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세이퍼시픽, 지난해 동기보다는 20% 가량 개선됐지만 상반기 1조 원 넘는 손실
- 화물 수송 전념했으나 공급량 및 실적 작년 대비 줄어.. 하지만 운임 상승으로 이익률 개선
- 유럽 등 슬롯 방침 변경에 빈 여객기 띄우는 공기운항도 불가피할 전망
홍콩 거점의 캐세이퍼시픽이 상반기 75억7000만 홍콩달러(약1조1300억 원) 손실을 기록했다.
화물 수요 증가와 비용 절감 대책에 힘입어 지난해 동기 98억7000만 홍콩달러 손실에 비해 개선된 것이기는 하지만 상반기에만 우리 돈으로 1조 원 넘는 손실을 기록하면서 회사는 위기를 헤쳐나오지 못하고 있다.
기간 중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7% 감소한 158억5000만 홍콩달러였다. 지난해 1분기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발발하기 전으로 해당 기간 매출은 정상적 수준이었기에 올해 작년 상반기 실적이 지난해를 넘어서지 못했다.
패트릭 힐리 캐세이퍼시픽 그룹 회장은 성명에서 "코로나19는 2021년 상반기에도 캐세이 그룹에 중대한 도전을 해왔고, 이는 우리 역사상 가장 힘든 시기"라고 말했다.
캐세이퍼시픽은 홍콩이라는 지역을 거점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항공수요는 없고, 전적으로 국제선 및 환승 수요에 의지하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국제선 흐름이 완전히 망가지면서 캐세이퍼시픽은 다른 어떤 항공사보다 더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공항에 서 있는 항공기들
급감한 국제선 여객 수요 회복을 기다리기 어려운 캐세이퍼시픽은 화물 수송에 전념했다. 그러나 여객기 운항이 거의 사라지면서 덩달아 화물수송 공급 및 수송실적 모두 줄었다. 2021년 상반기 화물수송공급은 31.9%나 감소했고 수송화물은 17.7% 감소한 54만9000톤에 머물렀다. 화물 매출은 11억1000만 홍콩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0.6% 감소했다. 하지만 화물 운임 단가 상승과 탑재율 호전(81.4%)으로 화물 이익률은 24.4% 증가했다.
힐리 회장은 "우리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운항하던 여객기 중 극히 일부만 운항하고 있다. 올 4분기까지 여객기 운용을 30%까지 확대하기를 희망하지만 이는 코로나19 확산 및 백신 접종 상황에 달려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지 못했다. 하지만 "화물 수송 능력을 강화해 남은 기간 매달 현금 손실이 10억 홍콩달러 미만이 될 수 있도록 집중 관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캐세이퍼시픽은 국제선 여객기 급감이 자칫 해외 공항 슬롯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 유럽 등에서는 올 겨울 시즌 슬롯 유지 방침을 '최소 50% 이상 운항해야 슬롯 유지'로 강화하면서 항공기 운항을 요구하고 있다. 홍콩발 국제선 수요가 크지 않은 캐세이퍼시픽 입장에서 슬롯을 잃지 않으려면 빈 여객기(공기운항)를 띄워야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