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여행은 지상에서의 여행과는 다른 점이 많다.
일반적으로 국가와 국가를 이동하다 보니 출발, 도착 시간대가 달라 소위 Jet Lag라고 불리는 시차 때문에 고생하기도 하고, 지상과는 다른 환경(기압, 습도 등) 때문에 애를 먹기도 한다. 그리고 중간에 들러 잠시 명물 호두과자를 사 먹을 중간 휴게소도 없다. ^^
성인들도 이런 차이를 극복하기 쉽지만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어린 아이들에게는 더욱 그 괴로움이 큰 경우가 많다.
항공기내에서 어린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 것은 곧 돌보면서 함께 여행하는 보호자에게는 고통이나 다를 바 없다.
시차 극복?
기내에서 아기로 인해 다툼까지 벌어져
지난 번 출장으로 한국 - 미국 간의 장거리 구간에 탑승했을 때의 일이다. 4-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와 이제 막 걸음마 정도 할 수 있는 돌 정도 된 유아, 이렇게 둘을 데리고 탑승한 엄마가 10시간 넘도록 아이들과 씨름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아이들이 잠을 제대로 자는 것도 아니고, 깨어서 음식을 잘 먹는 것도 아니어서 짜증과 칭얼거림이 비행 내내 지속됐다.
얼마 전에는 국내선 비행편에 기내에서 아기가 칭얼거린다고 화를 내며 시비 걸다가 말리는 다른 승객과 다툼이 벌어져 결국 상대방을 위협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고, 착륙 후 경찰에 인계되는 일도 있었다.
다툼의 발단이 어린아이의 칭얼 거림 등 편안하지 않은 환경에 있었던 것이다. 물론 아무리 짜증스럽더라도 말 못하는 아기의 괴로움보다 더 심하지 않을텐데, 화를 냈던 승객도 어지간히 피곤하고 몸상태가 편치 않았나보다.
사실 좁디 좁은 항공기 내에서 아이들이 칭얼대기 시작하면 주변 사람들도 신경이 날카로워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날 그 두 아이 뒤치닥거리 하는 엄마가 고생하는 것을 보았을 때는 차마 불편하다 말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나중에 미국 도착했을 때, 그 엄마는 거의 탈진상태로 얼굴이 초췌해 보이기까지 했으니까.
일본에 있을 때는 혼자이다보니 아내와 아이들이 종종 다녀가곤 했다. 당시 막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않은 간난아기 때여서 애 엄마는 비행기 탈 때마다 걱정했고, 비행 후에는 그 걱정이 그대로 들어맞아 어지간히 고생하곤 했다고 한다.
이처럼 어린 아이를 데리고 장시간 항공여행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 어린 아이를 데리고 항공 여행할 때 주의하거나 준비해야 할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어린 아이들에게 있어 항공 여행은 모험과 같다. 그러나 아이들 특성을 조금만 이해하고 준비하면 기내에서의 불편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야간 시간대나 직항편 이용
어린아이들은 성인과는 약간 다른 점이 있다. 우선 아기들이 낮과 밤을 가릴 나이가 되었다면 잠깐씩 조는 것보다 밤 시간대처럼 확실하게 푹 자려는 경향이 있다. 만약 가능하다면 출발지 기준으로 야간 시간대 비행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한 어린아이들과 여행할 때는 비용보다는 편안함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직항보다 두세편 항공기를 갈아타는 경우 항공요금을 줄일 수 있기는 하지만 아이들과 짐을 가지고 다음 항공편 갈아타기가 쉽지만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직항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너무 당연한 얘긴가? ^^;;)
2살 미만 아기에겐 좌석 없어
2살 미만의 유아는 항공요금이 성인요금의 10% 정도밖에 되질 않는다. 좋은 조건 같지만 그에 따른 불편함도 만만치 않다. 결정적으로 이 2살 미만 유아에게는 좌석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내에는 아기용 바구니를 항공사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하지만 터뷸런스 등이 발생했을 때는 다소 위험성이 있는 게 현실이다.
2살 미만 유아에겐 좌석이 제공되지 않지만 실제 항공기가 만석이 되는 경우가 많지는 않기 때문에 유아를 동반한 승객에게는 옆좌석을 아기용으로 비워주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카시트(Car Seat)를 준비해가는 것도 좋다. 안전을 담보할 수도 있고, 평소 카시트를 자주 이용한 아기라면 나름대로 익숙해져 편안하게 잠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탑승수속, 좌석배정 받을 때 직원에게 슬쩍 부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기가 있으니 옆좌석 비워줄 수 있느냐고 말이다. ^^;; 원래 항공기내 벽에 아기바구니 달 수 있는 좌석이 있기는 하지만, 카시트를 가지고 탑승할 수 있다면 굳이 이런 좌석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옆좌석이 비어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괜찮다.
