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이 기내에서 승객으로부터 요청을 받고,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어디나 그러하듯, 만사가 미리 정해진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긋난 일을 바로 잡아야 할 때도 있으며, 불가피한 경우에는 승객의 요청을 거부해야 하기도 한다.
승무원이 기내에서 손님으로부터 듣는 말, 요청 중에 듣고 싶지 않은 말은 어떤 것들일까? FlyerTalk 에 올라온 내용 중 5가지를 선정했다.
1. 일행이랑 자리가 떨어졌어요. 다른 사람이랑 바꿔, 함께 앉도록 해 주세요!
이런 말을 들을 때면 화가 난다. 도대체 체크인(탑승수속) 할 때는 뭘 했길래 자리가 이미 다 정해진 탑승시점이 이런 요청을 하는 걸까? 그나마 바꿀 수 있는 여유 자리가 있다면 괜찮겠지만, 대부분은 만석으로 자리 바꾸기가 어렵다.
화가 나다가도 장시간 비행하는데 일행과 자리가 떨어져 불편해 할 것을 생각하면 자리를 배정한 직원이 원망스러워진다. 어떻게 하든 다른 사람들의 양해를 구해 조정해 보려고 하겠지만..
2. 조기.. 비즈니스 자리 비었는데, 거기 가서 앉으면 안될까요?
안되는 걸 왜 묻는 걸까? '노(No)' 라는 답을 듣고 싶은 건지.. 의외로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 클래스마다 요금 차이가 있는 걸 모르는 걸까? 비즈니스 클래스 요금 지불한 사람들은 돈 쓸 곳이 없어 항공사에 기부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게다가 심한 경우에는 비행 중에 이런 요청을 하기도 한다. 비즈니스 좌석을 원한다면 카운터에서 자리 배정할 때 요청하시길..
3. 연결 항공편 시간이 얼마 없는데, 다른 사람보다 먼저 내리게 해 주세요.
항공기가 지연 출발했거나 해서 불가피하게 다른 승객들보다 먼저 내리도록 하는 건 일상화되어 있다. 다른 승객들이 그런 걸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닐테니 말이다. 하지만 스케줄을 잡을 때부터 연결시간을 간당간당하게 만들어 놓고서는 먼저 내리고 싶다고 하는 건 아니지 싶다.
4. 내 가방 좀 올려 주세요.
이래서 승무원은 육체 근로자다. 죄다 몸으로 뛰는 일이다. 키도 제법 커야 한다. 가방을 번쩍 들어 선반에 올려 주려면 말이다.
연로하신 분이나, 어린이 등 도움이 필요한 경우라면 기꺼이 기쁘게 감당하겠지만, 단지 귀찮아서, 승무원이니까 시켜도 돼! 이런 생각으로 자신의 짐을 선반에 올리라고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승무원들 부상 중 상당수가 염좌, 즉 삐거나 겹질리는 형태다. (항공상식 항공 승무원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질병/부상은? ) 기내식 카트 등을 움직이며 다치기도 하지만 승객의 짐을 들어 주다가 다치는 경우도 많다.
5. 펜 있어요?
나라와 나라를 오가는 국제선 항공편에서는 입국 관련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필기구가 없다면 곤란할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왜 이런 요청을 받으면 기분이 살짝 찡그려지는 걸까? 처음 몇몇 요청에는 별 생각이 없다가도 적지 않은 승객들이 이런 요청을 하면 약간 짜증스럽기도 하다.
물론 나(승무원)는 펜을 가지고 있다. 당연하다. 기내 여러 승객들의 요청이나 필요사항들을 메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걸 승객에게 빌려주고 나면 좀 답답해진다. 그리고 이렇게 빌려간 펜은 대부분 되돌아 오지 않는다.
속마음은 이래도, 절대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마치 우아한 백조처럼 미소를 머금고 온갖 질문과 요청을 감당해 내야 한다. 그래야 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