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는 외부 환경에 무척이나 민감하다.
특히 기름 값은 항공사의 수지와 직결된다. 올 3분기만 해도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모두 적자를 기록했는데 그 주된 원인 중 하나가 고유가다. 올초 일본 쓰나미로 인한 원전 피해와 맞물려 일본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는 등의 영업환경에도 이유가 있지만, 고유가는 더욱 더 큰 영향을 끼쳤다.
며칠 전, 인도 Amritsar 를 출발해 오스트리아 Vienna 를 거쳐 영국 Birmingham 으로 향하던 오스트리아의 한 항공사(Comtel Air) 하나가 Vienna 에서 승객들에게 돈을 내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다름아닌 Vienna 에서 Birmingham 까지 비행에 사용할 연료비를 내라는 것...
응? 비행하다 말고 중간에 승객에게 연료비를 추가로 내라고 요구?
사실이었다. 어떤 이유에선지 Vienna 에서 중간 도착한 항공기가 다음 구간을 비행하기 위한 연료비를 승객을 볼모로 붙잡고 지불하라고 했던 것이다. 자그마치 31,500 달러였다.
6시간 동안 실랑이 하던 끝에 승객 중 상당수가 돈을 지불했고, 결국 비행기는 출발해 Birmingham 에 도착했다. 승객들이 항공사로부터 들었던 말은 "다음 여정을 위한 연료비 지불할 돈이 없었다" 는 것이었다.
연료비 지불 능력 없어 승객들에게 돈 달라고 요구한...
이 항공편은 전세기 형태로 운항하던 중이었고, 정기편과는 달리 부정기편이었기 때문에 연료 보급과 지불이 나중에 신용(Credit)으로 처리되지 않았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고로 연료 보급 후에 현금(Cash)을 지불해야 했지만, 이 돈이 없었던 것...
최근에는 이런 일 발생이 드문 편이지만, 신용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제법 발생했다고 한다.
실제 정기편 운항하는 지역이 아닌 곳을 처음 운항할 때 준비해야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연료 보급과 그 지불이다. 물론 요즘에는 글로벌 연료 보급사(Global Fuel Supplier)가 있어 이를 통해 신용 거래가 이루어지지만 신용 거래마저 불가능할 정도로 낙후된 지역(공항)인 경우에는 현금을 (다발로?) 미리 준비해 가야 하는 할 수도 있다.
미루어 추측컨대 아마도 이 Comtel Air 는 Vienna 에서 연료 보급과 대금 지불을 신용 거래로 계획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준비가 미처 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았다면 항공편 운항 도중에 승객들에게 돈(연료비)을 추가로 내라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질리 없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 말도 안되는 일을 당한 180명 승객은 Birmingham 도착 후 강하게 항의했고, 지불했던 돈은 환불될 예정이라 한다. 그리고 16년차 이 Comtel Air 는 이번 주말 모든 비행편은 취소했다고... (아마도 자금 부족으로 연료 대금 지불할 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