그러나 만석 등 항공사의 다른 여건 때문에 안되는 경우도 있으니 너무 실망하지는 마시고..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아기 바구니가 있는 좌석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좌석 선택은 현명하게..
어린이들을 통로 쪽 좌석에 앉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통로는 왕래가 빈번하고, 특히 기내식 카트나 면세품 판매 카트로 인해 어린이 신체 일부가 다칠 수도 있으니 조심하자. 창가 쪽에 좌석이 두개만 있는 경우는 아이를 창가 쪽에, 보호자는 통로 쪽에 앉는 것이 이이들도 비교적 편하게 지낼 수 있고 보호자도 주변 신경쓰지 않고 훨씬 마음이 가볍다.
부득이하게 창가 쪽 좌석이 없어 일반 통로 좌석에 앉는 경우라도 보호자가 통로 쪽에 앉는 것이 좋다.
비상구 좌석은 아이를 동반한 승객에겐 제공 안해
항공기 좌석 중에 Emergency Exit Seat라고 하는 출입구 주변 좌석이 있는데, 이 좌석 주변이 비교적 공간이 넓어 간혹 아이들을 동반한 승객께서 항공기 출입구 주변 좌석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현재 법규상 제공이 불가능하다.
출입구 비상구 좌석은 비상 시에 승무원을 도와 승객이 원활하게 탈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므로 아이를 동반한 승객에게는 제공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여유있게 공항에 출두? ^^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아이들을 동반한 경우에는 가능한 공항에 일찍 도착해, 일찍 탑승구로 가서 대기하는 것이 좋다. 항공기를 놓치거나 시간에 쫓겨 서두르다 심지어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있으니 가능한 시간에 여유를 가지는 것이 좋다.
여유분 아기 옷, 기저귀, 장난감
기내에서 사용할 여분의 기저귀나 간단한 옷을 추가로 준비하고 사용한 기저귀나 옷을 담을 비닐백을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평소 아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아주 신기해할 만한 장난감이 있다면 아기 관심을 집중시키는 데 유용할 것이다.
참, 아기 옷은 입히고 벗기기 쉬운 것을 준비하자. 번거롭게 하는 옷은 아이는 물론 자칫 보호자를 짜증스럽게 한다. 그리고 기내에는 아기들이 먹을만한 과자나 음식/음료가 없는 경우도 있으므로 평소 좋아하는 과자 한두봉지 정도는 준비하면 더욱 좋겠다.
이착륙 시 기압 변화에 민감한 아이들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기내 기압 변화에 대해 민감하다. 그래서 기압의 변화가 심한 항공기가 뜨거나 내릴 때 심지어 우는 아이들도 제법 있다. 대부분 귀의 불편함으로 인한 것으로 특히 감기에 걸려 있거나 축농증 등으로 호흡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 심하다고 한다.
이런 경우 하품을 하면 대개 귀의 불편함이나 통증이 없어지는 데 아기들에게 적용하기는 힘들다. 이럴 때는 아가에게 젖을 직접 물리거나 고무 젖꼭지를 빨게 하는 것도 좋다. 무언가 빨고 씹으면 기압 변화로 인해 발생하기 쉬운 귀 불편함(통증)을 예방할 수 있다.
조금 큰 아이들에게는 껌을 씹게 하거나 손으로 코를 막고 입을 다문 다음 가볍게 공기를 내 뿜게 하면 귀 고막이 공기로 인해 팽창하는 느낌이 들며 상태가 좋아지곤 한다.
기내 영화, 만화도 효과적
잠을 안자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항공기내 비디오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최근에는 대부분 항공사에서 각 좌석마다 개인용 비디오 시스템을 장착해 운영하고 있으므로 이 시스템을 이용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한편 보여 준다면 그 시간동안 만이라도 엄마(보호자)는 조금 편하게 쉴 수 있다.
물론 기내 영화를 전부 아이들에게 보여줄 만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적어도 청소년 이상이 되어야 볼 수 있는 영화들도 있으니 이런 점은 조금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만 조금 주의해서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선택한다면, 부모로서 항공 여행이 조금은 편안해 질 수 있다. 지난 번 여행 시에도 보니 뽀로로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니 아이들은 정신을 놓고 볼 정도였으니까..
위의 몇가지가 모든 아이들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각자의 아이들 특성을 이해해 조금만 신경써서 준비한다면 항공기 여행이 조금은 더 편안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