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항공기 이용할 때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인 착륙에 관해 이야기 해 보자.
"미국에 다녀오는 항공기가 인천 공항에 착륙하는 데 평소와는 달리 활주로에 닿는 순간 충격이 너무 커서 깜짝 놀랐습니다."
"외국 항공기를 탑승했을 때에는 그런 경우가 좀처럼 없다는 데 유독 한국인 조종사들이 조종하는 국적사에서 거친 착륙이 많은 것은 군 출신 조종사가 많아서 입니까? 아니면 신참 조종사의 비행 기량 부족인가요?"
이런 질문들이 종종 발생한다.
소위 흔히 말하는 "하드랜딩(Hard Landing)"에 관한 질문이다.
그럼 부드럽게 착륙하는 것을 Soft Landing 이라고 하나? 꼭 그런 것은 아니나 그리 불리워도 그리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충격을 많이 발생시켜 "쿠당" 거리면서 내릴 때 우리는 흔히..
"이 비행기 조종사 왜 이렇게 내려? 기량이 미숙한 거 아냐? 아니면 군 출신이거나.."
이렇게 얘길 하곤 하나, 실제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물론 기량이 많이 부족해 발생하는 경우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99%는 비행기량과는 상관없이 발생하는 것이며 더우기 군출신이어서는 더더욱 아니다.
우선 군 조종사 출신이라면 군 전투기 조종사 출신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데, 군 전투기를 그런 식으로 착륙시키다가는 10중 8-9 는 전복 사고를 내게 된다고 한다. 군 조종사 출신들은 오히려 부드럽게 착륙 시키려는 습관이 배어 있을 수도 있다.
우선 Hard Lading 이라고 부르는 착륙이 발생하는 이유는 "충격 유발식 착륙 방법 (Firm Landing)"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항공기가 착륙하기 위한 활주로의 상태가 1년 365일 같은 노면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 눈 또는 비가 내려 미끄러운 경우, 짧은 활주로에 착륙하는 경우, 아니면 측풍(Cross Wind)이나 미풍(Tail Wind)이 부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착륙해야 할 경우에 이러한 충격 유발식 착륙방법(Firm Landing)을 적용하여 혹시라도 활주로 이탈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충격유발식 착륙방법으로 착륙하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항공기의 바퀴(랜딩기어)가 활주로에 닿는 지점에서 최종 멈추기까지의 제동거리를 짧게한다. 무리하게 부드럽게 내리려다가 활주로에서의 제동거리가 길어져 활주로를 이탈하거나 한다면 그 또한 안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부드러운 착륙만이 최선은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부드럽게 내려야(Soft Landing) 한다는 강박관념과 승객에 대한 부담은 조종사들의 긴장감을 지나치게 유발시켜 고도의 집중력과 상황 판단력을 요하는 착륙 시점에 상황판단을 흐리게 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지나치게 강한 충격을 유발시켜 착륙을 하는 경우에는 항공기 기체에도 무리를 주어 자칫 항공기가 본연의 임무(하늘을 나는 것)를 다하지 못하고 정비창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 경우 조종사는 회사로부터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게 되어있어 조종사들은 최대한 상황에 맞는 착륙법으로 제동거리를 단축, 안전하게 착륙함과 동시에 항공기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한다.
또 그러면 재미있는 사실 하나..
항공기의 어느 쪽 좌석에 앉은 승객이 항공기 착륙 충격을 덜 느낄까? 반대로 어디 앉은 승객이 가장 강한 충격을 느끼게 될까?
비행기 이착륙하는 모습을 잘 보면 알겠지만 착륙할 때 항공기는 항상 뒷바퀴(Main Landing Gear)가 먼저 활주로 지면에 불똥을 튀며 닿고 전방에 있는 바퀴가 나중에 살짝 닿는 것을 보게된다.
이 경우 전방에 앉은 승객보다 뒤바퀴 부근에 앉은 승객이 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앞에 앉은 승객이나 특히 기장의 경우 항공기의 제일 전방에 위치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충격을 덜 느낄 수도 있겠다.
게다가 사람 개개인이 서로 다르게 가지는 민감도에 의해 Hard Landing이냐 아니냐 하는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에 특정 착륙 상황이 Hard Landing 인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 보너스
아래는 아주 잘 알려진 재미있는(?) 항공기 착륙 장면이다. (이걸 Drift 라고 한다지? 자동차 운전에서 처럼..) 지금은 운항하지 않는 홍콩의 예전 "카이탁 공항"이다..
활주로 방향에 맞춰 직선으로 접근하려면 주변에서 부는 바람, 특히 측풍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죠..
저렇게 항공기 헤드 방향을 틀고 접근하지 않으면 활주로에 정상적으로 다다를 수 없게 됩니다.
일단 활주로까지 접근하기 위해 헤드 방향을 옆으로 일정 틀면서 착륙(랜딩)하고 난 다음에는 바로 항공기 헤드를 활주로와 일직선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꽤나 어려운 기술이라고 하네요.
카이탁 공항의 rwy13으로 착륙하려면 커브를 틀어 착륙해야만 했습니다. 대한항공 747은 측풍 때문에 크랩을 한게 아니죠.
측풍에 의한 크랩랜딩이라면 비행기 기수는 틀어져있을지언정 비행기 자체는 활주로 방향과 일치하게끔 접근합니다. 동영상의 747은 접근 경로가 활주로 선상이 아닌 상태에서 S자를 그리며 휘어져 들어와서 착륙합니다. 동영상 시작하자마자 러더가 오른쪽으로 꺾여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접지 직전에 러더를 왼쪽으로 꺾어서 활주로 정렬을 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러더로 활주로 정렬을 하면서 기체가 윙레벨을 맞추기 위해 요크돌리면서 플레어를 해야하는데 러더 조작 시점이 늦은데다가 요크 돌린 게 적당하지 않아서 터치다운 지점도 좋지 않고, 좌측 랜딩기어만 먼저 닿는 좋지 않은 착륙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