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EU와 항공협정으로 자국 항공시장 대폭 오픈
- 항공기 및 관련 제품 인증·상호평가·간소화 등은 중국 항공기 굴기에 획기적 기여 전망
어제(20일) 유럽연합(EU)은 중국과 민간항공 분야에서 획기적인 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유럽 집행위원회가 밝힌 보도 자료에 의하면 중국과 "민간항공안전에 관한 합의문"과 "수평적 항공협정"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 4월 중국-EU 회담 합의사항의 후속 조치로 EU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EU-중국 항공 관계 전반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혔다.
양자가 체결한 민간항공협정(BASA, Bilateral civil aviation safety agreement)의 주 목표는 항공기 및 관련 제품에 대한 평가 및 인증 활동의 불필요한 중복을 제거해 항공부문 비용을 절감하는데 있다. 이를 통해 양자간 항공기 및 관련 제품의 상호 인증과 평가가 가능해진다.
또 다른 하나는 소위 수평적 항공협정(Horizontal aviation agreement)라고 하는 것으로 이 협정을 바탕으로 모든 EU 항공사는 중국 어디든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중국은 타국과의 항공협정에서 하늘의 문을 여는데 상당한 제한을 두고 있다. 자국의 항공시장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타국 항공기가 자유롭게 자국에 취항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EU와 체결한 항공협정은 중국이 자국 항공시장을 파격적으로 개방한 것으로 항공자유화협정 하늘의 자유 가운데 3/4자유를 전면 허용한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역시 중국과 항공자유화협정을 맺고 있지만 3/4자유를 얻은 곳은 해남도, 산동성 등 일부 지역에 한정된다. 다른 지역은 매번 항공협정을 통해야 운수권이 만들어진다.
중국 항공기 굴기 전환점이 될 C919
이번에 양자간 체결한 항공협정 배경을 두고 중국의 항공기 굴기 전략의 성과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현재 민간 상업용 제트 항공기 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냉전 이후 최초의 중국산 상업용 제트 여객기 ARJ21에 이어 190석 규모의 C919 항공기를 개발 중이다. ARJ21 경우 2016년 첫 상업비행을 시작했지만 이제 겨우 18대 생산에 그쳐 다분히 실험적 성격이 강하다. 본격적인 상업용 항공기는 C919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항공기 개발에 있어 중국이 마주한 실제적 난관은 개발 후에도 미국이나 유럽 등 세계 항공산업을 주도하는 나라에서 해당 항공기 인증(형식증명)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개발 중인 C919 미국 FAA 인증을 위해 설계를 변경하는 등 그 조건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난관이 산적해 있다. 해당 국가들의 인증없이는 자국 내 비행만 가능할 뿐 해외 판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중국과 EU가 체결한 협정으로 서로의 이익을 위해 하나씩 주고 받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EU나 미국의 항공기 형식증명 없이도 자국 기준으로 항공기 형식증명을 발급하고 이것이 C919가 유럽 등으로의 비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과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항공기 굴기를 통해 상업용 항공기를 개발하더라도 실질적인 해외 판매를 위해서는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유럽의 협조가 필수불가결하다. 이번 협정을 통해 중국이 비록 자국 항공시장을 오픈한 것처럼 보이지만 항공기 및 관련 제품 인증·평가 권리(?)를 얻었다는 점에서 엄청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인 후속 조치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이나 이번 협정이 민간 상업용 항공기 개발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에 획기적 전환점을 마련해 주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