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분 걸리는 거리를 36분에 주파?
- 항공기 과속운항을 방지해야 한다?
-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 주장
어제(26일)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의원은 항공기가 지연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훨씬 빨리 도착하는 것은 항공기가 과속 비행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기사 늦은 만큼 “빨리 빨리”?… 항공기, 과속운항 ‘의혹’
올 1월 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통상 55분 걸리는 김포-여수 노선에서 36분만에 도착했다고 언급하며, "1월부터 3월까지 지연 출발한 항공기 546편 가운데 98%인 542건이 평소 운항시간보다 20% 이상 빨리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한국공항공사가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과속운항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항공기 과속 관련 안전수칙조차 부재한 상황'이라며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간 항공기가 과속으로 비행한다?
과연 옳은 주장일까?
그래서 확보할 수 있는 기록으로 아시아나항공 8737편(김포-여수, 17시 20분 출발 18시 15분 도착) 비행기록을 살펴봤다. 총 124편으로 이정도면 자료로서, 통계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관련 자료 아시아나 8737편 (김포-여수) 비행자료(2016년 5월~9월)
그.런.데... 나타난 기록에 따르면 이 구간 평균 비행시간은 38분이었다. 가장 빠른 비행편은 비행시간이 32분이었으며 44분 비행했던 기록도 있었으나 대개는 38분에서 42분 사이였다. 36분 비행시간이라고 하는 것이 과속(?)이 아닌 보통 비행시간이라는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럼 이 국회의원이 주장한 55분 비행시간은 무엇일까? 55분이라는 것은 항공기가 출발을 위해 지상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Ramp-out) 시각부터 목적지 공항에 도착해 승객이 내릴 수 있는 장소까지 이동하여 멈춰서는 (Ramp-in) 순간까지를 의미하는 일반 여객 입장에서의 항공기 스케줄(Block Time)인 것이다. 즉 비행기의 순수한 비행시간과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36분은 정상적인 비행시간 범주
그럼에도 불구하고 55분 걸려야 하는 비행시간이 36분 걸렸으며 이는 과속 비행 증거라고 주장한 국회의원은 도대체 뭘 보고 있으며 어떤 것을 분석하고 있는 것일까? 기록상에 가장 짧은 비행시간을 기록했던 7월 17일 비행편은 32분이었다. 여기에 항공기가 지상에서 움직이는 시간을 포함하면 죽었다 깨어나도 36분만에 비행을 끝낼 수 없다. 이 국회의원은 항공기 '비행시간'과 항공편 '스케줄', 이 두 용어/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리고 더더욱 어이없는 주장은 과속운항을 통제하는 기준없이 관제사의 통제에만 의지하는 것은 문제라는 주장이다. 이런 사람이 정말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인가 의심이 들 정도다. 항공기가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떻게 운항되는지 전혀 개념도 없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항공기가 비행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관에 사전에 비행계획(Flight Plan)을 제출한다. 출발시각과 도착시각은 물론 비행시간까지 제출하며 관제는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관제 시스템을 통해 항공기간 안전거리 등을 확보하고 조절하는 것이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비행속도를 높힐 때는 관제와 협의를 거쳐야만 한다.
항공편 "스케줄 시간"과 "비행시간" 구분해야
이 의원의 주장대로 원래 스케줄보다 20분 가량 비행시간이 단축된 것이라면 같은 항로를 비행하는 다른 항공기를 앞질러 추월했어야만 한다.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애초부터 과속운항이라고 주장하는 설정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어찌하여 항공편 스케줄과 출도착(이륙-착륙) 비행시간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이를 혼용해 주장한단 말인가?
물론 항공기 속도를 높히면 약간의 시간이 단축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차이는 미미하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경험상 유럽에서 출발한 비행기 속도를 M 0.75에서 M 8 정도로 높인다고 해도 실제 단축할 수 있는 비행시간은 10분-20분 내외에 불과했다. 비행시간 10시간이 넘는 구간에서도 그러할진대 비행시간이 불과 40분 내외인 구간에서 아무리 속도를 높힌다해도 결단코 55분에서 36분으로 비행시간을 줄일 수는 없다.
그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비행시간이 34분에서 44분까지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약간의 비행기 속도 차이로 인해 2-3분 차이가 발생될 수는 있겠으나 이보다 크다면 자연 환경, 즉 바람의 영향이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봐야 한다. 뒷바람(배풍)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차이는 엄청나다. 심지어 일반 민간 항공기(초음속 비행기인 콩코드 등은 제외)는 구조상 초음속으로 비행할 수 없지만 뒷바람을 이용하면 때로는 초음속(지상속도 기준)을 돌파하기도 할 정도다.
항공상식 민간 항공기도 때로는 초음속 비행기가 된다.
항공상식 비행기도 때로는 무임승차? 무임비행 하기도... (제트기류)
바람의 영향으로 비행시간은 큰 차이를 보인다
도대체 항공교통 주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이 어떤 배경지식을 가지고 무슨 생각을 해야 항공기 과속 비행 관련 안전수칙을 만들라고 주장할 수 있나 진심으로 궁금할 뿐이다. 비행시간, 과속 등에 의구심이 든다면 이런 주장을 하기 전에 관련 전문가에게 한번 쯤은 확인하는 것이 순서 아닌가 싶다. 이 조차도 거치지 않은 듯한 아마추어에게 항공 정책을 맡겨야 하는건지..
#항공기 #항공 #비행속도 #과속 #김포 #여수 #비행시간 #과속운항 #비행기 #주승용 #국회의원
기사를 보고서 스케줄대로 움직이는 항공에서 저게 대체 뭔 소린가 했는데, 마래바님 설명을 보고나니 이제야 이해가 가네요 올해 국정감사는 여러모로 대박입니다. MS논란부터 비행기 과속까지 이건 개콘 소재로 누가 제시해도 유치해서 안쓸만한 것이 아닌가요....-_-+++
저가항공들 과속하는건 공공연한 사실이죠 .. 사람들 메이저 항공 늦고 딜레이 많이 된다고 하는데
비행기 자체에 결함 있기전에는 모두 로컬 공항의 관제 상황에 따라 갈 수 밖에 없음..... 30분 뒤에 출발하는 저가 모 항공기가 벌써 도착해서 짐 풀고 있는 모습 두번 정도 보고, 그런 이야기도 많이 들리두만요... 저가항공사도 자료 요청해야할 듯
어제(4월 27일) 김포-제주 간 오후 항공편 출도착 시각, 비행시간을 확인해 봤습니다.
FSC, LCC 모두 포함되어 있으며 LCC 라고 해서 비행시간이 짧은 것만도 FSC 라고 해서 길지만은 않습니다. 상관 관계가 거의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비행시간은 50분-1시간 정도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 정도 비행시간 차이가 과속의 근거가 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동일한 구간을 비행한다 할 지라도 항로가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가장 큰 차이는 공항 인근에서 착륙을 위해 대기하거나 진입하는 방식에 따라 비행시간에 차이가 발생합니다.
아래 비행 궤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제주공항 도착 즈음해서 진입하는 거리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고 다소(10분 정도) 비행시간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30분 늦게 출발하는 비행편이 먼저 도착했다고 하셨는데, 실제 어떤 이유에서 그런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일반적인 경우에는 일부러 무리해서 과속하는 경우는 없다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과속하면 연료 엄청 더 들어갑니다. ~)
비행시간 차이는 다소 비행속도를 높여 나타날 수도 있지만 과속이라고 할 만큼의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으며 이보다는 관제 조건, 항로, 기상(배풍, 정풍, 우회) 등 그때 그때 비행조건, 상황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