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성탄절 새벽에 벌어진 미국 항공기에 대한 테러 시도가 다행히 불발로 끝나긴 했지만, 이로 인한 항공업계 여파는 만만치 않다.
우선 미국행 항공편에 대한 보안 검색이 강화되고, 항공기 비행 정보를 승객들에게 알리지 못하도록 하는 등 테러시도를 막기위한 조치들이 속속 적용되고 있다.
일명 알몸 검색기
이 지경에 이르자 알몸 검색기로 알려진 신형 X-Ray 보안 검색장비가 전 세계 공항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그 동안 인권 침해 논란으로 각 공항들이 도입을 꺼려왔던 것인데 이번 테러 시도로 비난 여론을 덮고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쯤되니 보안검색 장비 회사들이 물건 팔아먹기 위해 테러를 위장했다는 음모론마저 나오고 있다.
모든 나라 모든 공항에서 항공기의 안전한 운항을 위해 보안검색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번번히 뚫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검색 절차가 느슨해서일까? 아니면 검색원들이 농땡이 피우고 있어서?
열 순경이 도둑 하나 막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테러를 자행하기 위한 시도를 사전에 막기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보안 검색이라고 하는 것도 그 사회의 여건이나 성숙도에 따라 나라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우리나라만 해도 88올림픽이 끝난 90년대 초까지도 김포공항 터미널에 들어갈 때도 문형 탐지기를 통과해야 하는 등 보안검색이 철저했었다.
현재 지구상에서 보안 검색이 가장 철저한 나라를 꼽을 때 이스라엘을 빼 놓을 수 없다.
아랍 주변국들과의 갈등과 위협 속에서 보안과 안전이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네들만의 독특한 보안 검색 방법, 절차도 안전한 항공기 운항에 일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 공항에서는 보안 검색 시 신발을 벗는 것이 철칙처럼 되어 있지만, 주변 정세가 어지러운 이스라엔 벤구리온 공항에선 이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보안 검색을 이유로 신발을 벗으라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공항에서는 승객 신발 안에 뭐가 들었는지, 주머니나 속옷에는 뭘 감췄는 지 묻지 않는다. 단지 승객이 뭘 생각하고 있는 지 궁금해 할 뿐이다.
신발 신은 채 보안 검색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에서는 여러 단계의 보안 검색 절차가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우선, 차를 몰고 터미널에 접근하게 되면 신원 확인이 먼저 이루어진다. 누구며 어디서 왔는 지 등에 대한 질문을 통해 초기 단계에서 의심스런 행동 여부를 먼저 확인한다.
터미널에 들어서려면 무장한 경비원(군인)을 거쳐야 하는데, 이때 육안 검사가 이루어지며 조금이라도 의심스런 경우를 대비해 무작위 검사를 한다.
이 단계를 거친다고 해서 탑승수속 카운터에 바로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또 한번 보안검색을 위해 줄을 서야 한다. 이곳에서는 젊은 검색원들이 여권과 항공권을 가지고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신원확인과 어디서 왔으며 목적지는 어딘지, 짐은 누가 쌌으며 다른 사람 짐을 대신 들어주는 건 아닌지 꼼꼼히 확인한다. 만약 애매모호한 답변을 할 경우, 그 뒤에 이어지는 질문은 조금 더 세부적인고 개인적인 것들로 이루어진다. 911테러 전까지만 해도 무례했다고 생각되었던 이런 질문들이 이젠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 버렸다.
벤구리온공항
수하물은 탑승수속 전에 X-Ray를 통해 검색이 이루어지며, 의심스런 물건에 대해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승객은 신발을 신은 채 X-Ray 검색기를 걸어 통과해야 하고, 휴대 수하물 또한 별도로 검색한다. 물론 휴대 수하물은 이미 이전 단계에서 한번 검색했지만 다시한번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여러 단계가 필요하지만 시간이 터무니없이 많이 걸리지는 않는다. 여행객이 많은 피크 시즌에도 마찬가지다. 여러 단계 보안검색을 거치는 동안 놓칠 수 있는 작은 위험 요소도 걸러내는 반면 시간은 그리 많이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스라엘을 자주 여행하는 Jeffrey Goldberg라는 블로거는 미국의 보안 검색이 이스라엘만큼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무식하리만큼 (5시간 정도 전에 공항에 나와야 하는) 미국 공항들은 여러 단계의 보안검색을 거치긴 하지만 신속한 이스라엘 시스템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런 겹겹이 둘러싼 다중 보안검색 절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 보안검색 시스템이 말(Word)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프로파일링... Profiling...
요즘은 매우 익숙해진 표현이다. 범죄자의 심리나 패턴을 파악해 사건을 수사해 나가는 방식을 말하는 것으로, 이스라엘 보안검색 시스템에서 이런 프로파일링 기법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승객들의 행동 모습에 관심을 가집니다. 각각의 사람들은 그 배경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행동 패턴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머리 속이 궁금해...
이스라엘 보안검색 원칙은 '가방 안에 뭐가 있는지 보다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지(Get inside their heads, not inside their bags)'에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물리적인 보안 강화에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실 이번 성탄절 테러 때문에 미국 당국이 내 놓은 보안 대책이라는 것이 (물론 나중에 해제하기는 했지만) 항공기 도착 시점에 승객을 이석하지 못하게 하고, 담요를 무릎에 덮지 못하게 하며 자신의 휴대품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등은 너무 근시안적이고 표피적이라는 비난을 받은 것도 무리가 아니다.
과연 그런 몇가지 방법으로 항공기 테러를 막을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은 누구라도 한번 쯤 해볼 상식적인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정치적으로 특정 나라나 세력에 원인이 있는지 시비를 가릴 생각은 없다.
단지 테러는 그 이유를 불문하고 있어서는 안되는 비 인륜적인 행위로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어느 시대나 어느 지역에서나 갈등과 분쟁은 존재해 왔듯, 그에 따라 파생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 또한 계속되어야만 한다. 다만 무식하리만큼 표피적인 대책은 피해야 하며 생활이나 행동의 불편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도 남북이 대치하는 준 전시 상황인 점은 이스라엘의 현실과 그리 많이 다르지 않다. 86아시안 게임, 88올림픽을 앞두고 김포공항에서 벌어졌던 쓰레기통 폭탄 사건과 화해 무드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NLL을 둘러싼 갈등으로 인한 많은 희생 등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이스라엘 공항의 보안검색 시스템은 본받을 만한 점이 있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많은 부분에서 보안 시스템을 강화해 왔겠지만, 언제까지 물리적인 보안 장비에만 투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과학적인 기법 등 장비 외적인 부문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나라 보안 검색에 도 프로파일링 기법이 도입될 수 있을까?
장난스러운 서로의 대화
보안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한국 어른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젊은 아이들의 횡포는
세계에 알려야 고져지지 않을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