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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없이 지상 10킬로미터에서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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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북에 등재된 이 기록의 주인공은 승무원
사람의 몸으로 낙하산 없이 공중에서 떨어져 살아 남을 수 있는 높이는 어느 정도일까?
재수없으면 그냥 길에서 넘어져도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 인생이지만, 반대로 저 까마득히 높은 하늘에서 떨어져도 살아남을 수도 있는 것이 인생·기적으로 불리는 것 않을까 싶다.
현대 민간 제트 항공기는 보통 3만 ~ 4만피트 사이에서 비행(순항)한다. 3만3천피트에서 비행한다고 할 때 이 높이에서 사람이 지상으로 떨어지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패러슈트(낙하산) 등을 착용하지 않은채 말이다.
그 정도 높이에서 지상으로 떨어져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건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실제 그런 일이 있었다. 이 기적의 주인공은 항공기 객실승무원이다.
1972년 1월 26일, JAT 유고슬라브항공(JAT Yugoslav Airlines) 소속 367편 항공기(DC-9)가 스톡홀름(Stockholm)을 출발해 베오그라드(Beograd, 벨그라드 Belgrade)로 가기 위해 동독 헴스도르프(Hermsdorf) 상공을 비행하고 있었다. 갑자기 항공기가 폭발해 기체가 두동강이 나면서 체코슬로바키아 지역에 떨어졌다.
항공기가 비행 중 폭발한 이유는 항공기에 설치된 폭탄 때문이었다. 크로아티아 테러리스트가 만든 수제폭탄이 전방 화물칸에 탑재된 상태에서 폭발하면서 기체가 두동강이 나 버린 것이었다. 폭탄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탑재된 것으로 추정되었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당시 항공기에는 승무원 5명을 포함해 총 27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나 이 공중 폭발사고로 다른 모든 탑승자들이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적과 같이 객실승무원 단 한 사람이 살아남았다.
Vesna Vulovic(당시 22세)이라는 객실승무원은 당시 항공기 객실 뒤쪽에서 기내식 서비스 중이었다. 폭탄이 폭발하면서 그녀는 기내식 카트와 함께 항공기 객실 가장 뒷부분으로 밀려나 버렸고 기체가 공중 분해되면서 기체 일부, 기내식 카트, 잔해와 함께 뒤섞여 지상으로 추락했으나 마침 추락한 지역이 눈 쌓인 산악 지역의 경사면이었기 때문에 미끄러져 떨어지면서 충격이 완화되었다.
공중폭발 사고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블로비치와 발견된 항공기 잔해
그녀는 신체 대부분 골절을 입었으며 과다 출혈로 인해 사망 가능성이 매우 높았으나 사고 직후 인근에 있던 벌목 인부에 의해 발견되면서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무사히 넘겨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 사고로 그녀는 10일간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으며 두개골 골절, 골반, 갈비뼈, 두 다리 모두 골절 등 중상을 입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두군데 척추골절로 인해 하반신이 마비되어 버려 더 이상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기적적으로 죽음의 문턱에서 되돌아 왔으며 오랜 시간 재활을 거쳐 신체적으로도 거의 정상에 가깝게 회복되어 직장으로 되돌아왔다. 그녀는 승무원으로 비행하길 원했지만 JAT는 정상적인 비행근무는 어렵다고 판단해 지상직 근무자로 복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사고로 인해 그녀는 국민적인 영웅이 되었다. 국민들은 그녀의 생환을 축하했고, 각종 TV 프로그램, 인터뷰가 이어지는 등 그녀는 세르비아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이 기적적인 생환은 낙하산(패러슈트)없이 가장 높은 고도(10160미터, 33333피트)에서 낙하해 살아남은 기록으로 1985년 기네스북에 등재되기에 이르렀다.
폴매카트니로부터 기네스 인증서를 받는 블로비치(Vulovic)
죽을 뻔한 사고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비행기 타기를 두려워 하지는 않았다. 일반 여행객들처럼 항공기를 이용했으며 유명세 덕분에 함께 항공기에 탑승한 사람들은 그녀 옆에 앉기를 요청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녀는 지난 12월 23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자택에서 66세 일기로 숨진채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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