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즐거워야 한다. 비록 몸은 피곤하고 힘들지라도 마음만은 즐거워야 여행이다.
그런데 간혹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로 인해 x고생하는 경험을 하곤 한다. 더군다나 자연 재해나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라면 그나마 참을만 하겠지만, 제도나 절차를 이유로 겪는 불편함을 참기는 매우 힘들다.
얼마 전 미국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절차와 환경 때문에 비행기 안에서 자그마치 14시간 동안 갇혀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규정(?) 때문에 컨티넨탈항공 2816편 (실제 운항은 익스프레스제트/Express Jet) 에 탑승했던 47명 승객이 14시간 동안 비행기에서 나오지 못하고 갇혀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주 금요일(8월 7일) 밤 9시 30분 경 휴스턴을 출발해 미네아폴리스로 향하던 컨티넨탈 항공편이 갑작스런 기상 악화
때문에 인근 로체스터 공항으로 회항, 비상 착륙했다. 그 때가 자정 무렵이었다. 로체스터에 도착한 항공기는 연료를 재
보급하고 다시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아주 큰 문제가 발생했다.
이번엔 날씨가 문제가 아니었다.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다름아닌 조종사의 비행시간이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컨티넨탈 익스프레스 제트
이런 상황이다보니 컨티넨탈 항공은 해당편 항공기를 조종할 수 있는 다른 조종사를 로체스터 공항까지 보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이런 경우 조종사가 올 때까지 항공기에 탑승하고 있던 승객들을 내려서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승객들은 비행기에서
내리지 못했다.
승객이 항공기에 다시 탑승할 때 보안검사를 받아야 하는 규정 때문이었다. 이날 로체스터 공항에 회항했던 당시 시간은 자정이었고 TSA(미 보안당국) 보안직원들이 이미 퇴근해버린 뒤여서 보안검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승객들을 비행기에서 내리지 못하게 한 것이다.
새로운 조종사가 다음날 아침 9시30분 출발시켰으며, 미네아폴리스에는 11시 무렵에 도착할 수 있었다. 승객들은 최초 출발했던 전날 9시 30분경부터 미네아폴리스 도착할 때까지 약 14시간 가량을 비행기에 갇혀버린 것이다. 불과 2시간 남짓한 거리를 14시간을 비행한 셈이다.
이 사건은 한 승객에 의해 문제가 제기되었고,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며 확대되자 이 사건에 대해 미 정부는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아무리 절차와 규정 때문이라지만, 승객을 14시간 동안 비행기에 가둬 놓은 것이 정당했느냐는 것이다. 또한 현재의 보안
관련 절차와 규정이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내려봐야 이런 상황 밖에는 안됐겠지만..
사실 해당 항공사의 결정은 무리였다. 조종사들의 비행시간 제한 때문에 새로운 조종사를 기다려야 했다면, 예상 소요시간을 짐작해 그 다음날 운항했어야 했다. 그렇게 결정했더라면 승객들은 비행기에서 하기해 인근 호텔에 숙박했거 적어도 공항 대기실에서라도 기다릴 수 있었을 것이다.
승객들을 비행기에서 내리지 못하게 한 것은 비행기에서 내렸다가 다시 탑승할 때 보안직원 부재로 인해 보안검색이 불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따라서 새로운 조종사만 도착하면 바로 탑승해 비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항공사는 판단했던 것 같다. 그러나 결국 교체 조종사는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도착했고 그때까지 승객들은 비행기 안에서 기다려야만 했던 것이다.
정부 조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지는 미리 짐작할 수 없지만 (규정 위반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27,500 달러 벌금
부과), 항공사의 관리 행태는 비난받기 좋은 상황이다. 그 좁은 항공기 안에서 14시간 동안 승객들을 묶어 둘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물론 컨티넨탈 항공도 상황이 그 지경까지 이를 줄은 생각치 못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판단의 주체가 항공사에 있었던
만큼 그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를 져야 한다.
승객들이 비행기에서 내려봐야 승무원 3명이 자정을 넘긴 한밤 중에 승객들에게 해 줄 편의 서비스가 있을리 만무하기 때문에 승객들을 내리지 못하게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