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비행기가 내리지 못하고 다시 하늘로 올라가네? 무슨 일이지? 사고인가?"
항공기를 자주 타신 분이라면 이런 경험, 한 두번 쯤은 있을 것이다.
흔히 복행(Go-around)이라고 하는 것인데, 사고이거나 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사고를 막기 위해 시도하는 안전한 조종 방법이다.
복행, 復行 착륙하려고 내려오던 비행기가 착륙을 중지하고 다시 날아오름
정상 착륙이 힘들 때 시도하는 Go-around (복행)
비행기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아니 날씨가 항공기 운항의 절대적 기준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안개, 바람, 뇌우, 눈, 비 등 어느 것 하나 항공기 운항에 도움을 주는 게 없다고 봐도 무방하니 말이다.
이번에는 바람, 그 중에서도 윈드시어에 대해 알아보자.
윈드시어.. Windshear.. 이쪽 분야 업무를 시작하면서 처음 들었던 생소한 용어다.
Wind(바람)라는 단어에 Shear 라는 용어가 결합된 새로운 용어인데, Shear 의미가 '낫으로 베어내다, 가위질 하다, 뚫고 나가다, 가로질러 나가다.' 등인 것으로 볼 때 바람(Wind)이 정상적으로 불지 않고 변형을 일으키는 현상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실제 항공기 조종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비행 환경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윈드시어다. 예측하기도 어려운 데다 윈드시어를 만났을 때 바람의 방향을 예측하기 힘들어 항공기를 원하는 대로 조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높은 고도에서는 비행 중 이상 기류로 인한 터뷸런스를 만나도 그리 위험하지 않다. 기체가 요동치기도 하지만 공중에 떠 있는 만큼 다시 기체의 비행자세를 복구할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윈드시어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윈드시어는 주로 지상 부근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활주로에 접근하다 이런 윈드시어를 만나면 지상과 가깝기 때문에 심한 경우 하드랜딩(Hard Landing)이라고 하는 펌랜딩(Firm Landing) 수준을 넘어 항공기체에 구조적 무리가 갈 정도로 충격을 받으며 내리기도 한다.
그림을 보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
항공기가 활주로에서 이륙한다고 가정할 때, ①과 ②단계에서는 맞바람(정풍) 때문에 쉽게 떠오르지만, 곧바로 ③, ④단계에서처럼 항공기가 뜨지 못하게 지상으로 내리 누르는 현상이 발생한다.
착륙할 때도 마찬가지다. 착륙하려고 활주로에 붙혀보지만 맞바람 때문에 쉽게 내려오지 못하다가 ③, ④ 단계에서처럼 내리 누르는 힘에 갑작스럽게 하강하게 되면 큰 충격이 동반된 착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설명한 것은 윈드시어 일부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윈드시어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그 중앙은 물론 주변에도 바람의 변화가 심해진다.
윈드시어가 발생하면 중앙은 물론 그 주변에서 심한 바람의 변화가 생긴다.
이런 윈드시어는 대개 지형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공항에 이런 윈드시어가 자주 발생하곤 한다. 남에서 북으로 부는 바람이 한라산에서 갈라졌다가 다시 합쳐지는 과정에서 이상 기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도 이 윈드시어 때문에 제주공항에 이착륙하려고 했던 수십 편의 항공편들이 무더기로 결항된 적이 있다.
그 외 일본의 나리타공항도 바람의 기류에 따라 윈드시어가 많이 나타나는 공항으로 유명하다. 윈드시어는 주로 산을 끼고 해안을 접한 지형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요즘 항공기들은 윈드시어 감지 장치를 장착하고 있다.
조종사가 조종하면서 직접 윈드시어를 감지하기는 쉽지 않아, 최신 항공기들은 대개 항공기에 장착된 바람 감지장치를 통해 윈드시어 현상을 감지한다. 만약 착륙 도중 이 조종실 내 윈드시어 경보가 울리면 즉시 복행(Go-around)해야 한다. 해도 좋고 말아도 괜찮은 게 아니다. 안전을 위해서다.
제주공항에 항공기가 착륙하다가 복행하는 횟수가 많은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윈드시어(Windshear)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