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 2006년부터 화물기 개조사업 진출
- 코로나19 사태로 여객기의 화물기로 변신 가속화
- 대한항공 B777 여객기 좌석을 걷어내고 메인데크에 화물 탑재 가능하도록 개조
2020년, 전 세계는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홍역을 앓고 있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1월 초 중국에서 불거지며 확산되기 시작해 7월 현재 전 세계는 일명 코로나19 사태로 불리는 암흑 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 인적인 흐름은 거의 끊어져 버렸고 수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경제는 대규모 뒷걸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항공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여객 사업이 주를 이뤘던 항공산업은 바이러스의 자국 유입을 막기 위한 국경 봉쇄 등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이동 제한이 발생해 매출은 급감해 버렸다. 국제선 매출이 90% 줄어든 항공사가 대부분이다.
그런 가운데 그나마 항공산업을 유지시켜 주는 것이 화물이다. 여객과는 달리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낮고 물류가 멈추면 전 세계 경제 자체가 올스톱(All stop)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물류산업은 그나마 유지되고 있다.
화물운송 사업을 가지고 있던 항공사들은 코로나19라는 직격탄 속에서도 조금이라도 매출을 이어갈 수 있다. 우리나라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의 경우가 그렇다. 대한항공은 20여대 화물 전용기를 운용하고 있고 아시아나항공도 10대 가량 화물기를 보유하고 있다.
오히려 운항이 멈추면서 여객기가 실어 날랐던 화물이 화물 전용기로 옮겨졌고 화물 운임은 급상승해 화물운송사업을 벌이는 항공사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존재가 됐다. 2분기에는 오히려 흑자를 기대할 정도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렇게 화물사업이 활발해지자 너도나도 화물운송에 뛰어들었다. 화물기를 갖고 있지 않은 항공사들은 궁여지책으로 여객기 화물칸을 이용해 수송했고 일부 항공사들은 여객 공간에도 화물을 싣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화물기 개조사업이 부각되고 있다.
기존에 활용하던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사업이다. 대개 일정한 시간이 된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경우가 많다. 보잉이나 에어버스 역시 화물 전용기를 출시하고 있지만 개조사업도 못지 않게 활발하다.
대한항공 화물기 개조사업, 2006년 1호기 출시
여객기에서 화물기로 개조
화물기로의 개조는 수송하는 대상의 변화만큼 개념 자체가 명확히 다르다. 대개 화물기는 여객기에 비해 구조적으로 강도가 높이야 하고 요구되는 안전 장치에 있어서도 여객기와 다르다.
우선 여객기에는 없는 메인데크 화물도어(Main Deck Cargo Door)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여객기 메인데크는 승객이 타고 내리는 용도로 작은 문 몇 개밖에 없다. 하지만 화물은 그 크기가 다양하고 팔레트나 콘테이너 등 단위탑재용기(ULD)에 실어서 탑재해야 하기 때문에 대형 출입구를 만들어야 한다. 항공기 동체에 큰 문을 내야 하기 때문에 항공기 구조적 강도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커, 까다롭다. 또한 그 과정에서 수많은 배선과 기계적 구성품을 재구성해야 한다. 화물 전용기로 재탄생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변화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승객보다는 훨씬 무거운 화물이 탑재되기 때문에 메인데크의 바닥 구조 강도를 대폭 강화하고 화물을 원활히 탑재할 수 있도록 레일 등 화물탑재시스템(Cargo Loading System)을 설치해야 한다.
여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메인데크에 화재 탐지 및 소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여객기 메인데크에는 기본적으로 (화장실을 제외하고는) 화재 감지, 소화 시스템이 없다. 승객이 탑승해 있고 승무원이 기내 전반을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없다. 리튬이온 배터리 같은 경우에도 소량은 승객이 직접 소지하는 것이 허용되지만, 위탁 수하물 등으로 부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화물기의 경우에는 조종사 등을 제외하고는 기내 상황을 모니터링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자동으로 연기나 화재를 감지할 시스템이 필요하고 원격으로 진압 가능한 소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그 외에 여객기 조종실과는 달리 화물기는 다른 일부 사람들이 더 탑승할 것을 감안해 확장하고 화장실을 따로 설치하고 동체의 창문 등은 모두 제거하거나 폐쇄한다.
대한항공 화물기 개조사업
대한항공은 독특한 항공사다. 여객에 화물, 그리고 기내식 사업도 자체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데다가 정비사업도 거의 자체적으로 커버 가능한 수준을 자랑한다. 여기에 항공우주사업으로 전투기 정비, 무인기 개발 사업도 벌이고 있다. 상용 서비스에 항공기 제조분야까지 갖춘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항공사라고 할 수 있다.
대한항공 여기에 지난 2006년부터 화물기 개조사업에도 진출했다. 2004년 보잉과 계약을 체결하고 2006년 1월에 1호 개조기를 출시하며 본격화해 보유하고 있던 B747 여객기 10대를 포함해 총 20대 개조사업을 진행했다. 화물기 개조사업 시장에는 이스라엘, 싱가포르, 중국 등 일부 국가만 진출해 있었기에 세계에 몇 안되는 화물기 개조사업 시장에서 대한항공은 자사 물량뿐 아니라 타사로까지 그 사업을 확대할 수 있었다.
좌석 걷어내고 메인데크에 탑재된 화물 (사진: 에어버스)
코로나19 사태와 대한항공 화물기 개조
며칠 전 대한항공이 B777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화물을 수송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현재는 여객기 메인데크(승객 거주 공간)에 CSB(Cargo Seat Bags)라 불리는 전용 가방에 넣어 수송하고 있지만 기내 탑재량에 한계가 있고 일일이 가방을 좌석에 장착해야 하는 등 시간적으로 상당한 작업을 요했다.
이런 한계를 조금 더 극복하기 위해 대한항공은 아예 메인데크에서 좌석을 모두 걷어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CSB에 담아 탑재하는 방식보다 약 10톤 정도를 더 실을 수 있다고 전해진다. 이번 개조 작업은 본격적인 화물기 개조라기보다는 부분 개조에 그칠 전망이다. 다시 여객기로 되돌릴 것을 대비한 것일 수도 있고 화물 전용기로의 개조는 몇 개월이라는 상당한 시간을 요하기에 적절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국토부 등과 협의를 거쳐 확정될 것으로 보이나 현재의 코로나 상황을 감안한다면 무난히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기내(메인데크) 화물 탑재의 가장 큰 난관은 안전이다. 전용 화물기와는 달리 메인데크에는 화재, 연기 감지 시스템이 없을 뿐 아니라 조종실에서 원격 화재 진압 기능도 없다. 따라서 기내에 싣는 화물에 대해서는 방염처리 포장을 요구했던 것이고 CSB도 그래서 등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엔 국토부도 방염처리 기준 등을 완화해 기내에서 화물 탑재가 용이하도록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물 전용기가 아니기 때문에 한계는 있다. 좌석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화물 고정을 위한 장치 등을 장착하겠지만 화물칸(로우어데크)에 있는 본격적인 화물탑재시스템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메인데크에 전용 도어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대형 화물 등은 탑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굳이 이런 장치까지는 필요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메인데크 화물 탑재 작업은 소형 화물 중심으로 작업자들이 기내에 들어가 일일이 빌드업(Build-up)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세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을 겪고 있다. 장기화될 수록 항공업계에 전해지는 변화의 요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