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나가 비행기 타기까지 과정 중에 가장 짜증나며 길게 느껴지는 절차가 바로 보안검색이다.
비행기 좌석 배정 받는 줄이야 짐도 부쳐야 하고, 좋은 좌석 배정 받아야 하니 기다리는 과정도 그리 짜증스러울 것 없겠지만 (물론 이것도 길면 짜증나기는 매한가지다. ㅎㅎ) 보안 검색을 위해 기다리는 줄은 유쾌할 것 없다.
예전에도 보안검색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심하고 철저하지는 않았다. 보안검색이 이렇게까지 강화된 것은 911테러를 기점으로 해서다.
이처럼 항공기는 테러리스트의 좋은 공중납치(하이재킹) 표적물이 되곤 했는데, 주로 국제 갈등에 의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돼왔다. 여기에 발맞춰 항공기도 대응방안을 준비해왔는데 그 중의 하나가 통신수단을 이용해 항공기가 하이재킹(납치)되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방법이다.
며칠 전 (2011/01/03) 시카고를 출발해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던 미국 유나이티드항공(UA) 여객기에서 하이재킹(공중납치)되었다는 경보신호가 관련 기관에 포착되었다. 911 테러로 항공기 테러, 납치에 대해 예민할 대로 예민한 미국 당국으로서는 매우 심각한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대표적인 하이재킹 사건인 911테러
하지만 그 일은 조종사가 커피를 엎지르는 바람에 전자기기가 오작동을 일으켜 그 가운데 하이재킹을 의미하는 비상코드를 전송하게 된 것이었고, 캐나다와 미국 국방부는 해당 항공기와 교신해 기기 오작동임을 확인해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당시로는 상당히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전해진다.
이 사건에서 나타난 하이재킹 경보는 Transponder로 전송되는 무선호출부호(코드) 중 하나인 '7500'이다.
항공부문에서는 관제와 교신 등 원활한 통신을 위해 항공기 상태나 필요사항을 Transponder(트랜스폰더)라는 무선기기를 통한 코드로 전달하고 수신한다. 예를들어 자신의 비행기가 시계방식(1200)으로 비행하는지 아니면 계기비행(1000)하는 지를 알리기도 하고, 군작전 수행 중인지 아닌지, 혹은 단순히 에어쇼를 위한 비행인지를 알리는데 이 코드를 사용해 관계기관에 알리는 것이다.
그래서 일명 Squawk Code 라고 하기도 하는데, 거억거억 우는 소리처럼 자신의 상태를 알린다 해서 붙혀진 명칭이다.
이 코드를 제대로 세팅하지 못하거나, 혹은 오작동하게 되면 항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유나이티드항공의 하이재킹 코드 경보 같은 경우도 911 테러를 경험한 미국으로서는 자칫 전투기를 출격시켜 공격까지도 감행했을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Transponder 로 전송하는 Squawk Code
앞서 설명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Squawk Code 외에 매우 긴박한 위기 상황에서 사용하는 코드로는..
위 유나이티드항공 사례에서 보여진 '7500' 코드는 항공기 공중납치의 경우에 발송하고, 모든 통신수단이 두절된 경우에는 '7600' 코드를, 그리고 연료부족이거나 엔진 고장 등으로 위급한 상황이 발생해 비상착륙 등을 해야 하는 일반적인 비상상황 경우에는 '7700'이라는 코드를 세팅해 전송한다.
일단 이들 중 하나라도 코드 경보가 울리면 인근 관제소는 비상상황에 돌입하게 되고 항공기 움직임을 주시하며 하이재킹 혹은 다른 비상상황 여부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911테러 때는 조종실을 장악한 테러범들이 조종 등 비행교육을 받았던 사람들이어서 이런 트랜스폰더에 의한 코드 전송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에 코드가 전송되지 못하도록 사전에 제압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유나이티드항공 조종사는 커피를 어디다 어떻게 엎질렀길래 공중납치를 의미하는 7500 코드가 전송되었던 것일까 궁금하기만 하다. ^^;;
< 2011/01/10 Pos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