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도 마찬가지겠지만, 항공교통은 비행기만 있다고 해서 마음대로 하늘로 띄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항공운송은 특히 국가 간 이동의 대표 수송수단으로 각 국가간 이해관계에 따라 그 운항이 결정될 수 밖에 없다. 심한 경우 자국 국민을 다른 나라 항공사에게 몽땅 맡겨버리는 결과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국가는 항공사들의 운항을 그 원칙에 따라 철저히 규제해 왔다.
소위 하늘의 자유, Freedoms of the air 라는 것이 나타나게 되었는데, 이는 국가간 분쟁을 막기 위해 나타난 개념으로 국가민간항공기구인 ICAO 시카고 회의(1944년)에서 비롯되었다.
주요 골자는 외국 항공기의 자국 운행을 규제하고 보호하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시카고 회의에서는 다섯 가지 자유에 대해서만 규정했지만, 그 의미가 계속 확대되어 현재는 8 혹은 9자유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늘의 자유 개념
Open Sky, 완전한 항공 자유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홉번째 자유, 즉 제 9 자유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카보타지 (Cabotage) 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외국 항공사가 자국에 들어와 마음대로 국내선 구간을 운항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간단히 예를들면 우리나라 항공사가 미국 국내선에서 자유롭게 승객을 운송하는 것을 말한다.
이 카보타지가 완전한 하늘의 자유를 의미한다면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자유가 있는데 다름아닌 제 7 자유다. 7 자유란, A국 항공사가 B국에서 승객을 실어 C국으로 운송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한다. 9 자유가 국내선 운송이 대상이라면 7 자유는 국제선이 그 대상이라고 보면 된다. 이렇게 되면 B국 승객을 외국(A) 항공사가 운송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B국 입장에서는 자국 승객을 외국(A) 항공사에게 빼앗겨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운송 사례는 많지는 않지만 Open Sky (항공 자유화) 가 점차 확산되는 가운데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 항공사도 이런 제 7 자유를 이용해 운송 권리를 행사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일본 출발, 괌으로 일본 승객을 실어나른 대한항공
대 한항공이 일본 오봉(일종의 추석 명절)을 맞아 항공수요 승객을 유치해 일본 승객을 미국으로 운송했다. 오봉 기간은 연말연시, 5월 황금 연휴와 함께 일본의 3대 여행 시즌이다. 흔히 5월 골든위크과 비교해 실버위크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오봉 여행 시즌을 맞아 대한항공은 9월 19일부터 23일까지 3차례에 걸쳐 일본 도쿄(나리타)를 출발해 괌으로 가는 항공편을 띄우게 된 것이다.
이 항공편 승객 전원은 일본에서 출발하는 승객으로 순수하게 일본에서 모객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항공사가 외국에서 제 3국으로 승객을 운송한 첫 사례다. 그 동안은 한국을 출발한 항공기가 외국에서 제 3국으로 승객을 수송한 사례(인천-도쿄-로스앤젤레스)는 있어 왔지만, 순수하게 외국에서 외국 승객을 제 3국으로 실어나른 것은 첫번째 사례(도쿄-괌)인 것이다.
이는 올해 6월 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양국 항공회담에서 양국 여객편에 한해 승객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서로 상대국과 제 3국간 운송을 허용하면서 가능하게 되었다.
이번 사례를 볼 때 우리나라 항공사들이 상대국에서 적절한 영업망만 갖춘다면 이런 7자유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상대국 국민들에게 어느정도 인지도와 신뢰도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겠지만, 이번 대한항공 사례를 기점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어쨌거나 대한항공은 새로운 신기원을 연 셈이다. 다만 이번처럼 전세기 등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정기편으로 까지 확대, 정착된다면 더욱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최근 일본항공의 인원 감축, 외국 항공사에 지분 매각설 등 침체 분위기 소식과 묘하게 맞물려 더욱 색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