 하는 것보다 제트 래그 현상이 더 심하게 발생한다고 한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지만, 생체 시계를 빠르게 하는 것보다 늦추는 편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스포츠 행동 저널의 1999년 한 기사에 의하면 동쪽으로의 여행은 신체가 느끼는 리듬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압축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반면, 서쪽으로의 이동은 생체리듬을 느슨하게 만든다고...
즉 한국에서 미국으로 비행하는 것이 유럽으로 비행하는 것보다 더 많은 피로도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아무래도 태양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태양을 거스르며 반대방향으로 이동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영약의 기본은 운동 |
기내에서 적당한 스트레칭과 운동은 여행 후유증을 줄이는 데 도움되는 것은 다들 알고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항공기 도착 후, 지상에서도 어느 정도 몸의 움직임을 유지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도착 후, 지상에서의 적당한 운동은 편안하고 깊은 잠을 청하는데 도움이 된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약 한시간 정도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이 좋으며, 잠에서 깬 후에도 적당한 스트레칭과 에어로빅 운동 등을 해주면 몸의 움직임을 시간대에 맞게 활성화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생체 시계를 현지 환경에 맞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해악의 근본은 술 (언제나 술은 악역 ^^;;) |
항공기 안에서의 식사 후 와인 한두잔은 몸의 이완을 풀어주고 기분 좋게 해 준다.
그러나 과유불급... 이런 와인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특히 시차 피로도를 증가시키는 주 원인이 알콜이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와인을 한 두잔 마시고 싶다면, 함께 물을 많이 마실 것을 전문가들은 권장한다. 자칫 알콜로 인해 나타나는 신체의 탈수증상을 막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잠깐의 수면은 괜찮아 |
잠은 아주 잠깐만..
기내에서 자는 게 좋을까? 아니면 자지 않고 깨어 있는 것이 좋을까?
어떤 이는 비행기에서 식사 후, 와인 서너잔 마시고 도착할 때까지 내리 잔다고 한다. 길게는 5-6시간을 계속해서 잠을 자는 것이다. 또 어떤 이는 도착지 시간을 기준으로 밤에 잘 것을 대비해 항공기 안에서는 깨어있는 것이 좋다고도 한다.
전자의 경우처럼 항공기 안에서 무작정 잠을 장시간 자는 것은 생체 시계(Biological Clock)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방법이기 때문에 지양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게 기내에서 깨어 있으려고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장거리 비행 시에는, 기내에서 30-40분 정도로 잠깐 수면을 취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비행편의 경우 미주나 유럽 도착 시간대가 오후가 되므로 항공기내에서 장시간 잠을 청하게 되면 도착해서 후유증(제트 래그)이 심해질 것이다. ^^;; 밤에 잠 자기 힘들어..
햇볕에 당신의 생체 시계를 맞춰라 |
얼마 전, TV에서 밤에 잠 안자는 아이들에 대해 방송을 본 적이 있는데, 잠 안자려고 하는 아이들 때문에 그 부모가 심지어 이혼까지 생각했던 사람들도 있으며, 아이를 더 갖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들의 증언이 대부분일 정도로 심각한 현상 중의 하나가 밤에 잠 안자려고 하는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해서, 아침에 일찍 깨워 오전 햇볕을 충분히 쏘이게 하고, 낮에는 적절한 신체 활동을 통해 어느정도 피로감을 느끼게 하라는 것이었다. 이 방법으로 아이들을 다루자, 거짓말처럼 대부분의 아이들이 밤에 일찍 깊은 잠에 들게 된 것이었다.
사람의 신체가 잠을 자고 깨는 것은 전적으로 밤과 낮이라는 환경 때문이다. 이런 주기적인 환경에 따라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발생하는데, 몸을 햇볕에 노출시키면 신체는 이를 낮이라고 인식하고 생체 시계를 초기화시킨다고 한다.
호텔 등에서 잠을 잘 때 커텐 등으로 완전히 햇볕을 차단하고, 깨어서는 외부 햇볕이 방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 좋다. 더 좋은 방법은 햇살 좋은 아침에 너른 의자 등에 누워 햇볕을 충분히 쏘이는 것(^^;;)이다.
햇볕을 많이 쏘이면 쏘일수록 낮과 밤이라는 주기에 더 빨리 적응하게 된다.
도착지 시간대에 맞춰 미리 생활 패턴 조정 |
잠자는 시간대를 맞춰라. 美 나사(NASA)는 우주인이 우주로 올라가기 전에 수면 패턴을 우주 환경에 맞게 미리 조절한다고 한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비행하기 전 며칠 전부터 도착지 시간대에 맞춰, 한두시간 정도 일찍 혹은 늦게 잠자리에 드는 것도 좋다.
다만 장시간 지속할 수 없으므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항공기 안에서도 도착지 시간에 맞춰 잠을 미리 자두거나, 말똥말똥 두눈 뜨고 깨어서 지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
기내에서 식사는 가볍게 |
기내식은 가볍게.. 가볍게...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항공기 안에서 아예 식사를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적은 양만 섭취하는 것이 도착 후 생체 시차를 맞추는 데 훨씬 용이하다고 한다. 가볍게 식사를 하거나 도착지 시간대에 맞춰 식사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항공편이 항공기 출발하고나서 한 두시간 이내에 식사를 시작해 도착 2-3시간 전에 다시 식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사가 도착지 시간대에 맞춰 식사를 제공하면 좋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임의의 시간대에 아무렇게나 제공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하는 게 좋다고 한다.
수면 보조제 복용은 지양 |
도착지 시간대가 아침이라고 해서, 항공기 내에서 억지로 잠을 청하다 보면, 오히려 잠이 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자칫 수면 보조제(약)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수면 도움 약이다.
이런 약에 취해서 드는 잠은 절대 생체 시계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억지로 넉아웃 상태로 만드는 것이지 몸에게 휴식을 주는 것이 절대 아니기 떄문이다.
장거리 비행의 목적이 여행이든, 업무든 간에 도착지 일정을 즐겁고 원만하게 진행하려면, 우선 신체적 건강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다만 여러 시간대를 거쳐 날아가면서 깨지는 생체 리듬을 얼마만큼 현지에 맞게 조절하느냐가 성공적인 비행이냐 아니냐를 결정하게 된다.
위에 열거한 여러가지를 다 지킬 수는 없더라도, 기내에서 적당량의 식사와 스트레칭, 도착지 시간대에 맞춘 수면, 도착해서 충분한 햇볕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장거리 항공여행으로 나타나기 쉬운 제트 래그(Jet Lag)를 어느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시차는 외계인도 힘들어.. 아~ 졸려..
출처, 참고 : 포브스 트래블러
https://news.airportal.co.kr/enewspaper/articleview.php?master=&aid=17059&ssid=1&mvid=1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